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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롱 May 23. 2024

잡초의 싸움

잡초의 싸움


A


여름이 되면서 회사 주변에 화단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났습니다 아무래도 잡초인 것 같습니다 꽃이 피는 나무가 있는 반면 조경의 풍경을 망가뜨리는 풀 역시 잔뜩 자라났습니다 어린 아이의 키 정도 되는 풀인지 나무인지 모를 식물도 자랐습니다 잡초일까요 단풍잎 모양의 잎사귀를 가지고 있는 그 풀은 잡초인지 조경식수 인지 알 방도가 없습니다 발로 툭 건드리니 흔들흔들 바람에 나부끼듯 흔들리는 그 풀을 보고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고민입니다 아직 5월인데 제초하기에는 조금은 이른 시기 같네요


B


또다시 눈을 뜨니 이번에도 잡초의 삶입니다 벌써 몇 만번째 삶인지 모르겠습니다 메마른 황야 한 편에 씨앗이 자리매김하였습니다 흔히 조경식수를 제외하고 자라면 안되는 씨앗이 었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잡초라고 불렀습니다 나의 삶은 매일이 치열합니다 힘겹게 티워낸 작은 새싹 때부터 사람들을 속이며 잔디처럼 자라야 합니다 언제 인간의 손에 뽑혀 목숨을 잃을지 모르기 때문에 홀로 고독한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주변에 거대한 나무와 꽃을 피우는 조경식수 옆에 붙어 잠시 흘러내린 빗물과 땅속의 영양분을 몰래 훔쳐먹습니다 그렇게 비굴하게 자라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잡초의 삶입니다 올해는 유독 햇살이 따사로웠고 비가 풍족하게 내려서 내가 쉽게 자랄만한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옆의 밭의 친구들도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잡초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게 몰래 조심히 꿋꿋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옆의 밭에서 비명이 들립니다 제초기가 나타났습니다 인간이라는 재해가 펼쳐집니다 땅에 묻혀 있는 우리는 저항한번 하지 못하고 형장의 이슬이 되어서 사라집니다. 역시 잡초로 태어난 것 자체가 잘못이었을까요 아무도 반기지 않는 조금은 슬프고도 가혹한 형벌입니다 매번 똑같은 삶을 살면서도 순간의 기쁨에 안도하는 나입니다 다행히도 옆의 밭의 재해 외에 다른 곳으로 제초기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스스로의 삶과 싸워나갑니다 내일은 무사할까 라고 매 삶마다 생각해봅니다 .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길을 놔두고 우리를 짓밟고 갑니다 소리쳐 비명을 내보지만 인간에게는 전혀 닿지 않습니다 옆의 잔디도 함께 고통받고 있습니다 동물에게도 인간에게도 오로지 당하기만 하는 우리는 식물 나는 그 중에서도 가장 아래에 위치한 계층 아무도 나를 챙겨주지 않고 좋게 여겨주지 않습니다 나는 잡초입니다 ,


날이 제법 쌀쌀 해졌습니다 한여름의 장마도 무서운 불볕더위도 견뎌내었고 자연재해급의 제초기도 운좋게 피해갔습니다만 이제 겨울입니다 영양분은 없고 물마저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번의 생은 이렇게 끝나나 봅니다 죽고나면 또다시 어딘가의 잡초로 환생하여 살아갑니다 제초기에 베이는 죽음과 겨울에 얼어죽는 죽음 사람의 손으로 뽑혀 나가는 죽음 사람들에게 밟혀 죽는 것 어느 것이 나은지 항상 환생하는 삶마다 생각합니다 덜 고통스럽게 죽여달라고 언제나 평생의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는 것도 이제 지겹습니다 차라리 이번에 죽으면 다시 눈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곧 새로운 잡초의 씨앗이 되어 자라나겠죠 나의 삶 그 자체는 싸움입니다 이제 그만두고 싶습니다 어떠한 재해에도 저항할 수 없습니다 영원히 그만둘 수 없는 잡초로 태어나 잡초로 환생하는 그런 슬픈일은 이제 지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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