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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raosha Apr 27. 2023

FRC(퍼스트 리퍼블릭 뱅크)라고 들어봤니?

내가 올해 가장 잘한 일...이라고 해야겠다.

  나는 주식을 거의 10년 가까이하고 있지만 주린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책을 읽었지만 부화뇌동파에 가깝게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짓을 종종 한다.


  한동안 잠잠했던 내 투자원칙을 벗어나는 행동을 올해 3월 21일에 행했다. 그 주식은 FRC(퍼스트 리퍼블릭 뱅크)였다. 나름 주식일지를 작성하는데, 3월 21일에 써놓은 내용을 4월 26일인 지금 보니 너무 우습고도 기가 찬다. 경영상태가 양호하다고 판단했다는 말이 적혀있는데 무언가에 씌었던 흔적이다. 사실 초단타 내지는 단타를 노리고 욕망이 가득한 채로 매매하면서도 저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었다니 웃길 노릇이다.


  그동안은 미국주식은 장기투자 목적인 경기민감주와 경기방어주를 50 대 50 비율로 꾸준히 매수하고, 단기투자로는 주로 레버리지 ETF와 ETN을 매매했었다. 작년에 한 때 -45%까지 갔던 내 계좌는 올해 3월을 기점으로 -5%까지 복구가 되면서 레버리지 상품만 정리를 했다. 이로 인해 잔액이 발생하면서 -5%에 해당하는 금액을 어디선가 채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마침 그날이 3월 21일이었고, SVB가 상장폐지된 후 은행들이 휘청이는 시점이었다. 그 3월 21일에 FRC가 29.47% 상승으로 마감하던 날이었는데, 달리는 말에 올라타 -5% 만큼 복구할 생각이었다. 프리장부터 심상치 않더니 본장에 접어들면서 한 때 35%가 넘어가는 상황도 있었기에 적정 시점에 올라타 재미를 봤다. 하지만 -5%만큼 복구하기엔 조금 모자랐고, 약간의 후회감이 들었다.


  이 후회로 마무리를 했어야 했는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듯이 나는 그동안의 투자원칙을 잊어버린 채 3월 22일 프리장에서 16.59달러에 매수를 진행했다. 3월 22일 종가는 13.33달러였고, 전일 대비 -15.47%였다. 이는 프리장에서 전일 대비 5% 넘게 비싸게 매수했던 터라 실질적으로 -20%였다.


  하락 시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손절해야 했지만, 손절 타이밍을 놓쳤고, FED와 우량은행들이 FRC를 챙겨주겠지라는 막연한 착각 속에서 보유라 쓰고 존버를 선택했다. 물타기도 못했던 것이 단타 목적으로 몰빵 했기 때문이다. 이때도 분할매수했어야 했는데 정말 무언가 씌긴 했던 것 같다.


  이러면서 시간은 계속 흐르고 한 때는 -45%까지 내려왔다. 중간중간 앨런의 삽질로 인해 주가는 요동쳤으나 소위 말하는 본전까지는 멀고도 멀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나의 이 무지한 매수를 뒤돌아 보았고, 마지막 손절 타이밍을 실적발표일로 잡았다. 그날엔 어찌 됐든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쪽으로 매도를 계획했다.


  4월 24일이 되기 전 주가는 15~18% 정도가 상승하고 있었고, 실적 발표일인 4월 24일 미국장 마감 시 16.00달러까지 복구가 되었다. 실적 발표는 미국장 마감 후 바로 진행됐는데, 나는 애초에 17.00달러에 매도를 걸어놨는데 그 당시에도 이익을 보겠다고 생각했었다. 미국장 마감 후 실적 발표가 나오기 직전 16.60달러로 매도 금액을 정정하고 환차로 인해 약간의 수익(대략 40만원 정도)을 기대했다. 이때가 아니면 팔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컸고,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했다. 왜냐면 이 당시 금융주에 대한 전반적인 분위기가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4월 24일 밤 9시 5분경, 애프터장에서 전량 매도가 체결되었다. 물론 16.80달러 정도까지도 체결되는 것을 보긴 했으나 어찌 됐든 손해를 보지 않고 판 것으로만으로 만족했다. 소위 달러로는 손절이 맞겠지만 아이러니하게 환차로 익절이 됐다. 그날 아내에게 나는 올해 들어서 가장 멍청한 짓을 가장 잘한 일(=스트레스를 줄이는 일)로 포장하며 즐거워했다. 정말 어리석고 바보 같았으나 어찌 됐든 가장 큰 스트레스가 줄었다. 4월 26일 현재 주가는 5.69달러까지 내려왔다.


  그동안 미국주식이나 레버리지 ETF 등을 매매했지만, 레버리지도 아닌 단일 종목의 변동성이 이렇게 큰 것은 처음 경험했다. 3월 3일 123.22달러였던 것이 4월 26일 5.69달러가 됐으니 사실상 산송장이라고 표현한 어떤 매체의 보도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상폐만 되지 않고, 어떤 이벤트 등의 발생으로 원래 주가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회복할 것을 기대하고 매수를 진행해도 되겠지만, 시가 총액의 대부분이 날아가고 악재들이 계속 발생하는 상황을 참고 견딜 수 있는 멘탈은 나에게 없는 것 같다.


  짧은 시간 동안 투자원칙이고 나발이고 결국 욕심 가득한 내 모습을 보며,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아내는 올해 들어 가장 밝은 모습으로 웃고 있었다며, 자주 좀 그리 웃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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