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다 잘될꺼야!
추가합격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았던 건지 불합격을 확인받고 나니 평소보다 의기소침 해 보이네…….
아빠가 생각하기에 울 일은 아니지만 울고 싶으면 하루쯤 울어도 좋아.
꾹꾹 참아누르는 것보다는 금방 침울한 기분을 털어낼 수 있을 테니까.
네가 최선을 다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반성은 필요하겠지만 그렇다고 자책하거나 후회할 필요는 없어.
지금은 입시가 중요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아빠가 생각하기엔 대학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그다지 큰 요소도 아닐뿐더러 대입을 포기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1년을 미루는 것뿐이니까.
1년을 더 공부하는 게 끔찍하고 길게 느껴지겠지.
하루살이에겐 하루가 인생전부인 것처럼 19년을 살아온 너도 아빠에 비하면 두 배 이상 길게 느껴질거야.
하지만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며 지구의 최강자로 살아가는 이유는 환경에 적응을 잘 해왔기 때문이잖아.
일단 익숙해지면 한 번 해봤던 경험까지 더해져서 시간은 금방 지나갈 거야.
시간이야 어떻게든 지나가겠지만, 문제는 올해 1년을 얼마나 가치 있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느냐겠지.
그런 의미에서 최종목표는 고3때 네가 바라던 대학보다 한층 높은 곳이면 좋겠어.
그래야 나중에 재수했던 기간이 아깝게 느껴지지 않을 테니까.
한 가지 더 당부하자면, 노는 것과 쉬는 것의 구분을 확실히 하는 게 좋을 듯해.
노는 것은 스마트폰, 친구와의 수다. 술마시기 등 학업에 도움이 안 되거나 방해되는 행동들 일테고, 쉬는 것은 산책, 수면, 독서 등 공부하면서 몰입이 어려울 때 리프레시 할 수 있는 행동들이지.
노는 시간을 줄여야 하는 게 당연하겠지?
네 머리맡에 놓인 몇 권의 마음 챙김 책들을 보니 대견하다고 말해주고 싶어.
사실 아빠는 40대 초반까지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술먹고 놀기 바빴는데 벌써 책을 통해서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한다니 정말 어른이 다 됐다는 생각이 드네.^^
친구들의 대학생활, MT, 연애 등 각종 소식을 접하고 나면 상대적으로 열등감이나 우울감이 또 찾아들겠지. 그런 어려움이 생겼을 때 책에서 해답을 찾고자 하는 네 방식이 앞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거야.
더 나아가 열등감을 공부에 매진하기 위한 연료로 사용하는 것도 경험자로서 아주 추천한단다.
"성숙한 방어기제의 대표는 승화다. 자기가 겪은 나쁜사건이나 그와 관련된 부정적인 감정을 생산활동으로 발달시키는 것이다.
세상에는 바꿀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타인과 과거다. " <자존감 수업, 241p>
아빠가 서두에서 대학이 인생살이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말 기억하니?
공부는 정직하다고 해야 할까?
성적이 나오는 만큼 좋은 대학을 가는게 보장이 되지.
좋은 대학을 졸업하면 좋은 곳에 취업할 가능성도 커지고... 하지만 거기까지야.
좋은 직장을 다니는 것과 좋은 삶을 사는 것 은 많은 변수로 인해 상관관계가 불확실해지거든.
좋은 삶,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은 성공과 실패, 크고 작은 경험을 통한 통찰에서 배워야 하는데 이럴 때 책은 성공한 삶을 살아간 저자들의 통찰을 간접경험을 시켜주는 역할을 해.
그렇다고 해서 인생이 배운 대로, 생각 대로 흘러가지도 않아.
어떨 때는 운 좋게 대박이 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아무리 노력해도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지. 그럼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살아야 하냐고?
그건 아니야.
TV를 보진 않지만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카지노’에서 배우 최민식씨가 카지노 사장으로 나오더군.
아빠는 그런 카지노 사장을 꿈꾸라고 하고 싶어.
카지노가 왜 돈을 버는 줄 알아?
얼핏보면 카지노에서 손님이 이길 확률은 절반인 것 같아 보이지만 실은 49%가 조금 안 되는 수준이야.
모든 게임은 카지노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지.
처음엔 별거 아닌 운의 영역으로 보이지만 게임이 반복될수록 그 차이가 점점 벌어져서 카지노가 이길 수 밖에 없게되거든.
인생도 마찬가지야.
아무생각 없이 살면 변함없는 50%의 확률에 기대어 운에 맡긴 채 살아가야 해.
하지만 노력을 통해 다만 1%라도 내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를 준다면, 처음엔 결과가 운의 영역으로 느껴지겠지만 인생에서 마주하는 수없는 선택을 반복하다보면 언젠가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승리한 삶을 살 수 있어. 아빠도 아직 주어진 삶에 고군분투 중이라서 경험담까지는 아니고 많은 책에서 읽었어.
입시성적은 공부한 만큼 나오는 정직한 결과라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만 앞으로는 최선을 다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을 때도 있을 거야.
한 두 번이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 그런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할 때 네 삶이 1%만큼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걸 꼭 알려주고 싶었어.
사랑하는 우리 딸. 아빠가 응원할게.^^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