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간의 수험생활 내내 하루 6시간 공부시간을 유지해왔다.
내가 6시간만으로 변리사시험을 합격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6시간만 공부한 것 아니다.
내 한계가 6시간이었기 때문에 6시간밖에 하지 못했던 것이다.
시험 2주 전, 시험 1주 전, 심지어 시험 전날에도 하루 공부시간은 6시간 안팎이었다.
처음에는 공부시간이 6시간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너무나도 괴로웠다.
솔직히 미쳤나 싶었다. 자책했다.
첫 1차시험이 다가올수록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국 1차시험 4개월 전 첫째 아이 출산 이후로 내 멘탈은 그야말로 산산조각 박살나버렸다.
그도 그럴것이 잘 다니고 있었던 좋은 회사를 내 발로 박차고 나왔으니...
거기다 나는 홀몸이 아니었다. 와이프가 있었고 이제는 갑자기 아이까지 세상에 나와버렸다.
내가 뭘 믿고 왜 그렇게 X쳤나... 회사나 열심히 다닐걸...
하루하루 후회와 우울함으로 공부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변리사 1차시험을 한 번에 통과하고 나서 자신감이 붙었다.
내가 깨달았다고 생각한 공부법이 먹히구나, 조금씩 확신이 차올랐다.
그대로 내가 옳다고 생각한 방향대로 하루 6시간 공부를 밀어붙였다.
결국, 변리사 첫 2차시험 때 0.44점 차이 불합격, 두 번째 변리사 2차시험에서 합격했다.
합격 이후 지금은 공부법 책도 쓰고 공부법 유튜브도 하고 변리사시험 강사도 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하루 6시간 공부면 충분하다. 단, 올바른 방향으로 공부한다는 전제 하에.
나는 하루 4~5시간, 주 6일 공부라면 대한민국의 모든 시험은 1~2년 안에 합격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그럼 어떻게 하루 6시간 공부만으로 변리사시험에 합격했을까.
보통 하루 몇 시간 공부하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10~12시간을 답한다. 8시간은 조금은 초라해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6시간이라니.
어떻게 6시간이 10시간, 12시간을 이기고 2년 안에 변리사시험에 합격했을까.
공부는 어떻게 하느냐보다는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시험 점수 상승에 직결하는 공부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시험 점수의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공부는 시간낭비이다. 오히려 점수가 떨어진다. 그 공부할 시간에 해야 하는 공부를 못했으니.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겠다.
A는 전체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3회독했다.
B는 첫 회독시 처음부터 끝까지 읽되 자신이 모르는 것을 표시하면서 읽었다. 그리고 그 다음 회독때는 모르는 것만, 그리고 그 다음 회독때는 또 모르는 것만 읽었다.
A는 3시간, B는 1시간 공부했다.
하지만 승자는 B다.
내가 모르는 것을 공부하는 것이 진짜 공부다. 아는 것만 붙잡고 있는다고 해서 내 점수가 오르지는 않는다.
A는 맹목적으로 전체 범위를 회독했다. 즉, 목적이 없으니 늘어지고 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들 경험했을 것이다. 회독하다 보면 그 내용을 이해하려고 한다기 보다는 그냥 눈으로 읽고 있다.
검은 것은 검은 것이고, 흰 것은 흰 것이요라는 식으로 읽게 된다.
머리는 멍해진다.
하지만 B는 내가 모르는 것을 적극적으로 판별하고 구분해나가면서 회독을 했다. 당연히 집중도나 밀도도 A보다 좋다.
그 다음 회독은 모르는 것만 읽었다.
그 다음 회독도 모르는 것만 읽었다.
내가 모르는 것을 공부해야 시험 점수가 오른다.
다른 한 가지 예는 특히 객관식 공부할 때 많이 나오는 것인데 문제를 풀고 해답을 확인하는 그 과정 자체에서 시간이 엄청나게 소요된다.
소요되는 시간이 모으고 모으면 엄청나다.
문제를 풀기는 풀었는데 생각보다 진도가 안나가는 것 같은 경험을 했다면 의심해보아야 한다.
더 안좋은 습관은 객관식을 풀고 그 다음 기본서에 표시나 필기를 별도로 하는 것이다.
변리사 제외, 1차 객관식 시험이 60점만 넘겨도 되는 절대평가라면은 기출문제집은 하나의 기본서나 다름이 없다.
기출문제집에 이미 지문과 해설이 있는데 이걸 또다시 기본서에 표시나 필기하는 것은 내 점수 상승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본서는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이 나왔을 때 발췌독 정도로만 가져가야 한다.
물론 정리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이 정리도 타이밍이 있고,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이 내용은 유튜브로도, 블로그 공부법 칼럼으로도 영상과 글을 남겼으니 참고하면 좋다.
그래서 객관식 문제집을 고를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문제집의 구성, 그리고 그 다음이 해설이 풍부한가(지문마다 해설이 달려있는가)이다.
이 내용 역시 유튜브로도, 블로그 공부법 칼럼으로도 영상과 글을 남겼으니 참고하면 좋다.
마지막은 공부의 지속 가능 시간이다.
엉덩이 오래 붙인다고 공부가 되는 것이 아니다. 성적이 오르는 것이 아니다.
공부의 지속 가능 시간은 사람마다 편차가 완전히 제각각이지만 집중력이 유지되는 자신의 공부 지속 시간을 찾아야 한다.
나는 20-30분 공부하고 10-20분 쉬었다.
1시간을 공부해도 20-30분을 멍때리거나 하는둥마는둥 한다면 당연히 1시간 공부했다고 볼 수 없다.
집중력이 떨어졌다 싶으면 바로 휴식을 취해주는 것이 좋다.
위의 몇 가지 예시만 이해해도 하루 몇 시간은 세이브된 것이다.
내 공부법 모토 중 하나는 올바른 방향으로 본인이 할 수 있는 양만큼 꾸준하게 공부하고, 남는 시간에 계획과 기록을 통해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점검하고, 지금 내가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이 시험 점수를 올리는데 도움이 될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공부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공부방법과 올바른 방향성이다.
올바른 방향으로 공부한다는 전제 하에 하루 4~5시간, 주 6일 공부라면 대한민국의 모든 시험은 1~2년 안에 합격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