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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N Aug 24. 2023

독거중년 서글픔에 자빠지다.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수업 내내 누울 자리만 보였다. 신열과 오한, 두통까지 느낌이 했다.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된 이후에도  예민한 구석이 있는 난, 남들 신경 안 쓰고 마스크를 해왔었다. 그런데 그런 보람도 없이 코로나라니,,,  하긴 누군가를 만나 밥도 먹어야 하고, 차도 마셔야 하고 그 밖에도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짧은 순간들은 수없이 많았으니 그동안 여기까지 별일 없이 온 게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예외는 없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없었다. 밥을 챙겨 먹는 일이 이렇게 고된 일이었나 싶을 만큼 힘을 짜내야 수저를 들어 입에 넣을 수 있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도 굉장한 노역처럼 느껴졌다. 뭐라도 음식물이 들어가야 기운을 차릴 텐데,,,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목구멍이 찢어져도 물 한 컵 가져다줄 이 없는 나는 독거중년이다. 빌어먹을 독거중년, 아프니깐 그 무게감이 천근만근이다. 그 사실이 아픈 건지, 몸이 아파서 서글픈 건지, 아니면 몸이 아파서 그 사실이 뼈 때리게 아픈 건지,,, 뭐가 됐든 젠장맞게 우울하고, 아팠다.


신열과 오한 사이에 두통은 머리를 짓눌렀다. 몸은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바닥으로 꺼져 들어만 갔다. 아~ 이러다 세상을 떠나도 아무도 모르겠군. 집구석 한 귀퉁이에서 백골로 발견돼도 말이지,,,,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 남의 얘기가 아니었다고!


' 그래 뭐, 인생 어차피 가족이 있으나 없으나 관짝에 혼자 들어가는 건 마찬가지고,,, 남들 있는 그 흔한 식구 하나 없을 뿐! 네겐 대한민국의 자랑, 각종 '배달앱'과 '새벽배송'이 있다고!! 그래 그러니 이 정도면 됐어! 으,,, 그런데 왜 이렇게 서글프지... '


이번에 알았다.

다정한 인사말도, 처지가 다른 입장에서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거 말이다.

" 아플 때일수록 잘 먹어야 해. 잘 챙겨 먹고 몸조리 잘해! "  와우!  얼마나 스위트하고 베리베리 땡큐 한 말인지. 그런데도 왜인지 그 말이 섭섭하게 들리더라. 빨대로 기운을 쪽 빨아낸 듯 힘아리 일절 없는 독거인한테 한다는 말이 고작 잘 챙겨 먹고 몸조리를 잘하라니,,,, 아퍼 뒤지겠는 몸뚱이로? 어뜨케? 젠장 이런 하나마나한 말을 ,,, 인사말을 건넨 이유로 욕을 다발로 먹어야 하는 이는 대체  뭔 죄란 말인가? 우연찮게 전화했다가 알게 된 사실에, 건넨 인사말이란 것을 알면서도 그 말이 그렇게 고깝더라. 아프면 속도 옹졸해지는 건지. 가뜩이나 좁은 밴댕이 소갈머리가 간장 종지가 돼버렸다.


그래 지금 내 몸 상태가 말이 아니라서 그래,,,,  기운도 없고 속도 비고 그래서 그랫,  잔뜩 쪼그라든 맘보를 가까스로 추스르고 비장하게 중심을 잡고 앉아 손가락에 힘 뽜악 주고 배달앱을 돌렸다. 새벽배송도 돌렸다. 맛도 냄새도 잃었지만, 그래 뭔가 따뜻한 게 뱃속에 들어가면 모양 빠지게 짜부라진 심보도 좀 펴지지 않을까 싶어서 뭐라도 속에 넣어야 했다.  



음,,, 말 나온 김에 브런치를 빌려, ' 코딩업계 배달앱 개발자'들과 '새벽 배송 업체 임직원' 분들 그리고 '택배 직원' 여러분들께, 대한민국의 독거인을 대표해 여러분의 밤낮 없는 노고에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 땡큐베리쏘머치 "


나름 독거인의 자질을 타고났다 싶었는데 몸이 아프니깐 자질이고 다짐이고 뭐고, 이렇게 나약한 인간이었을 줄이야. 모양 빠지게 한 바가지 눈물까지 짰다. 난 단단하고 씩씩해! 는 개뿔,,, 허세였던 거지. 잔뜩 찌그러진 종재기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하긴 뭐 또 생각해 보면 종지면 어떻고, 사발이면 어떤가 싶기도 하다. 인생 뭐 그리 대단하게 지켜낼 게 있다고. 당면하면 그런대로 살아가는 거지. 인생 다짐하고 계획한다고 해서 그대로 살아지도 것도 아닌데 애쓰는 것도 부질없다 싶고. 쫌 울면 또 어때. 이렇게 저렇게 섭섭하고 고까우면  어때. 나도 누군가에게 그랬을 텐데.


코로나로 마음이 이렇게나 나약해질 일인가? 자신의 그릇이 크네 작네 따질 만큼? 스스로도 좀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뜬금없이 ' 간병인 보험 '으로 생각이 옮아갔다. 질병으로 앓아누웠을 때 최소한의 방책은 필요했다. 배달앱에도 접근 못할 만큼 상황이 힘들어졌을 때, 그나마 스스로를 거둘 수 있는 나름의 방법 말이다. 앞으로 다가올 노인의 시간까지 챙길 수 있을 때, 미리 준비해둬야 한다는 다급함이 그랬다.


혼자란 생각이 들 땐 서글플 때도 있지만, 위기다 싶은 순간에는 다부지게 맘먹고 움직이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갑자기 파이팅이 넘치네!! 밥부터 먹어야겠다. 오늘 저녁은 ' 배민 '이 도왔다.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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