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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루 Jan 11. 2023

브런치 한 번에 합격한 썰 (1)내가 무슨 브런치야?

제 모든 비법을 공개합니다...! (약장사 재질ㅎㅎ)


브런치를 해보라며 권유를 받았던 것이 그러니까, 2021년 가을이었습니다.

당시의 저는 '에이~내가 무슨 브런치야. 구글에 툭하면 검색도 잘되는데 악플이라도 달리면 어쩌려고?' 하는 생각으로 고개를 저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브런치를 일정 부분 낮은 수준의 글쓰기로 치부했던 마음도 있었습니다.

제 기준에는 블로그보다 조금 더 성의 있게 쓴 글 정도였다고 할까요?

이건 평소 책에 대한 기준치가 높아서일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시를 쓰면서 백일장을 다녔습니다.

장학생으로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하고 20대를 지나오면서

한 번도 제가 쓴 글로 책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문학이라면 더더욱.

나름 잘 쓴다고 생각하면서 대학에 입학했는데 저 위에서 날아다니는 동기들을 보며

어린 마음에 꽤나 주눅이 들었거든요.  


아, 문학은 저렇게 재능 있는 애들이 하는 거구나...
나는 빨리 다른 길을 알아봐야지!



졸업을 한 뒤로는 줄곧 먹고살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기사, 보도자료, 사업계획서, 상세페이지, 광고 카피 등.

나름 재미도 있었고, 성취감도 들었습니다. 먹고살기에 그리 여유 있지는 않았지만.



보도자료를 쓸 때 매일 기록해 놓은 엑셀 파일입니다.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보도자료를 쓸 때마다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서 기록했습니다.


그리고는 서른이 되었을 때, 인터뷰이로 만났던 한 시인과 인연이 되어

본격적으로 시를 다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대학 시절 워낙에 학과 공부를 게을리한 탓이었을까요. 모든 게 새로웠습니다.

칭찬을 받을 때마다 제가 꽤나 재능이 있다는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다시금 시를 배우는 과정에서 전공 교수님과 연락이 닿아 교류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지인들과 모여 시 모임을 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등단을 준비했습니다.


시를 다시 쓰는 동안, 함께 공부를 했던 지인들은

하나둘씩 등단을 하고 굵직한 출판사에서 시집을 출간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등단에 실패했던 저는 시에 대한 의욕을 잃고 의기소침해졌습니다.

등단을 준비할수록 입시를 준비하는 사람처럼 느껴져 시로부터 멀어지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렇게 외부에서 듣던 시 수업과 모임을 하나둘씩 정리해 갔습니다.



화초야, 너의 탈출을 응원한다!


열패감, 불안함, 우울함, 자격지심, 비교의식... 모두 시를 쓰면서 생긴 저의 못난 것들입니다.

원래부터 갖고 있었는데 시를 쓰면서 더욱 발현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욱이 높은 수준의 글이나 책이 아니라면 가벼운 것으로 여겼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책을 내거나 시집을 출판하는 사람을 보면 불끈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제가 브런치 권유를 받고 조용히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지인의 말 때문이었습니다.


 

글을 발표하지 않으면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퇴보를 하게 되고
결국 다음 행보를 밟기가 어려워져요.



볼멘소리 혹은 잔소리가 아니라 진심 어린 조언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일단 저는 두려움이 앞섰기에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지 않은 채 네이버 카페로 향했습니다.

비밀로 저만의 카페를 하나 개설하여 그곳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카페를 추천하는 이유는 게시판을 일종의 목차처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C가 없는 공간에서도 휴대폰만 있으면 카페 어플을 통해 손쉽게 글을 작성할 수 있고

내가 썼던 글을 찾아보고 싶을 때는 단어 단위로 검색하기도 수월합니다.

블로그가 아닌 카페를 선택했던 이유는

온라인에서 아무도 모르는 저만의 글쓰는 작업실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비밀로 카페를 만들면 검색조차 되지 않는데 그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만든 비밀 카페입니다. 회원수는 오직 저 한 명...! 옆 게시판을 책의 목차라 생각하고 글을 써두면 편리합니다.  


저는 하루 만에 글의 주제와 목차를 정하고

두어 달 동안 초반에 기획했던 분량의 절반을 썼습니다.


그러나 2022년이 된 이후,

퇴사를 하고 수업과 모임 등의 외부 활동에 전념하느라 잠시간 집필을 멈췄고

글은 완성되지 않은 채로 1년 여가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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