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은 작고 소중한 페낭국립공원
화창하게 날씨가 완벽한 2일 차 날이었다! 이 날은 원래 아침 일찍 바투 페링기 해변에 가서 시간을 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무리한 비행과.. 쌓인 피로로 인해 8시 반에 알람을 울리게 해 놓고 10시 반에 일어났다.
뭐, 전혀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서 나갈 채비를 약 30분 정도 해주고 바로 호텔에서 나와주었다. 그랩으로 택시를 잡아서 갈 수도 있었지만, 10분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난다고 표시돼 있었고 그런 줄 알았다. 그리고 가격도 버스가 훨씬 쌌고(인당 600원 정도), 페낭의 시내버스도 한 번 타보고 싶고 타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페낭의 버스 정류장은 정말 신기하게 생겼다. 정류장보단 약간 터미널에 가까운 느낌이었고, 이렇게 한 곳에 모여있기 때문에 편도로 4차선 도로가 운영될 수 있는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버스에 탄지 약 10분 만에 그랩으로 택시를 타고 가는 게 맞는 선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와우. 버스가 생각보다 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한국의 버스와는 다르다. 딱히 도착 예정시간에 기사님이 큰 의미를 두는 것 같진 않다. 그래도 우리는 자유 여행자의 입장에서, 급할 게 전혀 없었기 때문에 버스 내부의 사람 구경, 버스 바깥의 풍경 구경, 버스 체험까지 야무지게 했다. 다시 돌아가서 선택한다고 해도 택시로 번복할 생각은 없다...
바다에 도착해서는 자리를 잡고 친구는 수영을 하고 난 바다에 한 번 정도 몸을 적시고 나와서 썬베드에서 낮잠을 잤다. 예상은 했지만, 처음에 물리친 썬베드 요금 장사꾼 아저씨가 끈질기게 붙어서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의 사용 요금을 냈다. 시간이 좀 지나니까 아예 다른 방향에서 새로운 사람이 와서 요금을 달라는 거 보니까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썬베드들 같았다..
방학 초기에 을왕리에서와 똑같이 바다에서 뭔가 햇볕을 쬐고 있으니 분명히 시원하고 쾌적한 환경이 아님에도 잠이 잘 왔다. 그렇게 몇 시간을 보내고 배가 고플 때 즈음해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구글맵으로 찾아본 곳과 정확히 일치하는 곳을 방문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럴듯한 식당에 입장했다. 나시고렝과 Kelabu라고 하는 샐러드 같은 메뉴를 시키고, 페낭 국민 음료인 떼타릭 2잔을 시켰다. 어제 야시장에서 위생에 이미 기대치가 바닥을 찍어버려서 그런지, 예상외로 너무 플레이팅이 잘 되어 나와서 놀랐다.
맛 또한 굉장했다. 특히 Kelabu의 그 시큼한 소스와 특유의 고수가 가미된 향이 정말~ 인상 깊었다. 떼타릭은 백종원 셰프가 페낭에서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를 찍으며 먹었던 음료수인데, 생각보다 너무 내 스타일의 음료였다. 저 사진으로 보기에는 색깔은 거의 오렌지 주스와 흡사하지만 한국의 밀크티랑 거의 흡사한 맛이긴 한데, 더 풍미가 깊었던 것 같다. 장담하는데 한국에서 떼타릭을 판다면 데자와는 가볍게 압도해 버릴 것이다.
그리고 페낭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와. 이곳은 정말 나의 이번 페낭 여행에서 압도적으로 1위의 만족도를 보인 곳이다.
평소의 풍경과 여행자들이 방문하는 빈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이 공원을 페낭 여행의 필수코스로 넣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기존의 계획으로는 페낭국립공원을 시간이 남으면 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필수코스로 지정해 둔 곳은 아니었다.
가자마자 입구에서부터 보트를 타라는 호객행위로 약간 판단력이 흐려졌지만, 국립공원에 들어가자마자 보인 원숭이와 거대 도마뱀!!! 날 너무 만족시켜 줬다. 그때까진 몰랐다. 1시간 동안 불안에 떨지는....
(입구에 들어가기 전 보트를 타라고 호객행위를 하는데 편도 30000원이 조금 넘어간다. 인당 가격을 받진 않으니 단체 여행을 간다면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이다. 혹시라도 왕복 거리를 도보로 이동할 생각은.. 정말 좋지 않다. 무조건 걸어간 뒤, 보트를 타고 돌아오는 조합을 추천한다. 이게 제대로 국립공원을 느끼기에 최적이라고 생각한다.)
