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웬일이야, 왜 이렇게 맛있는 거예요?”
아들은 미역귀를 섞어서 끓인 걸쭉하고 구수한 미역국을 참 좋아한다. 미역귀는 씻으면 끈적한 물질이 나와서 손으로 문지르면 미끈거리는 특징이 있다. 그 맛은 아들의 입맛에도 딱 맞아서 무척 좋아하는 음식이다. 며느리는 한술 더 떠서, 미역국을 한 숟가락 먹고 싶다고 하는데도 안 주고, 아들이 홀딱 먹어버렸다고 투덜거린다.
“아들이 뭐든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하면 너무너무 기뻐.”
역시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 엄마가 끓여준 미역국을 맛있게 먹어주는 아들과 시어머니한테 응석 부리며 표현하는 며느리도 예쁘다.
아들은 대구 시청 사이클팀을 국내 최고의 팀으로 이끈 사이클 감독이었다. 그렇게 성공 가도를 달리던 아들은 최근에 은퇴하고 경기도 여주에 농업회사 법인을 설립했다. 인생 2막은 미래 농업을 선도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안고 새 출발을 한 것이다. 지난봄부터 건설한 대규모의 친환경 농장은 혁신적인 최첨단 기술을 도입해서 스마트한 온실 환경을 갖추고 있다.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친환경 딸기를 생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가족을 대구에 두고 상경한 아들은, 사업장이 가까운 곳에 있어서 함께 생활해도 되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방을 얻어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엄마 마음에 사업하느라 애쓰는 아들을 두고만 볼 수 없어서 도시락을 싸주고 있다. 매일 아들의 도시락을 쌀 때는 그 순간이 너무 귀해서 전혀 귀찮지 않고 기쁨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엄마, 도시락 안 싸주셔도 되는데…. 그냥 회사에서 먹어도 되는데….”
엄마를 힘들게 해 드리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에 말끝을 흐리는 아들.
“네가 뭔데 내 기쁨을 뺏어!”
웃으면서 말하는 엄마의 마음을 아들은 누구보다 잘 안다.
휴일을 맞아서 며느리가 대구에서 올라왔다. 며느리까지 와 있어서 너무 좋았다. 모처럼 아들 며느리와 함께 저녁 먹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힘들 때는 맛있는 거 먹어야 하니까 집으로 오라고 당부도 해두었다.
저녁에 한우 소고깃국을 끓였다. 고기를 좋아하는 아들은 소고깃국을 4번씩이나 가져다 먹으며 엄마 손맛에 감탄한다.
“어머니, 국이 어쩌면 이렇게 맛있는 거예요?”
“국을 다 끓인 후에 설탕으로 마무리했어. ”
시어머니의 우스갯소리에 며느리는 한술 더 뜬다.
“무와 고기와 발란스는 설탕 한 숟가락!”
오징어 오이 미나리무침을 맛있게 하시는 어머니의 손맛은 최고라며 엄지 척하는 며느리를 이뻐하지 않을 수 없다. 며느리에게는 가장 예쁜 접시에 담아서 주고 싶고 그래야 내 마음도 기쁨이 넘친다.
“며느리가 최고의 VIP니까.”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 쿠스쿠스(조단백 함량 좁쌀 비슷함)에 레몬과 올리브유를 섞은 샐러드를 쌌다. 부추전, 오이깍두기, 개방형 오이소박이도 함께 싸주면서 며느리에게 맛있게 먹으라는 눈짓도 함께 보냈다. 즐겁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들과 며느리의 모습이 너무 든든하고 좋다.
아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중고등학교와 대학까지 사이클 대표선수로 지내면서 집에서 생활하기보다 기숙사에서 보낼 때가 더 많았다. 결혼하고, 집을 떠나 있는 시간이 많았다 보니 아들이 먹는 음식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다.
“엄마, 난 유부를 싫어하거든? 당근은 익은 거보다 날로 먹는 걸 더 좋아해.”
요즘은 엄마가 손수 차려주는 집밥을 맛있게 먹으면서, 본인의 식성을 속삭이듯이 표현해 주는 아들이 정말 고마웠다.
이 글은 며느리를 최고의 VIP로 대하는 시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음식 솜씨가 좋으시고 가족을 위해 매일 손수 빵을 만드시는 지인이세요. 저와 만날 때도 항상 직접 만든 빵을 챙겨 주세요. 빵 맛은 어느 빵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담백하고 맛있는 건강빵이랍니다.
지인은 저에게 보석 같은 말씀을 해주십니다.
“눈물을 뿌리며 키운 자식은 절대로 나쁜 길로 갔다가도 엄마의 눈물을 생각하고 다시 돌아와.”
“그리고 내가 볼 때 자식은 정성 들인 만큼 되는 거야. 거저 되는 자식이 어디 있어. 도시락을 싸도 정성 들여 싸다 보면 그게 자식하고 교감이 되는 거야.”
며칠 전 지인과 나눈 대화를 통해서 저를 다시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따뜻하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계시는 지인의 성품을 다시 한번 새기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진학하면서 기숙사 생활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른 지역에 독립해서 지내고 있는 아들을 생각했습니다. 유독 집밥을 좋아하고 집에 와서 밥을 먹을 때는 엄마가 해주신 밥이 최고라고 늘 치켜세우는 아들에게 고맙고 보고 싶습니다.
내일은 아들이 옵니다. 저도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정성 들여서 해주면서 함께 즐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