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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raosha May 24. 2023

본머스 다녀오기

유일한(?) 모래사장

  아직은 수영하기엔 바닷물이 차디 차지만, 날씨가 좋아서 모래사장이 있는 본머스에 다녀왔다. 런던에선 대략 2시간 정도 걸리지만 딱히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레일을 타기에 나름 만족했다. 


  가던 날이 찰스 3세의 대관식이라서 워털루역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런던에 와서 엘리자베스 2세 서거부터 대관식까지 어떻게 보면 세기의 한 장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해야 되나 싶다. 찰스 3세에 대해 내가 아는 영국지인들은 대부분 네거티브 일색이었지만 대관식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있는 걸 보면 이해하기 힘들기도 하다. 여하튼 찐 영국지인은 GB(그레이트 브리튼)를 외치며 지금은 약해빠진 대영제국의 과거를 찬양하고 있었다. 웃자고 하는 소리이다.


  찐 영국지인은 런던 근교의 모래사장이 있는 곳이라며 본머스를 추천해 주었다. 본머스에 도착해서 놀란 점은 한국인이 많고, 한식당도 많았다. 한국사람은 한국사람을 알아본다고 금방 한국말로 응대하는 것을 보면 타국이라서 그런지 너무나도 반갑다. 식당에서는 김치를 내어주시곤 했다. 


  본머스의 느낌은 모래사장이 있는 작은 소도시라고 해야겠다. 아직은 모래사장에 많은 인파가 몰리진 않아서인지 한산하고, 조용하다. 아들이 미술에 관심이 많은 터라 러셀 꼬트 아트 갤러리에 들러서 이 하우스의 주인양반이 세계를 여행하면서 모아 온 각종 미술품과 소장품을 봤다. 건물 안에서 본머스 바다 풍경을 보고 있자니 부유해진 느낌이었다.    


  갤러리를 뒤로하고 바다로 향하던 중, 관람차가 있어서 높은 곳을 싫어하는 나를 빼고 아내와 아들은 런던 아이의 축소판이라며 즐거운 마음으로 입장했다. 아내는 한 두 바퀴 돌면 끝나겠거니 했는데 무려 6~7바퀴를 돌다 보니 나중엔 무서웠다고 한다. 



  바다 근처에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서 피시 앤 칩스를 파는 유명한 Harry Ramsden's라는 곳이 있다. 포장해서 모래사장에 먹는데 영국 와서 먹었던 피시 앤 칩스 중에서는 손가락 안에 드는 것 같다. 그 밖에서 음식을 포장해서 모래사장에서 먹어도 되니 근처의 식당에서 적당히 포장하면 된다. 


  아직은 바다에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차갑지만, 물에 들어가서 노는 아이들과 서핑에 진심인 분들이 많다. 아들은 모래만으로도 즐거운지 자꾸 땅으로 들어가려 했다. 


  2박 3일 일정으로 왔던 것은 여유롭게 즐기기 위함이었는데, 3일 중 하루만 맑았고, 나머진 비와 벗을 삼았다. 하루라도 즐겁게 보냈으니 만족했다. 다만, 본머스의 에어비엔비와 호텔은 가격이 좀 있는 편이지만 그만큼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다음엔 당일치기로 올 생각을 하고 있다. 


  바다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날씨가 되면 아침에 와서 찐하게 놀고 저녁에 돌아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5월의 영국은 해가 길다. 대략 9시 정도에 노을이 보이니 말이다.


  다음 주에는 에든버러에 갈 예정인데, 기대가 된다.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야간열차를 타기 때문이다. 칼레도니안 슬리퍼라고 침대가 있는 기차이다. 나와 아내는 남은 런던 생활에서 평소 해보지 않았던 여행을 지속적으로 계획 중이다. 그중 첫 번째가 야간열차이고, 조만간 크루즈 여행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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