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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Sep 11. 2024

내 좁은 속으로는 다 담기 힘들었던 넓은 조지타운 시내

백종원 셰프의 스트리트푸드파이터에 무한한 감사를 표하며

쓸게 많은 하루였다! 날도 전날과 다를 바 없이 10시 반에 일어났다. 꽉 찬 일정의 여행도 참 많은 체력을 요하는 활동 중 하나인 것 같다... 


조지타운의 시내를 여행할 계획이었다. 점심은 백종원 셰프가 스트릿푸드파이터에서 처음으로 찾아간! '나시 르막' 식당을 가기로 했기 때문에 근처 볼거리를 보다가 허기가 지면 가기로 했다. 조지타운의 스트릿 아트 거리는 전형적인 관광지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가본 페낭의 장소들 중 가장 사람들이 붐볐고, 다양한 잡동사니들과 음식들을 팔았다. 상점에서 버킷햇을 살까도 고민했지만, 가격이 좀 애매하기도 했고 크게 유용하게 써먹을 것 같지 않아서 스트릿 아트 거리에서는 6링깃짜리 얼음과자? 에서 소비를 끝냈다. 

한화 약 2000원짜리 얼음과자..!

아이스크림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진짜 얼음을 동그랗게 깎아서 달달한 색소 시럽을 뿌려서 만든다. 근데 정말 생각보다 맛이 있어서.. 이런 불량식품에 허물어진 나의 입맛 허들이 약간 원망스러웠다.

나시 르막 개봉 중
크기는 대략 한국의 삼각김밥 두 개 합쳐놓은 정도다

그리고 계획했던 곳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정확한 가격은 기억이 안 나지만, 정말 굉장히 저렴한 가격이었다. 나시르막은 우리나라로 치면 주먹밥 같은 느낌이다. 바나나 잎으로 친환경? 포장을 해서 팔고 바로 식당에서 먹을 손님들은 테이블 자리를 잡고, 바나나 잎을 열어서 그대로 그릇으로 사용해서 먹으면 된다. 


나시르막에서 나시는 밥을 의미하고, 르막은 기름과 지방을 뜻한다고 한다. 르막의 의미는 글 쓰면서 처음 알게 됐다. 밥이 많은 요리에 사용되고 주식으로 먹는 페낭에는 나시라는 이름이 들어간 요리가 상당히 많았다. 말레이시아에서 음식 이름에 나시가 들어가면 밥 요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시 르막은 지금 찾아보니 만들 때 사용하는 밥을 코코넛밀크로 지어서 기름진 맛이 들기 때문에 기름의 의미가 첨가된다고 한다.. 근데 기억상으로는 그렇게 기름진 맛은 나지 않았다. 여전히 부슬거리는 밥의 느낌이었다. 찰기 있는 밥에 대한 기대는 저 때 마음을 접었던 것 같다. 


나시 르막은 종류도 꽤 다양한 편이다. 닭고기, 생선, 새우 등 4가지 정도 종류가 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새우, 친구는 생선 나시 르막을 택했다. 나시 르막에는 삼발 소스가 들어간다. 그래서 생각보다 매운맛이 느껴졌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시 르막이 페낭에서 먹은 요리 중 가장 매운 음식이었다. 불닭볶음면의 5분의 2배 정도라고 생각된다.. 그러니 꼭 같이 먹을 적절한 음료를 잘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두유 느낌의 음료. 비주얼은 그리 좋지 못하다 ㅎㅎ

친구와 나는 이 음료를 시켜서 먹었다. 


말레이시아의 좀 길거리 음식점을 들어가 보면 대부분 테이블을 사용하면 음료를 무조건적으로 시켜줘야 한다. 약간 매너? 규칙 같은 느낌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느낌은 아니니, 부담 없이 음료를 추가한다는 느낌이었다. 


콩이 주재료인 음료라고 했는데 무슨 우뭇가사리 묵 같은 검은색의 무언가도 같이 섞여있었다. 친구는 좀 불호인 것 같았지만.. ㅎㅎ 나는 제법 맛있게 먹었다. 약간 한국의 콩국수 느낌이 나서 익숙했던 것 같다. 식감도 준수했고 말이다. 

