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엄마카세 응원정식은 짜장스파게티이다. 그러나, 우리가 상상하는 그 짜장라면이 아니다. 짜장소스를 따로 만들어, 스파게티면에 부어서 먹는 정통 짜장 스파게티이다. 엄마카세는 바쁠 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도록 짜장밥을 자주 하는데 아이들은 밥보다는 면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짜장소스를 만들고 밥 대신 면을 넣었다.
먼저,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른다. 양배추와 양파를 센 불에 볶는다. 살짝 양배추가 익으면, 깍둑썰기한 감자를 넣는다.(원래는 호박과 당근도 넣지만, 오늘은 냉장고에 자투리 야채가 없으므로, 생략한다.) 짜장의 생명은 화력이다. 센 불에 단시간에 볶아야 한다. 그래야 야채가 아삭하고 무르지 않는다. 어느 정도 감자가 익으면, 돼지고기 와 새우를 넣는다. 돼지고기는 다짐육을 쓴다. 다짐육을 쓰면, 보통 짜장에 들어가는 큼직한 돼지고기와는 다른 질감이 느껴진다. 자잘하게 씹히는 돼지고기의 맛이 색다른 질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새우를 몇 마리를 넣으면 해물짜장과 같은 풍미가 느껴진다. 여기에 맛술을 한 숟가락 크게 넣어준다. 혹시 모를 비린맛을 잡기 위함이다. 이제 재료가 어느 정도 익었으면, 짜장을 넣을 차례이다.
예전에는 춘장을 기름에 볶아서 썼는데, 요즘에는 짜장 큐브나 짜장 가루가 아주 잘 나와서 간편하게 쓰고 있다. 다만, 짜장 큐브에는 기름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주로, 가루를 선택하는 편이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킥이 있다면, 짜장가루를 물 없이 넣고, 재료와 함께 볶는 것이다. 그러면 짜장 가루가 타듯이 볶아져 간짜장이나, 볶은 춘장과 비슷한 맛을 낸다. 짜장 가루가 어느 정도 재료에 스며들면, 그때 물을 부어 끓인다.
이제 면을 삶을 차례이다. 원래는 가락국수면이나, 중면을 사용하는데, 오늘은 스파게티면을 넣어 보기로 했다. 짜장면은 칼로리와 혈당이 높은 음식 중에 하나이다. 그래서 조금이나 건강을 생각해 스파게티면을 넣기로 했다. 스파게티면은 대부분은 듀럼밀로 만들어져 있다. 듀럼밀은 입자가 단단해 소화가 느리게 진행되고, 혈당지수가 낮다. 스파게티면을 삶을 때는 소금과 올리브유를 살짝 넣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면이 싱겁지 않고, 서로 붙지 않는다.
프라이팬을 하나 꺼내, 올리브유를 두르고, 삶아진 면과 짜장소스를 넣고 빠르게 볶아낸다. 완성되고 나서, 트러플 오일을 한두 방울 넣으면 깊은 풍미와 향이 나는 고오급진 짜장스파게티 면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만약에 짜장라면의 맛을 생각하고 있다면, 참기름을 살짝 둘러보면 좋다. 고소한 참기름이 코를 자극해, 우리가 상상한 그 맛의 세계로 초대한다. 참기름을 넣었다면, 파김치와 함께 먹으면 좋다. 맵삭 하니 알싸한 파김치는 짜장라면의 진정한 소울푸드 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은 정통 짜장스파게티 콘셉트임으로 트러플 오일을 감미하기로 한다.
마침, 전화가 울렸다.
"엄마! 나 학원 끝났어~?!"
"딸! 수고했어~~~ 얼른 집으로와~ 엄마가 짜장스파게티 만들었어~~~"
"정말이야? 짜장밥 아니고 짜장스파게티야? 우와~~~"
전화기 너머로 발을 동동 구르는 딸아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엄마카세가 이리도 정성을 다하는 것은 동동 구르는 그 발소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발소리와 감탄사의 크기로 보아, 오늘 엄마카세 응원정식도 성공적으로 그 소임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