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신청과 개강
직장인이면서 야간 MBA학생으로서, 직업과 학업을 병행하는 이야기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한다. 관련이 있는 분들께서 보시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신다면 만족할 따름이다. 관련이 없으신 분들은 과감히 Pass를 하시기를 바란다.
#. 수강신청
빡센 교수님을 피해야 하고, 널럴한 수업을 듣고 싶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 듣고 싶은 과목들도 있고, 필수과목으로 반드시 들어야 하는 과목도 있다. 4학기 동안 이수해야 할 최소학점을 채우려면, 일과 병행하여 마냥 쉽지 많은 않을 듯하다.
누가 등 떠민 것이 이니라 나 스스로 선택한 학업의 길.
많이 배우고 싶은 욕심이 있으나, 첫 학기이니, 비교적 쉽게 가볼까 하는 마음으로 기울고 있었는데… 강의 개설표를 보다 보니 듣고 싶은 과목들이 생각보다 많다. 욕심을 너무 부리다가 쉽지 않은 학기를 보내면 안 되는데… 그래도 다행히 개강 초에 수강신청 변경기간과 Drop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선 최대한도로 수업을 신청해 놓고 첫 주에는 모두 들어보고 나서 듣고 싶은 과목 위주로 선별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첫 주 수업을 마치고 3과목을 drop하였다…)
수강신청을 생각하면, 20여년전 학부시절에 수강신청을 하던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에도 온라인 수강신청이었으나, 학교에 있는 컴퓨터에서 30분 먼저 신청할 수 있었고, 그래서 먼저 컴퓨터실에 들어가려는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새벽부터 줄을 서다가 급기야는 전날 밤부터 컴퓨터실 앞에서 줄을 서기까지 했다. 마치 지금 아이폰 출시전날 매장 앞에서 밤을 새워 기다리는 풍경과 같다.
친구들과 함께 줄지어 앉아서 밤을 새웠던 그날 밤을 잊을 수 없다. 비좁은 공간 속에서 계단을 따라 앉았었는데, 아침에 ‘문이 열렸는가’ 하고 누군가 일어섰고, 뒤이어 다른 사람들도 일어서다가, 계단에서 누군가가 넘어지면서 아래로 도미노처럼 사람들이 넘어졌었다. 자칫 잘못하면 압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정도의 위기 상황. 다행히도 큰 사고는 없었지만 매우 아찔하였다. 그날 이후 나는 인기과목 수강신청을 못하더라도 학교에서 줄 서는 것은 포기하였고, 다행히 몇 학기 뒤에는 교내, 교외 모두 같은 시간에 수강신청을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현재 MBA의 수강신청은 그렇게 치열하지 않다. 학부생들처럼 바글바글한 사람들이 수강신청을 하는 게 아니라서, 인기과목이 먼저 마감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한 번의 수강신청이 한 학기의 생활을 좌우한다. 따라서 정보수집은 필수. 선배기수들이 알려주는 들은 소중한 경험담 한마디 한마디에 신입생인 우리의 귀는 쫑긋 해진다. 배울게 많은 수업, 과제가 적은 수업, 시험이 쉬운 수업, 그리고 학점을 잘 주는 수업 등의 정보를 모두 입수한 이후에, 선택은 결국 본인의 몫! MBA 학생인 만큼 본인의 니즈와 상환을 종합 고려하여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 개강
어색함과 기대감이 감도는 인간관계. 두려움과 설렘이 감도는 신학기. 이제 다시 시작이다. 도전에 후회는 없다. 만학도이지만 공부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개강 첫 날, 학생으로 캠퍼스를 오르는 마음은 매우 색다르다. 설레임, 기대감, 긴장감을 조합한 묘한 마음이다. 첫날의 기억은 뇌리에 진하게 남는다. 토요일 오전수업 후 학교에서 배정해 준 조원 5명과 함께 점심을 먹고, 다시 오후 수업 후에 조원들과 커피를 마셨다. ‘긴 하루였어요.’라는 나의 말에 모두들 공감 100%.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을 진한 농도로 듬뿍 채운 하루였다.
20여년 만에 다시 학교에 와서 강의실에 앉아서 수업을 듣는 일이 아직까지는(?) 너무나 좋다.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 느낌만으로도 생기를 준다. 다만 직장인으로서 바쁜 일주일을 보내고, 주말 종일 수업을 듣는 일은 카페인을 필요로 한다.
참고로 내가 다니는 MBA에서는 토요일 점심에 식권을 주어서 학교 주변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가 있고, 주중 야간 수업 중간에는 햄버거나 핫도그 같은 간식과 음료를 제공해 준다. 비싼 등록금 낸 보람이 있다.
개강 첫날은 탐색의 시간, 교수님과 학생 간에, 학생과 학생 간에 보이지 않는 눈빛으로 서로를 탐색한다. 그래서인지 교실에는 무거운 긴장감이 감돈다. 아인슈타인이 빛도 중력의 영향을 받아 굴절된다는 것을 연구했다고 하는데, 탐색의 눈빛으로 인한 공기의 무게는 수치화할 수 없겠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다행히 수업들은 모두 마음에 든다. 나의 선택에 만족한다. 선택은 언제나 포기를 동반하는 행위이다. 늦은 나이에 학업을 함으로써 포기하는 비용과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열심히 배우고, 학생의 신분을 즐기려고 한다.
혹시 직장인으로서, 무언가 정체되는 것 같고,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면, 야간(주말) 대학원 진학을 추천한다. 다시 새록새록 새로운 마음으로 인생을 사는 느낌을 느낄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