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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쓱 Sep 22. 2023

다시 취준생이 되었습니다.

2화. 1년 더 공부 vs 취업

- 이 이야기는 실패로 버무려진 30대 백수가 밑바닥을 탈출하기 위한 잔잔한 이야기입니다.

- @develop_hada


 무기력하게 있은 지 한 달이 좀 지났을 무렵, 이제 슬슬 주변에서 나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야 너 이제 뭐 할 건데? 1년 더 공부할 거야? 아니면 포기할 거야?" 시간도 어느 정도 흘렀겠다. 다들 궁금은 하니까 넌지시 물어본다. 그래서 난 당연하듯이 "아니 이제 안 할 거다. 지금까지 했는데 안 됐으면 그건 길이 아닌 거야. 그리고 내가 또 1년 더 한다고 해도 공부할 자신도 없고 설령 공부한다고 해도 붙을 확신이 없어." 이렇게 대답한다.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거의 자동다이얼처럼 이렇게 구구절절 자세하게 말해준다. 어떻게 보면 "더 이상 나에게 이걸로 말을 걸지 마."를 원하듯 다음 질문을 전면차단하려는 나의 멘트이다.


 여기서 나한테 물어본 사람들은 2가지 갈래로 나뉘게 된다. 첫 번째는 "1년만 더 해봐. 공부한 게 아깝기도 하고 이거는 합격만 하면 되는데."라고 말하는 사람과 두 번째는 "야 고생했다. 힘들겠지만, 이제 미련 놓고 취업준비해서 평범하게 돈 벌면서 휴일에는 놀러도 가고 너 사고 싶은 것도 사고 그렇게 하자. 할 만큼 했다. 이 정도 했는데 안된 거면 길이 아니었던 거야."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음 솔직히 모르겠다. 약간의 미련은 남아있긴 한데, 왜냐하면 마지막 시험을 기점으로 "소방관"채용인원이 급감을 했고, "교정직=교도관"채용인원이 급증을 했기 때문이다. "교정직"은 채용인원이 급증하면서 합격 커트라인이 엄청 낮았다. 그래서 1년만 공부한다면 가능성이 충분히 보였다. 그런데 가족들은 이제 공부는 그만하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직장을 잡고 돈을 벌면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는 그런 모습을 바랐다. 나도 미련은 남아있지만, 자신이 없었고 번아웃과 무기력이 찾아와서 의지조차 없었다. 그냥 공무원에 대한 미련만 남아있었다.


 그렇게 있다가 생계를 생각하여야 하기 때문에 일단 다시 취준생이 되었다. 공부를 한다고 해도 돈이 없었기에 사실상 시작을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렇게 무기력과 번아웃이 찾아온 상태에서 취준을 하려니 이것조차 쉽지 않았다. 지잡대에 32살에 무경력 신입지원을 하려니 어려웠다. 그리고 그 공백기 5년은 뭐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점점 부모님의 압박이 들어올 것 같았기에 채용사이트인 사x인, 잡코x아, 워x넷, 나라x터, 알x오 등을 컴퓨터 모니터에 하나씩 띄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로그인해서 마이페이지 안에 있는 5년 숙성된 나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았다.


 결과로 말하자면 '엉망진창'이다. 5년 숙성된, 그 약 80곳을 지원하면서 썼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는데 그냥 왜 떨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더럽게 못 썼다. 그게 정답이다. 이력서는 크게 수정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자기소개서에서 내 고개가 절레절레하게 만들었다. 속으로"어떻게 글을 이따구로 썼었지? 이러니 내가 떨어지고 그랬지. 내가 면접관이라도 이걸 보면 떨어뜨리겠다."라는 말을 했다. 왜 그렇게 느낀 거냐면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공무원 공부를 하면 국어과목을 하게 된다. 그래서 문법, 어법, 어휘, 독해를 공부하게 되는데 그렇게 공부를 하다 보니 그리고 독해문제를 풀다 보니 글을 보는 눈이 조금 생긴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내가 27살에 쓴 자기소개서를 보고 말도 안 되게 못 썼다고 느꼈겠지.


 자기소개서는 새로 썼다. 조금만 고칠까 했는데 그냥 리모델링을 싹 해버렸다. 도저히 살릴구간이 없었다. 그렇게 어찌어찌 자기소개서를 쓰고 나서 공고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무얼 좋아하고, 뭘 하고 싶은지 모르기에 어떤 업종으로 취업을 하는 게 좋은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그냥 전공으로 갈까. 아니면 돈 많이 주는 쪽으로 갈까. 아니면 추후 내가 창업을 할 때 도움이 되는 쪽으로 갈까. 아니면 평생 써먹을 수 있는 기술직 쪽으로 갈까. 진짜 수없이 생각하고 생각했다. 유튜브는 항상 보면서 공고도 옆에 띄어두고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게 금방 끝이나 버리고 만다. 왜냐하면 취업준비를 하는 와중에도 무기력이 때때로 찾아오고 나를 침대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번아웃과 무기력이 오면서 다른 친구를 하나 데리고 온 듯했다. 그 친구의 이름은 "두려움"이었다.


 그렇게 나는 32살 다시 취준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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