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의 일곱 살 승현이는 초등학교 삼 학년 형인 서진이 하는 건 뭐든 따라 하려고 합니다. 책 읽기. 바둑, 자전거 타기도 좋아하고, 놀이터에서는 형을 졸졸 따라다니며 같이 노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특히, 게임할 때는 친구와 하고 있는 형의 게임에 합류해서 자기가 주인인 양 즐깁니다. 서진이는 게임에 참견하는 동생을 귀찮게 생각하지 않고 같이 즐기는 것을 보면 나이가 어려도 형은 형이다 싶어요.
또 승현이가 게임 조작할 때 손놀림을 보면 기가막힙니다. 게임기 만지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규칙을 알고 버튼을 이것저것 누르는 것을 보면 “천재야, 천재!”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그런 능력이 학습에 그대로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의 바람이긴 하지만그보다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지요.
특히 형이 다니던 유치원에 다니고 싶어 해서 등록하게 되었어요. 형이 수영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무척 부러웠던가 봅니다. 수영을 배우면서 유아반 수영 선수가 되더니 대회도 나가고 제법 기량을 발휘합니다.
천방지축으로 놀기 좋아하는 일곱 살 승현이가 유아반 수영 선수라니, 개구쟁이 얼굴을 쳐다볼 때마다 늠름한 모습보다 웃음부터 나옵니다. 아직 아기 냄새가 솔솔 나서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앞서는데 말입니다.
가끔 대회에 나갈 준비하느라 연습에 매진하는 중이라는 소식을 들으면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중요한 건 꼬맹이 스스로 더 열정을 갖고 한다고 하니까 애인지 어른인지 참 모를 일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저에게 달려와 풀썩하고 안깁니다. 덜 떨어진 눈으로 멀뚱하게 쳐다봅니다.
“잘 잤어? 사랑해.”라고 말해주길 바라는 거지요. 터질 것같이 안아주면 그제야 팔을 풀고 탈출합니다.
“강아지, 오늘은 오줌 안 쌌어?”
“조금요.”
덥석 안고 엉덩이를 만져보니 보송했어요. 보송한 엉덩이는 오줌 싸고도 아무 일 없듯이 다 말라버린 후였던 겁니다. 그렇게 겸연쩍게 실토하면서 미안해합니다.
“아,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어제보다 조금 쌌으니까 오히려 잘한 거야.”
“다음부터는 자기 전에 화장실에 꼭 다녀오자? ”
찰떡같이 대답하지만, 열심히 놀았던 날은 가끔 실수할 때가 있습니다. 자기 집에서도, 외가에 와서도 가끔 실수해도 딸은 아이를 나무라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음 다치지 않게 격려하면서 기다려줍니다. 현명하게 대처하는 딸이 한편으로는 고맙고 기특합니다. 저는 그러지 못했거든요.
예전에 딸을 키울 때 너무 몰라서 혼내준 기억만 떠올라서, 미안했었다고 사과한 적도 있습니다. 다행히도 그런 것들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해줘서 더욱 고마웠습니다. 물론 엄마를 배려해 준 말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요.
잠시 후면 큰 딸과 손자들은 작은 딸 손주들을 만나고,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2박 3일 지내면서 아이들에게 맞춰서 즐겁게 해주려고 바쁘게 지냈지만, 매번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다음번에 올 때는 또 훌쩍 커버려서 말썽꾸러기티를 점점 털어내기에, 어른스럽게 성장하는 모습보다 귀여운 개구쟁이 모습이 더 그리워지기도 하지요.
볼 때마다 훌쩍 크는 손자들을 보면서 내 아이들을 키울 때 생각이 많이 납니다. 오늘은 좀 더 잘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고맙게 잘 커서 손자들을 잘 길러내는 것이 한없이 기특하고 고맙게 여겨지는 아침입니다.
추석이 지나고 연휴 기간에 다시 온다고 하니 그날이 또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