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의 일이었다. 아들이 조용히 식탁에 와서 말했다.
"엄마! 장어덮밥 먹고 싶어요~"
"정말? 저녁 먹은 지 얼마 안 됐잖아! 어떻게 하지 지금은 너무 늦었고, 내일 엄마가 장어 사다가 해줄게~ 많이 먹고 싶은가 보네~"
당장 시켜줄 거라 생각했던 아들의 얼굴에서 실망한 듯한 표정이 보였다. 요즘 부쩍 크려고 하는지, 장어와 같은 고단백 음식을 먹고 싶어 했다. 아들은 내일 꼭 해달라고 하면서 방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 등굣길에 집을 나가면서, 아들이 다시 한번 말했다.
"엄마! 오늘 저녁에 장어 꼭 구워줘야 해~"
"응! 있다가 엄마가 장 봐와서 해줄게~ 학교 잘 갔다 와~"
환한 웃음을 보이며, 아들은 대문을 나갔다. 대문높이만큼 키가 자란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어릴 때는 그렇게 밥 먹기 싫어하던 녀석이었는데, 어느새 자라서 아침에 저녁메뉴를 주문하고 가다니...
시간이라는 게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자꾸만 아들의 뒷모습이 아른 거렸다.
어떤 글에서 이런 말들을 읽은 적이 있었다.
'엄마는 아들이 처음 사랑하는 존재이고, 아들은 엄마의 마지막 사랑이다'
예전에는 이 말이 무슨 뜻이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말만 생각하면 애틋함에 눈물이 난다.
힘들었던 시간도 이 말 때문에 지나왔던 것 같다. 그렇기에, 아이에게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주고 싶다. 아마 모든 엄마들은 이 마음을 알 것이다.
이상하게도 내 나름의 응원이자 사랑의 방식은 따뜻하고, 든든한 한 끼를 주는 것이다. 먹는 것이 직관적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따뜻한 한 끼를 해주는 엄마가 있다는 걸 말하지 않아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더욱 아이들이 먹고 싶은 음식으로 밥상을 차리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과의 저녁 먹는 시간이 그리워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 순간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든든한 한 끼를 준비해 보련다. 오늘 엄마카세 요리는 '너를 위한 응원이 담긴 장어구이'다.
서둘러, 마트에 달려가 손질된 장어를 샀다. 손질된 장어의 점액질을 최대한 걷어내고, 혹시 모를 가시 때문에 여러 번 칼집을 내주었다. 칼집 낸 장어를 소금에 살짝 절여 놓고, 아들이 올 시간에 맞추어 장어를 초벌 했다. 살짝 구워낸 장어에, 간장 소스를 여러 번 덧 발라, 구웠다. (간장소스는 장어를 사면 같이 동봉되어 있지만, 그 양이 장어 크기에 비해서 작았다. 해서, 간장과 미림 그리고 설탕을 넣고 끓이고, 거기에 동봉된 소스를 넣고, 졸여서 만들었다.)
석쇠에 장어를 구우면 좋았겠지만, 인덕션은 그럴 수가 없으므로, 최대한 스텐팬을 달구어 비슷한 효과를 내려고 노력했다. 달군 팬에 살짝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장어를 얹었다. 치이익 치이익 장어가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장어에서 기름이 올라와 노릇노릇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노릇해진 장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접시 담았다.
냄새를 맡고 아들이 식탁에 앉았다. 아들은 밥상을 차리기도 전에 장어 한 접시를 해치웠다. 놀란 나는 다시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고, 남아있는 장어를 굽기 시작했다. 아들은 물개박수를 치며, 맛있다고 했다. 아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 열심히 장어를 구웠다. 아들 입에 장어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흡족했다.
엄마의 마음은 다 그런 것 같다. 맛있게 먹어줘서, 열심히 커줘서 고맙다 아들아!
오늘 엄마카세 응원한끼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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