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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치있는 스텔라 Apr 27. 2024

음식보다는 다양한 관점을 나누는 집들이

어느 날, 남편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기로 했다. 남편 친구들은 술을 잘 마시지 않기 때문에 만나면 커피숍에서 몇 시간씩 이야기를 하거나, 술집에 가더라도 거의 안주만 먹고 온다. 그래서 내가 그럴 바에는 음식을 해줄 테니, 집으로 와서 편하게 놀라고 했다.  


처음 그렇게 말하고, 날짜를 조율하는데 우리의 여행과 겹쳐 한 달 정도 뒤에나 모일 수가 있었다. 신랑 친구들은 언제쯤 갈 수 있나고 남편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때, 가볍게 놀러 오라고 한 건데 혹시 기다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 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볍게라고는 했지만 초대를 했으니, 초대 음식을 마련하기로 했다. 나는 보통의 초대 음식보다는 우리 집 시그니처 메뉴를 준비하기로 했다. 우리집만의 특색 있는 음식을 맛 보여 주고 싶었다.


처음 집들이의 주 요리는 삼겹살 수육이었다. 이 음식은 보통의 수육과는 하는 방식이 다르다. 보통 수육은 삼겹살을 통째로 된장물에 삶는 방식이라면 우리는 바비큐처럼 만드는 특징이 있다. 두꺼운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손바닥 한 뼘 크기의 수육을 통째로 넣는다. 여기에 소주와 물을 자작하게 부어서, 졸여낸다. 그렇게 되면 삼투압 현상에 의해서 삼겹살 안의 기름이 밖으로 빠져나와, 겉은 아주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바비큐 수육이 된다.

그리고, 수육에 어울리는 샐러드로 생강 간장 소스를 뿌린 양배추를 곁들였다. 보통은 김치와 함께 먹지만, 얇게 채진 양배추 샐러드를 곁들였다. 처음에는 생소한 조합 때문에 당황할 수 있다. 그러나 천천히 양배추를 씹으면,  생강소스가 조화롭게 어울려 바비큐의 느끼한 맛을 잊고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 집들이의 메인 요리는 갈비찜과 감자전이었다. 갈비찜은 워낙에 많은 레시피가 있고, 만드는 방식은 비슷하지만, 나는 압력솥을 이용해서 갈비찜을 만든다. 그러면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갈비찜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감자전과 호박전을 곁들였다. 보통 전이라고 하면 밀가루를 입히고, 계란물을 입혀서 구워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우리 집 감자전과 호박전은 튀김과 전 사이에 있다. 밀가루 반죽을 물을 만들어, 최대한 얇게 자른 감자와 호박에 살짝 묻혀, 넉넉히 기름을 둘러서 구워낸다. 그러면 포장마차에서 파는 감자튀김이나 고구마튀김의 느낌이 난다. 최대한 얇게 잘라서 바삭하게 구워내기 때문인 것 같다.


음식을 맛본 남편 친구들은 맛있게 먹었다고 좋아했다. 초대해 줘서 고맙다고 하는 인사치레였을지도 모르지만, 진심이 느껴져 내가 더 고맙다.

그리고, 남편 친구들 초대는 이벤트가 아니라 한 달에 한번 만나는 정기 모임으로 자리 잡았다. 먹는 반찬에 숟가락만 더 놓으면 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지만, 입맛에 맞을까 걱정이 되기는 한다. 그래도 멀리까지 와주는 남편의 친구들이 고맙고, 자주 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모인 사람만큼의 다양한 이야기가 있어서 좋다. 또 모인 사람만큼의 다양한 관점이 있어서 좋다. 다른 이들의 생각을 듣고, 공감하고, 나누고 별것 아닌 것 같은 소소한 일상이지만, 거기에 우리만의 관점을 부여하니, 그 시간이 더 의미 있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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