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발표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사직하면서 시작된 의료 대란 사태가 100일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정부와 의사 단체의 발표를 들어보면, 양측 모두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식으로 들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모든 것이 돈 때문이다 라는 얘기를 왜 다들 못하는 걸까? 다들 국민 건강이니, 한국 의료의 미래니 하는 소리만 하며 거짓말을 하고 있어서, 오늘 이에 대해 글을 써보고자 한다.
사실, 의대 증원과 의사 파업, 이 모든 것은 돈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정부는 '의사 수 늘리기' 라는 가장 돈 안 드는 해법을 골랐을 뿐이다. 모두가 공감하듯이 현재 우리나라 의료의 문제는
1. 사람을 살리는 중요한 필수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에 젊은 의사들이 지원을 안 하고 있고
2. 수도권에는 의사가 넘쳐나는데 지방에는 의사가 없다고 난리다.
그 결과로 응급실 뺑뺑이가 일어나는 점이다.
왜 그럴까? 당연히 돈 때문이다. 필수과와 피부미용 하는 의사들 사이의 격차가 나날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미모를 가치 있게 생각하는 나라에서 피부미용을 하는 의사들 수입은 나날이 늘어났고, 이제는 필수과를 지원하는 의사들이 오히려 바보 취급을 받는다. 실제로 바보 취급이 아예 틀린 얘기도 아닌 것이, 의대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람들만이 인기과 (성형, 피부 등)에 가고, 이제 의대에서 성적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항상 사람이 없어 손만 들면 들어가는 소위 필수 미달과에 입성한다. 답답하지만 현실이 그렇다. 그리고 이것은 과거와는 분명히 다르다. 과거 선배들 얘기로는 성적이 안 좋아서 유급을 밥 먹듯이 하는 동기들이 어쩔 수 없이 당시 비인기 미용과 (피부 성형 등)를 지원했는데 지금은 떵떵거리며 살더라는 자조도 듣는다.
방송을 봐도 피부과 의사나 성형외과 의사들이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지만, 산부인과 의사나 외과 의사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경우는 못 본 것 같다. 사회도 피부과와 성형외과에 열광하고 있다. 이는 사회가 바뀌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서 필수과와 미용과의 돈벌이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병원 필수과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밖에 나가서 자기 병원을 열고 마케팅을 열심히 하면 열 배도 더 벌기도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좇는 것은 절대 나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나는 권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명감이니,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니 하는 얘기는 다 자기 곳간이 차 있을 때 하는 것이다.
아이가 의대를 얼른 졸업하고 바로 피부 미용 의사로 개업하면, 환자가 죽어서 소송 걸리는 귀찮은 일 없이 편히 돈 많이 벌면서 살 수 있는데 왜 필수과를 지원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누가 대답할 수 있겠는가. 현재는 젊은 의사들이 필수과를 지원하면 "나는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했고 현실을 바라보는 눈이 없습니다"라고 인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니까 필수과를 안 한다. 지방에 의사가 없는 이유는 우리나라 지방 소멸이 의료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고 이제는 우리나라는 어차피 답 없이 지방이 소멸할 예정이라서 따로 얘기할 것은 없을 것 같다.
정부도 이 문제를 당연히 알고 있다. 글쓴이는 이것도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의사단체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필수과의 수가를 올리는 것이다. 필수과에 지원한 의사들이 돈을 많이 벌게 하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늘 그렇듯이 정부는 돈이 없다. 건강보험료, 즉 세금을 더 올려야 한다. 어떤 정부도 돈이 없으니 세금을 더 올려야겠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필수 의료를 살리기 위해 세금과 지금 내는 건강보험료를 올리자고 말하면, 사람들은 "외국인이 타먹는 거나, 아니면 거짓으로 건강보험료를 축내는 사람들 관리를 똑바로 할 것이지 왜 보험료를 올리냐, 무능한 정부다"라고 반발한다. 그런데 사실 부정수급이나 외국인이 건강보험료를 타는 금액은 전체 우리나라 의료체계 안에서 정말 먼지 수준이다. 현실적으로 그것을 다 잡아낸다고 해도 먼지 수준의 도움밖에 안 된다. 심지어 외국인 전체로 보면 우리나라에서 아파서 타는 것보다 나라에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금액이 더 많아서 전체적으로는 우리나라에 이득이다. (물론 중국인만 놓고 보면 손해라고 한다.)