(도마뱀은 항상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ㅠㅠ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보고 페낭에 가게 되시는 분들은 꼭 가까이서 도마뱀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코모도 도마뱀과 비슷한 종류지만, 인간을 해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너무 가까이 가지는 말자.)
밀림에서 거의 1시간 가까이 전파도 안 터지는 상태로 계속 걸어갔다. (크록스를 신고.. 판단 미스였다.)
표지판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우리가 바보같이 출발하기 전에 지도나 목적지 글자와 같은 정보를 전혀 안 찍어가는 바람에 전부 방향에 대한 감에 의존해서 갔다.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걸리는 시간이 대강 1시간인 것과 남은 거리를 계산하고 지도에서 처음 봤던 대강의 방향대로 선택해서 길을 갔다.
와이파이나 데이터가 문제가 아니라 전파가 아예 안 돼서 더 불안했다.. 게다가 목적지에서 보트를 타고 돌아오는 시각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보다 늦으면 최악의 상황에는 버림받을 수도 있었다! 물론 그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상상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가정해 보자면 전파도 안 터지는 야생의 밀림 속에서 조난당할 수도 있었다. 와.
그래서 1시간 동안 걷는데 굉장히 긴장됐다. 길도 이 정도로 와일드할 줄은 몰랐다. 국립공원이라고 우리나라의 한라산 국립공원이나 산들처럼 등산로가 조성돼 있고 계단이 있고 그런 걸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여긴 진짜 국립공원이라서 인간의 손길을 아예 대지 않았다. 이게 페낭국립공원 감성....?
하지만 수험생활 내내 쌓인 감각적인 직관으로 다행히 목적지에 올바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ㅠㅠㅠ 정말 목적지에 도착한 순간 펼쳐지는 그 압도적인 풍경은 가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인터넷으로 보이는 사진과 비교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여긴 도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그 벅차오르는 감정과 엮여서 풍경이 색다르게 보인 것 같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그 열대우림? 밀림? 특유의 나무 모양과 피스타치오 색과 약간 빛바랜 고려청자색과 청록색의 은근한 조화. 이건 정말 여기가 페낭이다.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줬다.
전혀 한국의 어디, 내가 본 어딘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더욱 전율이 컸던 것 같다. 나의 지평이 확 넓어지는 순간이었다. 정말 '함부로', '감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장관. 최고의 감동이었다.
그 목적지의 이름이 거북이 해변이었기 때문에 거북이.. 도 봐주긴 했다. 사실 거북이가 서식하고 있는 해변은 아니고 그냥 거북이 '한 마리'가 갇혀있는 동물원이다. 동물원이라는 이름도 아깝긴 하다. 명색이 국립공원인데 귀한 거북이를 이렇게 관리하다니.. 말레이시아의 각성이 필요해 보인다.
그 특유의 배산임수지형.
비도 오지 않았기 때문에 해변의 풍경도 나의 충분히 만족시켜 줬다.
더군다나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 중 하나인 사람이 없는 곳. 와...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예.
정말 거의 친구와 나뿐이었다. 마치 우리가 전세 낸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왜 이런 곳에 사람들이 오지 않는지 정말 격한 의문이 들 정도로 최고였던 곳이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그 상황을 즐기고 열심히 사진 찍느라 한창이었다.
돌아갈 때가 되니 1시간 기를 써가며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가는 건 정말 고역일 것 같았다. 돌아가는 길에는 보트를 타는 게 좋은 선택 같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도파민 풀충전 후 저녁식당에 도착해서 식사를 해줬다. 역시 최고의 물가를 지닌 페낭답게 인당 4500원의 싼 가격으로 배불리 먹어주었다.
페낭 여행을 하면서 느낀 건, 배불리 먹고 싶으면 밥 종류를 시키자. 일단 이곳은 음식 양으로 우리를 골탕 먹이지는 않는다. 많이 줬으면 많이 줬지, 한국인들이 와서 먹기에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진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하지만 밥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 찰기 있는 그 쌀밥이 아니기 때문에 그 점은 감수하도록 하자!
숙소 근처의 시장에 들어가서 두리안, 리치, 코코넛, 구아바 등의 과일까지 정말 맛나게 먹어줬다. 정말 미치도록 꽉꽉 채워진 알찬 하루였다. 비록~ 카페 알바의 대타를 구하며 좀 불편한 상황이 생기긴 했지만, 전혀 불편하게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정말 딱히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렇게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완벽히 느끼고 절실히 느껴주겠다는 다짐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정말 사랑스러운 2일 차의 페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