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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raosha Apr 21. 2023

생활의 편리함을 기대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선진국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지만 선진국은 선진국이었다.

  런던에 오기 전, 선진국에서의 삶은 과연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관광객이 아닌 거주자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 가지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생활이 편리할 것이라고 생각 아니 기대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관련 예능을 보다 보면 우리나라가 상당히 생활하기 정말 편하고, 아니 편리하고 좋다는 느낌을 받은 것도 있는 데다가 대부분의 지인들이 우리나라만큼 살기 좋은 곳이 없다고들 했었다.


  물론 돈이 충분히 있다면 말이다.


  농담이다. 런던에 와서 이게 정말 선진국인가 싶을 정도로 실망 아닌 실망을 많이 했었다. 대표적으로 무단횡단, 분리수거는 전에도 언급했지만 진짜 담배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참기 힘든 것 중에 하나였다. 아이를 옆에 데리고 있는데도 담배를 피우고, 아웃사이드에서 식사나 커피를 마시는 곳은 그냥 담배를 피우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걸어가면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너무나도 많이 피워댄다. 노상방뇨며 술 마시는 것은 뭐 더 할 이야기가 없을 정도이다.


  게다가 전기, 가스, 수도 등은 추정치로 돈을 받아가고(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스마트미터기가 있는 곳은 좀 다르다.), 정산 따윈 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마구 쓸 수도 없다. 마구 쓰면 사람이 방문해서 문제가 없으면 돈을 더 떼간다. 이게 2023년 런던에서의 일상이다. 


  병원 예약부터 일반 행정에 이르기까지 전자우편이나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것보다 전화가 훨씬 정확하고 빠르지만 그 전화는 연결하는 데까지 답답해 미칠 지경이고, 내용이 잘 전달 됐는지 싶을 때도 많다.


  내가 생각했던 선진국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편리함과 속도까지는 바라지는 않았지만 유사 수준에 이르지 않을까였지만 기대를 아주 저버렸다. 꼭 편리함과 속도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매너나 시민의식에 대해서도 의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일단 눈이 마주치면 잘 웃는다. 우리나라라면 웃으면 이상한 사람 취급 당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선 흔한 일인 것 같다. 너무 오래 마주치면 How are you?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그리고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Please, Thank you, Sorry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듣는다. 나름 Magic word라고 불리기도 한다. 길을 지나가다 먼저 앞으로 갈 때 미안하다고 하거나 고맙다는 말을 한다. 길을 비켜주거나 막거나 뭐 조금이라도 불편한 상황이 있거나 예정이거나 그런 상황에 놓이면 미안이나 고맙다는 일상이다. 괜히 신사의 나라는 아닌 것 같다. 특히, 유럽 여행하다 보면 영국이 왜 신사의 나라인지 더 깨닫게 된다.


  이보다 선진국의 느낌을 강하게 받는 것은, 약자에 대한 배려이다.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내가 급하더라도 약자에게는 양보한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금세 알 수 있다. 아이를 데리고 있다면 너무나도 쉽게 자리를 비켜주고, 몸이 불편하거나 비슷한 상황에 놓은 사람이 타면 알아서 다 비켜주고 자리를 만들어주고 심지어 도와준다. 도와준다라는 표현보다도 잘 참고 기다려준다가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무거운 짐을 들고 있거나 나이 많은 분들이 무언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도 도와주는 사람이 많다.


  더 흥미로운 것은 길거리의 노숙자에게도 단순히 금전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서 준다거나 아니면 데리고 들어가서 먹고 싶은 것을 고르게 하는 모습도 너무나 자주 봤다. 가방에서 바나나를 꺼내어 주는 분들도 계셨는데, 우리나라라면 이 모습을 보고 무슨 말이 나올까 싶다. 영국 지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그 사람이 그렇게 될 때까지 나라는 뭘 했냐며 당연히 도와줘야 된다고까지 말했다. 참고로 영국지인은 50대 영국인 아저씨이다. GB(Great Britain)를 사랑하시는 영국인이시다.


  이와 비슷한 느낌으로 기부라는 문화가 나에게는 굉장히 일련의 이벤트와 같지만 이곳에서는 일상에 녹아져 있다. 우리나라라면 누가 얼마를 기부했냐가 중요하겠지만, 여기서는 1파운드가 됐든 1,000파운드가 됐든 기부를 하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특히, 학교에서 정말 자주 기부행사를 하는데, 아이들은 그것을 보고 배워서 나중에 자라서 그리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이곳은 이상하리만큼 일을 하든 무엇을 하든 여유가 느껴진다.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못하겠지만, 정말 그러하다. 나는 이런 여유가 없이 살아왔던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우리나라로 돌아가면 여유가 생기진 않을 것 같다.


  나에게는 이런 모습이 상당히 선진국스럽게 보였다. 영국의 경제상황이나 사회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지만 어찌 됐든 선진국은 선진국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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