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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톱니바퀴 Nov 26. 2023

나의 KPI 설정 방법론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3원칙과 동기부여를 위한 3원칙

KPI란 기업과 조직에서 말 그대로 핵심 성과key performance의 진행 현황과 예측, 이상 감지 등을 위해 매월, 매분기, 매년 설정해놓는 정량적인 지표를 의미한다. 직장인이라면 이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KPI라는 용어를 처음 들어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회사에서 KPI를 강조하는 이유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으로 자신이 속한 조직의 성공/실패 여부를 진단할 수 있기 때문이며, 모든 조직원들에게 가시적인 목표 수치를 제시하고 진척 현황을 공유하기 쉽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KPI는 모든 조직원들이 상황을 공유받고 의사결정권자들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회사의 성장Growth 실력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전사적인 방향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부를 수 있는 KPI는, 그 중요성만큼이나 잘못 설정했을 때 한해 기업의 농사를 모두 말아먹을 수 있기도 하다.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잘못된 목표로 전력질주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거나, 목표를 잘못 해석해 반대 방향으로 프로덕트를 개선하는 등의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직 KPI 설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론적 명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기업의 KPI는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3원칙과 동기부여를 위한 3원칙을 지킬수록
명확한 역할을 할 수 있다.

1.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3원칙


A. 정량화해야 한다.

당신이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며 다이어트를 한창 진행 중이라고 가정하자. 그러다 목표없이 운동하며 식단하는 것이 너무 지겨워져서 뚜렷한 KPI를 설정하여 동기부여를 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바로 목표의 정량화다. 다른 삶의 목표로는 "건강해지기", "멋있어지기" 같은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적어도 KPI는 이렇게 설정해서는 안 된다. 목표는 체중 X kg, 체지방률 Y%, 근육량 Z% 처럼 숫자로 판단할 수 있는 정량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학생의 시험 점수든, 직장인의 인사고과든, 국가신용등급이든, 미쉐린 가이드든 모두 마찬가지다. 정량화하지 않은 목표는 KPI라고 부를 수 없다.

정량화는 객관적인 가치 판단의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B. 직관적이어야 한다.

기업에서 자주 실수하는 목표 중 하나가, 수치를 정량화해야 한다는 명제를 인지한 후 아주 직관적이지 않은 지표를 세팅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A라는 대형 유통업체의 KPI로 인터넷 주문 성공률을 KPI로 세팅했다 가정해보자. 이 지표는 1월 99.1%, 2월 99.2%이다. 그러다 3월에 99.0%가 되었다. 이 상황에서 인터넷 주문 성공률이 엄청나게 감소했고, 뭔가 의사결정이 필요한 이슈가 감지되었다고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이 경우 A의 KPI는 인터넷 주문 성공률은 전혀 KPI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필자라면, A 회사의 KPI지표는 주문성공99+ 라는 지표를 새로 만들어 성공률에서 99%를 뺀 수치를 모니터링할 것이다. 이러면 +0.1, +0.2, -0.2 같은 보다 범위를 좁혀 직관적이고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KPI 지표가 될 수 있다. 


C. 자동화해야 한다.

'측정할 수 없는 성과는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는 성과는 개선할 수 없다'는 말이 매우 유명하다. 그러나 21세기가 들어선 지 한참이 지난 지금은 추가로 '자동 산출할 수 없는 지표는 개선할 수 없다'는 말이 필연적이 되었다. 자동화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어떤 사람(Human)이 직접 손으로 혹은 나름의 규칙으로 조정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건 불가피하게 지속적으로 KPI의 단순 산출에 인력Human Resource이 투입됨을 의미한다. 이건 모니터링과 이슈 감지 및 발제raising 능력이나 시점이 둔해지는 것을 의미한다.(사람을 더 투입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은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의 목표와 정면 배치된다) KPI의 자동화 산출이야말로 그 기업의 운영 능력 가치를 증명하는 핵심 역량인 것이다.

예를 들어, 시장점유율이 35%로 2위인 기업 B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기업의 대표는 시장점유율이 40%인 1위 기업을 역전하고자 하여, KPI로 시장점유율을 설정하고 목표를 시장점유율 45%를 잡았다. 이건 위의 "정량화", "직관화" 조건을 모두 충족한 지표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좋은 목표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누군가는 매일, 매주, 매월 시장의 모든 기업의 매출액을 조사해야 하는 업무를 담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업무는 매우 지연될 것이며, 심지어 정확성을 담보할 수도 없다. 따라서 B 기업의 대표는 시장점유율 45%를 차지하기 위해서 만들어야 할 제품의 판매 건수, 판매 금액 등을 먼저 시뮬레이션하고 이 목표를 설정했어야 한다.

기업 현장에서는 SQL이나 python 등으로 내부DB 혹은 외부의 정량적 변화를 감지하여 수집, 추출할 수 있는 많은 테크닉이 존재하며, 이는 모두 자동화를 전제한다. 만약 1월 1일 아침 9시에 전년도 12월 31일까지의 KPI를 측정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면 모든 KPI 지표는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

의사결정이 며칠만 늦어도 도태되는 현대사회에서 수기 마감이라고?

