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야인시대는 김두한이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내 생각에 극본을 쓴 김환경 작가는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에 대한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일으키고 싶었던 것 같다.
124부작인 드라마의 전반부 1~50화는 일제강점기가 배경인데, 우리가 국사책에서 보았을 법한 굵직한 사건들이 드라마 내용에 잘 버무러지며 제시되고 있다.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과 사건들이 실제로 주인공 김두한과 연결이 되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작가는 일제강점기의 주요 사건들을 등장 인물과 잘 연결하여 설명하고 있고, 드라마를 통해 일제강점기에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 진지하게 살펴보도록 이끈다.
먼저, 김좌진 장군이 만주에서 활동할 당시 조선땅에 살아가는 김두한을 거두어 보살펴 준 원노인은 형평사 회원으로 나온다. 형평사 운동은 일제강점기 백정들의 신분해방운동으로 역사적으로는 1923년 4월에 시작된 것으로 나오는데, 드라마에서는 김좌진 장군이 백정이었던 원노인이 신분해방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그 보답으로 원노인이 김두한을 지극히 보살핀 것으로 나온다. 드라마 자체가 김두한의 회고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원노인에 대한 역사적 검증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드라마가 일제강점기 당시의 역사적 상황에 충실하고자 한 모습은 충분히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는 1920년대 이후 독립운동이 민족주의계와 사회주의계로 분열된 상황이 그려지고 좌우 합작운동으로 진행된 신간회의 활동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또한 김두한이 만해 한용운이나 식산은행에 폭탄을 투하한 나석주와 연결 지점이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 부분도 실제 역사적 검증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나운규의 아리랑이라든지 당시 유행했던 목포의 눈물, 황성옛터, 찔레꽃 같은 노래들도 적절한 시기에 소품 음악으로 나오는데 그러한 부분을 살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드라마에서는 조선어학회 사건이나 손기정의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폐간된 동아일보 이야기,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이후 황국신민서사 강제 암송이나 창씨 개명등의 시대적 상황들이 다루어진다. 이 모든 사건들이 드라마에서는 주인공 김두한과 연결되어 제시되고 있어, 다소간의 과장이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일제강점기 당시의 민초들의 삶을 다루는 데 좋은 소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말기에 김두한은 강제 징병을 피하기 위해 군대에 끌려가는 대신 일제의 각종 건설 사업에 노동으로 봉사하는 근로보국대(반도의용정신대)에 참여한 것으로 그려진다. 이 부분은 후에 김두한에게 친일 논란을 일으키는 부분이다. 드라마에서는 김두한이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주먹패 인원이 군대로 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감정적으로는 허락하지 않지만 할 수 없이 근로보국대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 부분에 대한 과장 혹은 미화 여부를 떠나, 당시 일제의 민중 탄압이 얼마나 혹독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