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베이킹 디플로마 과정을 등록하다
협의이혼 확정 후, 작년 3월 베이킹 학원에 등록했다. 처음에는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아이를 돌보며 일주일에 한 번 상담을 다니는 게 전부였던 그때의 나에게는 적당한 규제와 활력이 필요했다. 그렇게 시작해 제빵기능사와 제과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다.
베이킹은 매일을 자책과 불안으로 울며 보내던 내게 작은 숨구멍이자 아이를 낳고 처음 가져보는 취미였다.
섭식장애를 겪으며 가장 많이 먹게 된 것도 빵이었다. 제과제빵은 빵순이가 된 내게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였다. 애증의 대상이자 행복의 대상이었던 빵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다. 발효와 성형과정을 거치며 밀가루반죽을 만지고 있으면 마치 아이의 보드라운 두 볼을 쓰다듬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이 안정되고 평화로웠다.
국가자격증을 취득하고 집 앞 베이커리 카페에서 잠깐 일한 적이 있었다. 제대로 실무를 배워보고자 함이었지만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었다.
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시는 주말에만 보조 제빵사로 들어간 알바 자리였음에도 체력의 한계를 느꼈다.
심각한 거식증을 앓고 체중을 회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임신과 출산을 겪어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몸은 자꾸만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이혼 후 일 년이 흘렀고 이제는 무언가를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짓눌렀다. 이별의 아픔에 조금 무뎌지고 나니 그제야 현실이 보였다. 엄마가 아닌 나는 사회에서 그저 나이 많은 휴학생일 뿐이었다. 흔히들 말하는 경력단절조차 가지지 못한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존재 같았다. 나 자신 하나도 책임지지 못하는 현실에 눈앞에 놓인 것들이 한없이 버겁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내게는 책임져야 할 아이가 있고 스스로 선택한 무게이기에 어떻게든 다시 시작해야 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지금의 나는 어떤 걸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스무 살 초반, 꿈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뚜렷했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늘 그렇듯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삶의 밑바닥에 다다라서야 무엇이든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지난 4월, 다시 학원을 찾아 상담 후 베이킹 디플로마 과정을 등록하게 되었다.
국가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과정을 배웠던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여러 과목으로 나누어 한 분야씩 마스터해 더욱 심화된 베이킹 교육을 받고 디플로마 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