話頭 (2)
제1조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아~ 마치 공기처럼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이 조항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습니다. 어~! 그런데 일요일 오전 이 비상시국에 여당대표와 국무총리가 TV에 나와서 담화를 발표하는데, 들으면서 바로 의문이 들었습니다. '나는 저들에게 선거한 적이 없는데~?' 주권이 실제로 발현되는 제도는 선거와 투표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평등하게 1인 1표씩 갖고 있지요. 그런데 '지금 국민의 뜻이라며 담화를 발표하는 저들은 도대체 누구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니나 다를까요. 발표직후 뉴스에 바로 법률 전문가들이 나와서 위헌적인 발상이라고 경고합니다. 단지 정치적인 선언일뿐 법적인 효력이 발생할 수 없다고 하네요. 이상하지만 정확하게 뭔지 몰랐던 개념을 교수님들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시니, '그동안 몰랐던 이런 권리가 나에게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겼던 '주권'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깨달았습니다.
주권이 발현되는 제도로 선거와 투표가 있다면, 이것을 실행하는 방법으로 우리 국민은 '촛불집회'를 선택했습니다. 참석해 본 적은 없지만, 매우 평화적이고, 질서 정연하며, 뒤처리도 깨끗이 해서 해외에서도 많이 놀라는 시위문화라고 합니다. 만날 거대한 확성기로 악을 써대며 서로 비판하는 모습만 보다가, 아직 어린 학생들과 젊은이들이 집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나왔다며 촛불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이번엔 신세대답게 아이돌 콘서트에서나 보이던 응원봉을 들고 나왔더군요...) 같이 자리하진 못했지만, 같은 국민으로서... 같은 주권자로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이번 사태로 그동안 곪을 대로 곪았던 고름이 터지듯이 우리 사회의 그림자가 드러나고 있는데요. 한 가지 순기능은 주권이란 무엇이고, 그 행사가 얼마나 중요하며, 국민저항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깨닫게 해주는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우리의 미래들에게 말이죠. '공개 오디션'프로그램으로 잘 단련된 우리의 미래들이, 앞으로 선거에서도 자신의 뜻을 잘 표현, 표출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이 점 하나는 마음에 듭니다.
<사진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