2. 동기부여를 위한 3원칙


A. 공유 가능해야 한다.

인터넷 쇼핑몰 C가 있다. C는 정량화하고 직관적이고 자동화할 수 있는 지표로 모든 회사원에게 월마다 공헌이익과 한계이익, 전사 인건비 등을 설정했다. 회사의 대표는 매일 매월 이 지표를 참고로 회사의 큰 방향성을 잡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이 경우 C는 목표를 잘 설정한 것일까? 답은 여전히 '그렇지 않다'이다. 이런 경영지표는 외부 공개 등의 여러 이유로 전 조직원들에게 공개할 수 없는 지표기 때문이다.

열심히 공부했는데 시험 점수를 알려주지 않는다면?

KPI의 주요한 역할 및 기능 중의 하나는, 모든 구성원들이 회사라는 조직의 뚜렷한 목표를 공유하고 다같이 단합할 동기부여를 주는 것이다. C는 단기적으로는 아주 필수적인 KPI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여 잘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나, 조직원들은 이번달 내가, 우리 팀이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전혀 알 수 없다. 따라서 극단적인 경우 조직원 모두가 잘했다고 생각한 기간에 최악의 결과라는 통보를 하며 그 근거를 공개할 수 없는 최악의 커뮤니케이션 단절 사태가 벌어지고 만다. KPI는 가장 크고 가장 정확하고 가장 확실한 조직원간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모든 KPI는 산출 방식과 지표 현황 등이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B. 조작 불가능해야 한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KPI가 개인의 역할 혹은 특정 부서의 잘못된 업무로 과대계상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한 게임회사에서 KPI를 화면에 접근하는 PV(Pageview)로 설정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때 한 개발자와 PM의 실수로 특정 버전으로의 업데이트iteration 시에, 화면에 들어올 때 1초마다 PV를 생성하도록 프로그래밍하여 개발한 버전이 적용되었다. 이때 KPI는 앱 업데이트 날짜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KPI의 여러 역할 중 하나는 조직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그 성과의 지표가 조직에서 자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거나, 조직에서 제출한 숫자만을 믿을 수밖에 없다면 그건 객관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C. 조직간 독립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방송사 D가 KPI를 방송의 시청률로 설정했을 경우, 예능국에서의 시청률과 교양국에서의 시청률의 평균을 두 부서의 공동KPI로 설정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럴 때는 두 부서는 각각 '다른 부서에서 잘못했기 때문에 낮아졌다'거나, '내가 좀 낮아도 다른 부서에서 올려주겠지'같은 잘못된 방향성을 가질 가능성이 생긴다. 그렇기에, 예능국과 교양국은 각각 예능 프로그램 평균 시청률, 교양 프로그램 평균 시청률로 완벽하게 분리하여 운영해야 한다. 만약 예능과 교양 둘의 성격을 모두 지닌 프로그램이 등장한다면, 이 경우 어떤 부서의 KPI에 해당하는지 명확하게 구분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조직간 KPI는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점은 사실 많은 이견이 있는 명제긴 하다. 부서간 완전독립적인 KPI는 사일로silo 효과를 가져온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KPI의 선정 및 목표설정과 부서간 사일로 효과는 연관관계는 있을 수 있으나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다고 보긴 어렵다. 조직의 자율성과 목표 지향성을 고양하기 위해서는 조직간 KPI는 완전히 분리되어야 맞다.



3. 추가로 지키면 좋을 KPI 설정 별칙


A. 선형으로 증가하는 지표면 좋다.

게임사 E가 월 이용자수Monthly Active Users를 목표로 잡았다고 가정하자. 이건 월 중에 모니터링하기 까다로운 지표가 된다. 모니터링 및 관리 차원에서 불분명한 지표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월초일수록 상승률이 높고 월말로 갈수록 상승률이 체감하는 로그log 곡선과 유사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는 일 이용자수Daily Active Users를 일마다 계산한 뒤 합계하거나 평균을 낸 지표를 KPI로 삼되, 월 이용자수는 참고 지표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B. 높을수록 좋은 지표가 더 낫다.

이건 지표의 시각화 통일성을 고려한 개념적 원칙인데, KPI는 높을수록 좋은 개념이 훨씬 직관적이고 모니터링하기 쉽다. 이탈율 감축보다 잔존율 제고, 실패율 감소보다 성공률 증가가 더 좋은 지표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다이어트를 위해 체중 감량을 위한 개인적 KPI를 설정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때의 목표는 두 가지, '목표 체중'과 '감량한 무게' 중 하나를 설정하고자 한다. 목표 체중은 지금부터 다이어트를 하며 목표에 다가갈수록 감소할 것이다.(100kg > 90kg > 80kg) 이럴 경우 진행현황이 음수로 표현되며, 다른 항목과 같이 시각화하기에는 불편한 지표가 될 수 있고, 단번에 진척도를 평가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목표를 감량하고자 하는 체중(30kg 감량 목표)로 지정하는 것이, 증가하여 목표에 도달하는 모습으로 시각화하거나 관리하기가 용이한 지표가 된다.




KPI는 보통 회사에서 1년에 한 번 설정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물론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매출액의 증대와 고객의 증가와 같은 본질적인 이윤창출 행위지만, 이 목표 항목을 모두에게 직접적으로 공유하거나 매일 모니터링하기에는 제한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KPI는 리더에게 의사결정 지원을, 조직원들에게는 동기부여의 원천을 제공하는 목표를 수행하게 된다. 따라서 KPI를 설정할 때는 위의 원칙을 고려하는 것이 회사 또는 조직 전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전심 전력을 다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으며, 성장 곡선growth curve에서의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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