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튜브 암기법은 전문직 시험에서 통하지 않을까?

by 손민규 변리사

유튜브를 검색하면 수많은 암기법 영상이 쏟아집니다. 이 방법들이 틀렸거나 잘못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실제로 대학 중간고사나 내신 시험에서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직 시험에서는? 쓸모없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시간 낭비가 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전문직 시험은 양 자체가 비교도 안 되게 방대하고, 암기해야 할 내용의 성격조차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압도적인 분량, 현실적으로 이미지화가 불가능하다


노무사 2차 시험의 "정리해고의 유효요건"을 예로 들어볼까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회피노력, 합리적인 선정기준, 노동조합 협의... 이런 여러 요건들이 얽혀 있고, 각각의 세부 요건과 판례 입장까지 모두 암기해야 합니다.

자, 이걸 이미지화 암기법으로 적용해볼까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긴장한 CEO 얼굴을 떠올려야 할까요? 그럼 "해고회피노력"은 뭘로 이미지화할 건가요?

세무사 시험의 "감가상각" 개념을 보면 정액법, 정률법, 연수합계법, 생산량비례법이 있고, 각 방법마다 계산 공식과 적용 조건이 다릅니다. 감가대상금액, 내용연수, 잔존가치 같은 개념들도 정확하게 구분해서 암기해야 하죠.

이런 걸 이미지로 어떻게 만들까요? 설령 이미지로 만든다 해도, 그 이미지의 숫자 자체가 몇 천 개에서 몇 만 개가 나올 겁니다.


변리사 시험의 "권리범위확인심판"만 해도 적극적·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의 차이, 심판청구의 이익, 확인대상 발명의 특정, 균등론 적용 여부 등 수십 가지 쟁점이 얽혀 있습니다. 이걸 스토리로 엮는다? 말이 안 됩니다.


이런 식으로 하다 보면 나중엔 이미지 자체가 헷갈리고, 어떤 이미지가 어떤 개념이었는지 까먹게 되며, 결국 이미지를 떠올리는 데 시간만 더 잡아먹게 됩니다.




이미지화가 효과적인 시험 vs 전문직 시험의 차이


유튜브에 암기법이 많이 소개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특정 상황에서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 중간고사, 기말고사, 내신, 또는 상대적으로 양이 적은 시험에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외워야 할 때는 이미지화나 스토리텔링이 먹힐 수 있습니다.

영어 단어 20개를 외워야 한다면? 이미지 연상법이 도움됩니다. 하지만 전문직 시험은 다릅니다.

영어 단어 20개가 아니라 법조문 수백 개, 판례 수천 개, 이론 수백~수천 개를 모두 암기해야 하는 시험입니다.

대학교 중간고사는 보통 한 과목에서 몇 개 챕터, 많아야 100~300페이지 정도를 공부하면 됩니다. 시험범위도 명확하게 정해져 있죠. 이런 상황에서는 핵심 개념 몇 개를 이미지화하거나 스토리로 엮어서 외우면 충분히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직 시험은 어떤가요? 변리사 2차 시험만 해도 4과목인데, 각 과목마다 기본서가 수백 페이지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모든 내용이 다 시험 범위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500명 넘게 컨설팅을 진행했는데, 이미지화나 스토리텔링 같은 방법에 집착하다가 시간만 낭비한 경우를 정말 많이 봤습니다.

특히 처음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이 이런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유튜브에서 암기법을 검색해서 적용하려고 하다 보니, 효과도 없고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하소연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전문직 시험에 진짜 통하는 암기법은 무엇일까?


암기의 본질: 반복과 인출 연습


일단 암기의 본질부터 명확히 하겠습니다. 암기는 결국 반복입니다. 머릿속으로 계속 되뇌고, 떠올리고, 인출하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암기는 눈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머리를 써가면서 머릿속으로 떠올리면서 해야 합니다. 기본서를 그냥 눈으로 쭉 읽기만 하면 절대로 암기가 되지 않습니다.

암기의 핵심은 '내가 지금 이 내용을 머릿속에서 떠올릴 수 있는가'입니다.

책을 덮고, 아무것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 내용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민법에서 "계약의 불성립과 무효"라는 파트가 있다면, 그 안에 있는 목차들부터 시작해서 키워드들이 전부 떠올라져야 합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버퍼링이 걸리고 중간에 막히고 헷갈리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점점 더 빨라지고 점점 더 정확해집니다. 이게 진짜 암기입니다.

목차 → 키워드 → 내용 순서로 암기하기

암기는 목차부터 먼저 시작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본문이나 내용, 키워드보다 대목차, 중목차, 소목차를 먼저 암기하고, 그다음에 내용의 키워드를 암기하는 순서로 가져가세요.

목차는 어떤 주제에 대한 틀이자 뼈대입니다. 뼈대만 잘 세우면 내용을 채우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행정법에서 "행정행위의 하자"라는 큰 주제가 있으면, 그 안에 "무효", "취소", "불가쟁력", "불가변력" 같은 목차들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무효" 안에는 또 세부적으로 "무효의 의의", "무효사유(중대하고 명백한 하자)", "무효의 효과" 등의 세부 목차가 있겠죠.

이렇게 목차 구조를 먼저 머릿속에 확실히 잡아놓으면, 나중에 내용을 채워 넣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목차가 어느 정도 암기됐다면 키워드로 넘어가세요.

키워드라는 게 꼭 단어 하나만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때로는 짧은 문장이 키워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전체 줄글을 통째로 외우려고 하지 말고,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외우려고 하지 말고, 핵심 키워드만 정확하게 암기하는 것입니다.

키워드만 머릿속에 있으면, 나머지 내용은 시험장에서 줄글로 자연스럽게 풀어서 쓸 수 있습니다.



이미지화·스토리텔링의 올바른 활용법


이미지화나 스토리텔링이 잘못된 방법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방법들도 효과적일 때가 있습니다.

다만 전체 암기 전략의 주된 방법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정말 헷갈리는 개념 몇 개를 구별하기 위해 이미지나 스토리를 활용하는 건 괜찮습니다. 민법에서 "무효"와 "취소"가 자꾸 혼동된다면, 이런 경우에는 이미지나 스토리를 만들어서 암기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내가 헷갈리거나 혼동되는 개념, 또는 정말 잘 안 외워지는 것, 외워야 하는 판례 자체가 너무 길 때, 이미지화나 스토리텔링을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암기를 이런 방법에 의존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전체 분량을 이미지화할 수 없습니다. 전체 분량을 스토리로 만들 수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시험의 성격에 맞는 암기법을 선택하라


결국 핵심은 시험의 성격에 맞는 암기법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전문직 시험은 양이 방대하고, 깊이도 깊고, 모든 범위가 다 중요합니다. 이런 시험에서는 화려한 암기 기법보다는 묵묵하게 반복하는 것이 답입니다.

머릿속으로 계속 떠올리고, 인출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이 매우 고통스럽고 힘들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암기는 원래 힘든 겁니다. 누구나 힘들어합니다. 하지만 합격하기 위해서는 이걸 피할 순 없습니다. 이걸 이겨내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암기법을 사용하고 계시나요? 혹시 이미지화나 스토리텔링에 시간을 많이 쏟고 계셨다면, 이제는 방향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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