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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박영감 Dec 16. 2024

세대교체

話頭 (8)

수구 (守舊)*


    큰 사건이나 변화로 조직체계나 인사가 물갈이되는 것을 흔히 세대교체라고 합니다. 음... 요즘 뜨거운 감자인 '질서 있는 퇴진'이라고 할까요? 이것은 과거에 실제로 이렇게 진행됐습니다. 후배 기수가 더 고위직으로 승진하면, 뒷 일은 후배들에게 맡겨두고, 선배 기수들이 조직을 떠다는 것이 당연한 순서였습니다. 그리고 관례로 '전관예우(前官禮遇)*'라는 암묵지로 이런 떠나는 선배들의 편의를 봐주었죠. 이게 지금 말하는 질서 있는 퇴진이었을 겁니다.


    예를 들면, 법조계에서는 최근에 판사에서 퇴직한 변호사가 수임하면 승소율이 높다는 얘기가 있죠? 그리고 금감원 같은 정부기관에서 퇴직한 사람이 은행 같은 관련 민간기업의 고문으로 발탁되는 것도 전부 이런 과정의 하나이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이 관례가 각종 비리와 특혜 범죄에 연루되면서 비난받기 시작했습니다. 질서 있는 퇴진이 불명예 퇴진으로 전락했죠. 그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情'으로 여겨지던 전관예우는 매우 부정적인 낱말로 의미가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편의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요?


기득 (旣得)*


    편의를 누리던 사람, 혹은 누릴 것이 기대되던 사람, 즉 기득권층은 세상이 각박해졌고, 심하면 빼앗겼다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수구'의 길로 들어서게 되겠죠? 지금 '국민의 힘'에서 탄핵반대를 강하게 주장하는 국회의원들 상당수가 '박근혜대통령 탄핵사건'에서 찬성했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들은 세대교체를 주도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수구가 되었죠.


    이번에 지켜보니 세대교체를 제대로 진행하고 있는 국회의원은, 제가 보기엔 딱 한 명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번 사건은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갈등의 문제라기보다는 세대교체, 세대갈등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이것도 '갈라 치기'라는 악습과 매한가지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꼰대들에게 '답정너'라는 말이 안 통한다는 프레임을 씌워왔습니다. 심한 매도지요. 그동안 기득권층의 입틀막에 분노했던 것처럼, 우리도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는 이들에게 입틀막을 시도해오진 않았나도 생각해 봅니다.


<사진출처 : 뉴스 1>


* 수구 (舊, 지킬 守, 예 舊) :  제도나 풍습을 그대로 지키고 따름.

전관예우(遇) : 장관급 이상의 고위 관직에 있었던 사람에게 퇴임 후에도 재임 때와 같은 예우를 베푸는 .

기득 (得, 이미 旣, 얻을 ) : 이미 얻어서 차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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