정부는 당연히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건강보험료를 더 내라고 하기가 어렵다. 맨날 말로만 필수과를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말뿐인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이는 마치 앞으로 우리나라 지방을 살리고 이공계 연구자를 우대하겠다는 공허한 목소리와 같다. 다들 공감하지만 실현되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될 가능성이 없다.
그래서 정부는 돈 들이지 않는 가장 쉬운 해결책을 내놓았다. 의사 수를 늘리는 것.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의 지방 중소기업들이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면 당연히 대책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월급 격차를 줄이는 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정부의 해법은 늘 똑같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불러서 일을 하게 하자! 의사는 수입이 쉽지 않으니 매년 뽑는 인원을 늘리자! 정부는 의사 수를 늘리면 돈 한 푼 안 들이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내 생각에도 부작용이 크지만 아예 말도 안 되는 해법은 아니긴 하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현재 소아과에 지원하는 젊은 의사들은 전체 필요 숫자의 약 20%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소아과에 더 많은 지원을 받게 할 수 있을까? 국민들에게 소아과 진료비를 더 내라고 하면 당연히 반발이 있을 것이므로 안 된다. 그렇다면?
-> 젊은 의사 수를 5배 더 늘리면 필요 숫자의 100%를 채울 수 있다!!
참으로 쉬운 방법 아닌가. 의대생 숫자를 늘리면 학생들도 더 쉽게 전문직이 될 수 있어 청년 실업률이 줄고, 필수과 지원은 많아지고, 학부모들도 좋아하고, 국민들도 의사를 더 쉽게 만날 수 있다. 얼핏 들었을 때 단점이 거의 없는 발상이다. 유일한 단점은 의사들의 반발이다. 특히 젊은 의사들의…
왜 이번 파업에서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가장 앞장설까? 솔직히 정말 한국 의료의 미래가 정말로 걱정스럽다면, 의료의 핵심에 있는 교수들이나 원로 의사들이 앞장서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전공의들은 참을 수 없다고 병원을 나가는데, 교수들은 왜 병원에 남아 있을까? 종합병원들은 왜 조용한가?
모든 문제는 결국 돈 때문이다. 정부가 의사 수를 늘리려는 것도 돈이 없어서이고, 의사들이 파업하는 것도 결국 돈벌이가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집단이 파업할 때 국민의 안전, 건강, 나라의 미래 등을 외쳐도 결국에는 월급이 문제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미래에 의사 수가 많아지면 젊은 의사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아서 벌이가 줄기 때문에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그럼 돈 때문에 파업하고 사직하는 젊은 의사들이 나쁜가? 난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라도 내년에는 돈을 절반으로 줄일 것이라고 하면, 누구든 파업을 안 하겠는가? 선한 파업이란 없다. 어느 집단이든 자기 이익이 침해되면 난리 치는 것이 당연하고, 의사들도 다 자기 집의 가장인데, 사명감이 무슨 소용인가? 돈 버는 것이 절반으로 깎인다는데...
