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장애 자가진단의 진실
책상에 앉았는데 5분도 못 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립니다. 교재를 펼쳐도 같은 줄을 세 번째 읽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왜 이렇게 집중을 못할까? 혹시 나도 성인 ADHD인 거 아닐까?"
SNS에서 ADHD 자가진단 테스트를 해보니 해당 항목이 너무 많아 걱정이 커집니다. 하지만 게임이나 유튜브는 몇 시간씩 집중해서 볼 수 있습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오늘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신다면, 여러분이 겪고 있는 집중력 문제가 정말 ADHD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명확하게 구분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집중력을 실제로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실제로 저는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나는데요, 상당수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인터넷에서 ADHD 자가진단 테스트를 해봤는데, 저는 ADHD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인터넷에 나와있는 ADHD 자가진단 항목들을 한번 살펴볼까요?
쉽게 산만해진다
집중력이 떨어진다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한다
물건을 자주 잃어버린다
시간관리가 안 된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런 항목들은 수험생뿐만 아니라 공부하지 않는 일반인도 대부분 해당되는 내용들입니다.
특히 수험생이라면 더더욱 이 항목들에 해당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왜냐하면 공부라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집중력을 요구하는 활동이고, 우리 뇌는 본능적으로 이런 힘든 활동을 회피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여러분이 집중이 안 되는 이유가 정말 ADHD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냥 공부가 힘들고 재미없어서 우리 뇌가 자연스럽게 회피하려는 것일까요?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ADHD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의 약자입니다. 이건 단순히 집중을 못한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 ADHD가 있는 분들은 공부할 때만 집중이 안 되는 것이 아닙니다.
좋아하는 게임을 할 때도
재미있는 영화를 볼 때도
심지어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조차도
집중이 잘 되지 않습니다. 항상 마음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한 가지 일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을 자주 마주칩니다.
ADHD가 있는 분들은 충동조절에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상대방 말을 자르고 끼어든다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충동구매를 한다
감정조절이 일반인에 비해 어렵다
이런 증상들이 단순히 공부할 때만, 혹은 최근 몇 개월 동안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어렸을 때부터 나타날 수 있고, 그렇다면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했을 것입니다.
"정말로 이 정도의 심각한 증상들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타나고 있나요?"
아니면 공부할 때만 유독 집중이 되지 않는 건가요?
게임이나 유튜브는 몇 시간씩 집중해서 할 수 있나요?
만약 후자라면, 여러분은 ADHD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순히 말씀드리면, 그냥 공부가 재미없고 힘들어서 집중이 되지 않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이건 너무나도 당연하고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우리 뇌는 즐거움을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게임이나 유튜브는 즉각적인 보상을 주지만, 공부는 몇 달, 몇 년 후에나 그 결과를 볼 수 있죠. 당연히 뇌는 공부를 회피하려고 합니다.
집중력이라는 것은 근육과 같습니다. 훈련을 통해서 키워나가야 합니다.
처음부터 몇 시간씩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10초, 20초, 30초에서 시작해서 1분, 5분, 10분... 이런 식으로 서서히 늘려나가는 것입니다.
회계학 문제를 풀다가 자꾸 딴 생각이 난다? → ADHD가 아니라 집중력이 아직 훈련되지 않은 것일 수 있습니다.
전문직 2차 논술형 문제를 읽는 동안 계속 딴 생각이 난다? → ADHD가 아니라 아직 긴 문장을 집중해서 읽는 훈련이 부족한 것일 수 있습니다.
"공부할 때 잡생각이 너무 많이 나요. 저는 ADHD인가요?"
공부할 때 잡생각이 안 나는 사람이 있나요? 공부할 때 잡생각이 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잡생각을 어떻게 다루느냐입니다.
잡생각이 떠올랐을 때, 이렇게 대응하세요:
"아, 지금 잡생각이 떠올랐구나" 하고 인지합니다
다시 내가 하고 있던 공부로 돌아갑니다
이 과정을 하루에 수백 번, 수천 번 반복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이 바로 집중력을 높이는 훈련입니다.
잡생각을 억지로 밀어내려고 하지 마세요. "지금 이런 생각하면 안 돼"라고 뿌리치는 것이 아니라, "아, 잡생각이 왔구나" 하고 인지한 다음 다시 하던 행위에 집중하면 됩니다.
드라마틱하게 집중력이 갑자기 늘어나는 일은 없습니다.
지금 당장 10초밖에 집중을 못한다? 내일은 11초, 12초를 목표로 하세요.
등산하듯이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는 것입니다.
서서히, 꾸준히 늘려나가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사실 저도 집중력이 긴 편이 아닙니다. 훈련을 한 결과 20분 정도 집중할 수 있고, 정말 길게 집중한다면 40분? 그것도 하루에 한두 번 정도밖에 안 됩니다. 저는 20~30분 공부하고 10~20분 쉬는 방식으로 합격했습니다.
만약 이 글을 읽고도 ADHD가 의심된다면, 정신과에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으시는 게 맞습니다.
정말로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이 있고 어렸을 때부터 그런 증상이 있었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한다면 충분히 증상들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제 주변에도 실제로 ADHD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으면서 공부를 계속해서 합격하신 분들이 있습니다.
ADHD가 있다고 해서 공부를 못하는 건 절대로 아닙니다. 다만 일반인보다 조금 더 체계적인 관리와 도움이 필요할 뿐입니다. 그래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으시길 추천드립니다.
인터넷에 있는 ADHD 자가진단에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단순히 공부에 집중이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ADHD라고 단정짓지 마시길 바랍니다.
집중력은 훈련으로 키워집니다.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잡생각이 줄어들고 집중하는 시간도 늘어나게 됩니다.
공부는 마라톤입니다. 단거리 달리기가 절대로 아닙니다. 천천히, 꾸준히, 올바른 방법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결국 합격하게 됩니다.
여러분도 그 길을 걸어가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