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이해했는데, 왜 한 글자도 쓸 수 없을까요?
강의를 듣고 기본서를 읽으면서 "아, 이제 알겠다!" 하고 고개를 끄덕이셨을 겁니다.
그런데 막상 문제를 풀려고 하면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는 경험, 분명히 "이해했던" 그 내용이 단 한 글자도 떠오르지 않는 순간을 겪으셨을 겁니다.
분명히 이해했는데, 왜 손으로 쓸 수 없는 걸까요?
지금부터 말씀드릴 내용은 수많은 수험생들이 착각하고 있어서, 그래서 합격을 몇 년씩 늦추는 치명적인 함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가장 위험한 착각: "이해만 잘하면 자연스럽게 암기된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하십니다.
"이해만 완벽하게 하면, 암기는 저절로 될 거야."
물론 이해가 암기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걸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핵심은 이겁니다. 이해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암기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해와 암기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여러분이 어떤 법조문을 읽었습니다. "아, 이 조항은 이런 의미구나. 이런 배경에서 나왔구나. 이해됐어."
좋습니다. 분명히 이해하신 거예요.
그런데 방금 보신 그 조항, 지금 당장 핵심 키워드를 빠짐없이 말할 수 있으신가요?
대부분은 못합니다. 왜냐하면 이해와 암기는 전혀 다른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진짜 이해의 정의 vs 암기의 정의
이해란 무엇인가?
진짜 이해했다는 것은 그 내용을 읽었을 때 막힘없이, 문제없이 술술 읽을 수 있는 것입니다.
"아, 이 말이 이런 뜻이구나" 하고 내용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 그게 이해입니다.
암기란 무엇인가?
하지만 이것과 "내가 당장 그 내용을 쓸 수 있는가"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자, 예시를 들어볼게요.
'코끼리'를 영어로 'elephant'라고 암기할 때, 여기서 이해가 요구되나요?
전혀 요구되지 않습니다. '코끼리'는 그냥 'elephant'이기 때문에 '코끼리'하면 'elephant'를 그냥 외우는 겁니다. 이해고 뭐고 없습니다. 그냥 암기입니다.
나라의 국기를 외우는데 이해가 필요한가요? 대한민국 국기는 태극기, 일본은 일장기, 미국은 성조기. 여기에 무슨 이해가 필요합니까? 그냥 외우는 겁니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연도가 1592년인데, 여기서 이해가 요구되는 곳은 없습니다. 물론 임진왜란이 왜 일어났는지 배경을 이해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만약 "임진왜란이 일어난 연도가 몇 년도냐"라고 묻는 문제가 있으면 결국 저는 "1592"라는 연도 그 자체를 외워야 합니다.
법조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법조문에도 이런 경우 많습니다.
어떤 것은 기간이 1년이고
어떤 것은 기간이 3개월이며
어떤 것은 기간이 30일입니다
그러면 이건 왜 30일인가? 30일로 정해서 그런 거예요. 그 30일 외우는 게 중요한 거예요.
지식재산처장, 특허심판원장 이렇게 있으면, "어? 왜 이 사람은 이걸 할 수 있고 이 사람은 왜 못 하는 거지?" 이해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결국엔 암기하셔야 되는 겁니다.
왜 이 기간은 일주일이지? 왜 이 기간은 3일이지?
그렇게 정한 것뿐입니다.
이해의 장인이 되지 마세요
저는 많은 분들을 컨설팅하면서 이해에만 엄청나게 공을 들이시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마치 나무를 깎듯이, 정말 장인처럼 하나의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몇 시간씩 붙잡고 계시는 분들입니다.
이해를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 같은 부분을 계속 읽고 또 읽습니다.
'이 개념이 왜 이렇게 되는 거지? 논리적 근거는 뭐지? 이게 저거랑은 어떻게 연결되는 거지?'
이렇게 이해의 깊이를 파고들다가, 정작 중요한 암기는 하지 않는 겁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이해가 암기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논리적으로 이해된 내용이 무작정 생으로 암기하는 것보다 더 머릿속에 잘 남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이해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암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해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다 보면, 정작 암기해야 할 것들을 암기하지 못하게 됩니다.
시험장은 "이해했는지"를 묻지 않습니다
시험장에서는 여러분이 "이해했는지"를 묻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아는지", "숙지했는지", "암기하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민법에서 "채권 및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가 완성된다" 이게 맞는지 틀린지를 판단해야 되는 거거든요.