나도 이번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어느 정도 증원은 할 수도 있다고 보지만, 이렇게 3천 명에서 5천 명으로 1년 만에 갑작스럽게 증원하는 것은 솔직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의대 정원 5천 명을 발표했을 때, 의사들 사이에서는 ‘이건 정부가 의사들을 파업하게 유도하는 거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때는 총선이었고 정부는 의사 수 늘리는 발표를 하면 의사들이 파업할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혹시라도 파업을 안 할까 봐 조금만 늘리는 것이 아닌 대폭 늘리는 발표를 했을 것이 확실하다. 큰 반발이 있을 것이고 이를 잘 제어하는 강한 리더십의 이미지를 총선에서 주기 위해…
그럼 왜 이렇게 늘리면 안 되는가? 누군가는 국민들을 위해 잘 버는 의사들이 월급을 줄이는 것은 안되냐고 말하는데, 이것은 부작용이 심각한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부작용이 심해도 해결이 되면 모르겠는데 이것은 전혀 해결책이 안니다. 양질의 교육 부족으로 무능한 의사들이 나오는 문제보다는, 가장 큰 문제는 의사 수를 늘려 해결하려고 하면 오히려 사람들은 건강보험료를 더 부담하게 되고 필수의료는 더 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마치 전국에 집값이 오르는데 서울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지방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는 상황과 같다. 해결책은 서울과 지방의 삶의 격차를 줄여서 사람들 지방으로 가게끔 유도해야 하는데 정부에서는 그냥 어디든 간에 아파트를 엄청나게 지으면 서울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아마도 엄청나게 지으면 지방 집값은 엄청 떨어지지만 서울 집값은 굳건할 것이다. 특히 그런 양극화는 의료시장은 더 극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모든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논리로 움직인다. 과거에 비해 의사들 수 특히 미용을 하는 의사들 수는 엄청나게 늘었다. 그런데 왜 문제는 해결이 안 되는가
과거에는 대학병원에서 교수들에게 매출을 가지고 즉 돈을 벌어오라는 압박을 한 적은 없었다. 단지 교수님이니까 교과서에 맞게 최대한 환자를 위해 진료를 하세요 정도였는데 요즈음에는 대학병원도 모든 평가는 오로지 매출, 즉 환자들에게 얼마나 돈을 지불하게 했는가에 달려 있다.
왜 그럴까? 대학병원 숫자가 훨씬 많아지면서 경쟁은 심해졌고 다들 매출 압박을 받게 되었다. 물론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절대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병원들이 서로 경쟁을 하면서 서비스 평가 같은 것도 도입했고 의사들도 환자들에게 훨씬 친절해졌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의사들은 정보의 우위에 항상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서 의사들은 나쁜 마음을 먹으면 환자들을 털어먹기 너무 쉽다는 것이다. 어떤 환자도 의사가 강하게 권하는 검사. 치료를 거절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환자가 실손보험이 있거나 의료 수급권자 (본인이 부담하는 돈이 거의 없는 사람들)라면 나쁜 마음을 가진 의사들에게는 봉이나 마찬가지이다. 온갖 검사와 치료를 진행해도 환자도 불만이 없고 의사도 좋다. 모두 행복해진다. 단지 나라의 곳간만 줄줄 새는 것뿐이다.
다른 모든 직종도 그러하지만 의사들도 경쟁이 심해지면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상품을 개발한다. 과거에는 단지 미용이라고 하면 점 빼고 쌍꺼풀 수술하는 정도만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도대체 무슨 미용 쪽에 신기술이 그렇게 많이 개발되는지 모르겠다. 백옥 주사, 마늘 주사, 마이크로 프락셀…
필수과는 하지만 그렇게 환자를 봉으로 대하기 쉽지 않다. 왜냐면 그런 신기술을 개발하는 과는 아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기본적으로 의사들은 교과서를 바탕으로 진료를 하게 되는 데, 미용은 어떻게 하라는 교과서가 없다. 그냥 환자들이 원하고 의사들이 마음대로 권하는 대로 시술을 끝없이 하게 된다. 환자도 행복하게 만들면서 돈을 벌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경쟁이 심해질수록 필수과를 안 하게 된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는 것 없다. 아직도 지방 중소기업은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면 외국인 노동자들을 지금보다 2배, 3배 더 데려오면 과연 그것이 부작용 없는 해법일까. 더 큰 부작용을 만들지 않을까. 무제한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데려와서 보충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면 과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까.. 나는 의대정원 늘리는 것도 정부에서 똑같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원인은 놔두고 미래의 부작용은 무시한 채 놔두고 쉽게 가려고 한다.
대안 없이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의 월급을 올려서 대기업과 격차를 줄이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나는 의료수가를 올려서 필수과를 살리겠다는 정책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해법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추후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