이건 친구의 음식이었다. 무슨 쌀국수? 느낌
돼지고기가 곁들여진 밥!

그 식당 구역은 약간 휴게소 음식점들 같이 여러 매장이 합쳐져 있는 느낌이었다. 나시르막과 음료로 상당히 저렴하게 첫 식사를 끝낸 친구와 나는 그냥 이곳에서 몇 가지를 더 먹어보기로 했다. 둘 다 먹는 것을 좋아해서 정말 이번 여행은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페낭의 먹거리가 그렇게 진입장벽이 낮은 편은 아니다. 다 하나하나 개성이 강하고 무난한 것들은 찾아보기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친구와 나는 먹다 남긴 음식 하나 없이 거의 모든 페낭의 음식들에 만족했다! 꼭 여행을 같이 갈 사람과는 맞는 구석이 한 두 군데는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꼭!


내가 먹은 두 번째 메뉴는 약간 바비큐? 된 돼지고기에 밥을 섞어서 만든 요리였다. 이것도 거의 3000원이라는 값싼 가격에 먹었고 굉장히 만족할 수 있었던 맛이었다. 


그리고 페낭에서 음식을 먹다 보면 꼭 저런 이상하게 생긴 작은 종지에 소스를 주는 경우가 많다. 특히 볶음밥류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저 소스가 정말 핵심이자 화룡점정이니 꼭 무시하지 말고 시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백종원의 스트리트푸드 파이터를 참고해서 식당들과 먹을 것들을 찾았기 때문에 이 날은 먹어야 할 것들이 정해져 있었다. 


다음으로 계획된 먹을 것은 '꾸이'였는데 꾸이는 쉽게 설명하자면 양갱 같은 간식이라고 보면 된다. 분명 나시 르막과 꾸이가 같은 장소에서 판매하는 줄 알고 찾아왔는데, 꾸이를 파는 곳은 좀 거리가 있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난 그래도 백종원 셰프가 그랬듯 나시 르막을 먹은 뒤에 바로 꾸이를 먹으러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친구는 별로 안 내켜하는 것 같았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걸어가기에 거리가 좀 있기도 했고 딱히 꾸이를  무조건 먹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앞으로의 시간도 여유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이후에 들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바보같이 난 내가 생각한 계획과 달리 진행된다는 것 하나로 기분이 상해버렸고, 이후에 다녀온 곳들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다. 아직은 참 소인배 같은 면모가 남아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고 반성이 따르는 하루였다. 미안했다 친구야!

빅토리아 뭐시기 시계탑이다.
먼 옛날에는 저 바다로 들어오는 적함대를 향해 포탄을 쐈겠지..
유네스코 고양이


안도망가줘서 고맙다~
유네스코로 지정된 곳이라 그런가.. 웬 동물들이 많았다. 이건 어제 국립공원에서 본 거대 도마뱀의 어린이 버전 같았다.

그렇게 계획을 약간 변경해서 근처 역사유적지를 방문했다. 입장료도 있었고 난 이미 삔또? 가 상해버려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왔다. 식민지 시절의 페낭을 보여주는 그러한 곳이었지만 나는 고양이와 도마뱀을 인상 깊게 보고 왔다. 크게 흥미로운 것들이 없긴 했지만 좀 더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우연히 마주친 차은우 씨..

이곳 페낭에서는 한국인을 정말 마주치기 어려웠다. 이날까지도 우리는 단 한 번도 한국인을 보지 못해서 꼭 여행이 마치기 전에 한국인을 보겠다는 목표 아닌 목표를 세웠다. 그래서 우연히 발견한.. 사람은 아니지만 아이스크림 광고 속 차은우 씨가 참 반가웠다. 이 먼 나라에도 진출하신 자랑스러운 한국인!


그렇게 다음 행선지를 고민하고 있는 찰나에 갑자기 비가 미친 듯이 쏟아졌다. 몇 분 내리고 그칠 소나기일까 봐 근처 지붕 아래서 대기를 해봤지만.. 전혀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아서! 그랩을 불러서 일단 급한 대로 숙소로 복귀한 뒤 다음 계획을 생각하기로 했다. 