그러면 그 10년을 외우셔야 되는 거예요. 왜 10년이지? 이런 식으로 파고들거나 이해하려고 하면 합격은 늦어지는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이해에 과도하게 힘을 빼지 마세요
이해가 필요 없다는 거 아니에요. 이해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특히 초반에는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그냥 넘어가셔야 되는 게 맞습니다.
계속 회독하고, 암기하고, 문제를 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내용들이 대부분입니다.
논술형 시험 준비생은 더욱 주목하세요
논술형 시험 양, 정말 방대합니다. 너무너무 많아요.
변리사 2차 시험을 예로 들어볼게요. 일사부재리와 관련된 쟁점들을 보면:
일사부재리의 판단 시점
각하심결의 적용 범위
그 외 수많은 세부 내용들...
이런 내용을 이해만으로 시험장에서 술술 쓸 수 있을까요? 절대 불가능합니다.
노동법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서 근로자 측의 집단적 동의권, 정리해고의 요건,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요건...
이것도 단순히 이해했다고 해서 답안지에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양이 너무 많다는 것이죠. 이거 다 이해하려고 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일 년도 부족할 수 있습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내 이야기 같다"고 느끼셨나요? 이해에만 집중하다가 정작 암기는 뒷전이 되어, 시험장에서 아무것도 쓰지 못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것은 공부 방법의 문제입니다. 혼자서 해결하기 어렵다면, 지금이 바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타이밍입니다.
논술형 시험에서는 생암기가 훨씬 효율적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방대한 양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이해에 기반한 암기? 아닙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논술형 시험에서는 생암기가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면서 암기하려고 하면, 시험 날까지 절대 다 못 끝냅니다.
그래서 암기와 이해를 병행하되, 암기에 조금 더 집중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암기가 선행되면, 이해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처음에는 모르고 외웠던 내용들이 점점 쌓이고 쌓이면서, 퍼즐이 맞춰지듯이 뭔가 하나하나 실타래가 풀리면서 나중에 가면 처음에 이해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전체적인 맥락과 다른 내용들과의 연결고리가 이미 머릿속에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 이 개념이 왜 이런 순서로 설명되는지 이제 이해가 되네'
'아, 이 과목이 왜 목차가 이런 식으로 구성되었는지 이제 이해가 되네'
암기가 선행되면 이해는 자연스럽게 뒤따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논술형처럼 방대한 양을 다뤄야 하는 시험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논술형 시험 준비생에게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이해에 힘 빼지 마시고, 암기하세요.
암기 회피하지 마시고. 암기가 힘들고, 괴롭고, 지겹습니다. 하지만 그게 논술형 시험의 본질입니다.
암기를 피해서는 절대로 합격할 수 없습니다.
각 시험마다 접근법이 모두 다릅니다
각 시험마다, 각 과목마다 공부해야 되는 방법, 접근법이 모두 다 다릅니다. 파훼법이 다 다르다는 거예요.
똑같은 방법으로 모든 시험을 준비할 수 없습니다.
어떤 시험은 이해 중심으로 공부해야 됩니다
어떤 시험은 암기 중심으로 공부해야 됩니다
어떤 과목은 논리적인 사고력이 중요하기도 하고요
어떤 과목은 무조건 외우는 게 합격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모든 시험을 똑같은 방식으로 공부하려고 합니다.
'나는 이해 중심으로 공부하는 스타일이야' 이렇게 정해놓고, 모든 과목, 모든 시험들을 그 방식으로만 접근하는 거죠.
이건 비효율적입니다.
수능과 전문직 시험은 완전히 다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해가 암기보다 더 중요한 시험은 수능밖에 없다고 봅니다.
수능은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이해와 적용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수능 이외의 대부분의 시험들, 특히 전문직 자격시험들은 최소한 암기가 이해보다 더 중요하거나, 적어도 그 비중 자체가 이해보다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정리하며: 합격을 위한 진짜 공부법
✅ 이해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암기되는 거 아닙니다
✅ 이해와 암기는 완전히 다른 차원입니다
✅ 이해 없이도 암기할 수 있고, 때로는 암기가 이해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 이해 장인이 되지 마세요. 이해는 도구이고, 암기를 도와주는 도구일 뿐입니다
✅ 목적이 아니고, 합격을 위해서는 암기가 필수적입니다
이해와 암기의 균형을 잘 맞추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시험 유형에 맞는 올바른 공부 방법으로 합격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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