숙소에 도착한 뒤, 여전히 좀 삐져있었던 나는 혼자 근처를 다녀온다고 했고, HIN bus depot이라는 곳을 찾아갔다. 생각해 보면 아예 타지인데, 단독행동은 좀 무모한 짓..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곳은 약간 미술관 같은 느낌이 드는 장터였다. 매주 정해진 요일마다 벼룩시장 같은 걸 하는 광장의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후에 친구랑 벼룩시장이 열리는 날에 맞춰서 다시 찾은 곳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퀄리티 있는 작품에 놀랐다.
가슴을 울리는 문구,
달리 아저씨 ㅎㅇ
갑자기 눈에 들어와서 놀란 한국어

그렇게 볼 걸 봐주고, 이왕 나온 김에 근처에 스트리트푸드파이터에 나온 음식이 있어서 그걸 먹으러 갈 생각이었다. 

가는 길에 한 명의 한국인을 더 마주쳤다.. 고민시 씨 반갑습니다

또 마주쳤다. 수지 씨 반갑습니다...

생각보다 한국 연예인들이 진출을 많이 한 것 같아서 괜히(전혀 그럴 이유가 없지만) 뿌듯했다.

첸돌이라는 음식이다. 팥빙수 느낌의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이번에도 우뭇가사리 묵같은 게 초록색으로 들어가 있다. 맛은 꽤 괜찮은 편이다. 그냥 한국의 팥빙수인데 얼음덩어리가 더 크고, 우유 국물이 더 많은 느낌이다. 1500원 정도 하는 가격이다.

숙소로 복귀하는 길에는 아이유 씨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농구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길래 감성사진 좀 찍으려고 해 봤다.

숙소에 복귀해서는 친구와 저녁을 먹을 곳을 정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도 각종 의견이 오갔고 꽤나 고급진 해산물 레스토랑으로 정해졌다.

똠양꿍 수프. 비주얼은 무슨 엽떡 같이 생겼는데, 이래 보여도 페낭에서 먹은 국물 요리 중에 단연코 최고였다.
생선... 요리였는데 어쨌든 맛은 있었다.
볶음밥.. 중자를 시켰는데 진짜 밥 요리는 양 걱정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 푸-짐 하다.
메인 요리, 대게.

인당 총 2~3만 원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게를 통으로 먹은 것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에 먹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메뉴들도 레스토랑답게 고급진 맛을 냈기 때문에 전혀 선택에 후회는 없는 만찬이었다.


그리고는 후식으로 열대과일을 좀 사서 먹어보려고 야시장으로 갔다.

이건... 아마 페낭에서 유일하게 실패한 음식이 아닐까 싶다. 


로작이라는 과일 샐러드를 야시장에서 샀는데, 처참히 실패했다. 내가 생각했던 로작은 전혀 이런 맛이 아니었는데, 뭐가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후숙이 덜된 망고와 오이.. 정체 모를 한 개의 과일까지. 그리고 저 소스가 정말 최... 고! 였다. 형용할 수 없는 맛이었다. 그래서 친구는 일찌감치 먹기를 포기하고 나는 과일들이 아까워서 다 건져먹고 소스는 그대로 폐기해 버렸다. 


혹시 야시장에서 이와 같은 비주얼의 로작을 판다면, 절대 시도해보지 않는 것을 권한다.


야시장에는 생각한 것처럼 열대과일들의 성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서핑을 좀 해본 결과, 마트에 과일은 많다는 정보를 얻고 근처 마트로 향했다. 정말 마트가 답이었다. 약간 우리나라의 롯데마트.. 정도는 아니고 하나로마트 느낌의 마트에서 각종 과일들을 아주 싼 값에 사줬다. 


이게 바로 동남아시아의 묘미 아니겠는가. 

생전 처음 먹어보는 납작 복숭아, 석류, 용과까지 구입해서 숙소에서 아주 야무지게 다 먹어주었다.

특히 저 용과는 맛의 정도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상당했다. 

열대과일까지 디저트로 먹어주면서 아주 알차게 배를 채워준 하루였다.

여행이라는 게 즐거운 순간만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걸 또 실감할 수 있었던 날이었고, 참 많은 반성을 한 하루이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고, 경험을 하려고 여행을 오는 게 아닐까 싶었다.


아직도 여행일정이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순순히 하루를 마무리하고 밤을 새벽에게 넘겨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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