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namic Pricing (우리말로 하면 유동 가격제?)는 그때그때의 수요 공급 균형에 따라 유연하게 가격을 적용하는 판촉 기법을 말한다. 동네 마트에서 마감 직전 시간대가 되면 초밥이나 도시락을 반값에 내놓는 걸 생각하면 된다.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발전하면서 Dynamic Pricing을 적용하는 곳이 조금씩 늘고 있다. 호텔과 항공, 우버 등 렌터카 거래는 정교한 알고리즘을 따라 가격이 실시간으로 조정된다.
최근 들어 Dynamic Pricing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확장될 기미가 보인다. 어쩌면 당신이 편의점에서 집어 드는 생수 한 통이 그 대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월마트는 2026년까지 주요 매점들의 가격표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ESL: Electronic Shelf Label)로 교체할 예정이다. 월마트 외 다른 메이저 유통기업들도 비슷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진 사람이 직접이 판매 실적을 분석, 새로운 가격을 계산한 뒤 물리적으로 가격 태그를 교체해야 했다. 하지만 모든 걸 디지털화하면 가격을 리얼타임으로 바꾸는 게 가능해진다. 원하는 때 언제든지 가격 정책을 변경해 경영의 유연성을 강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대단히 매력적인 방법이다.
반면 우리와 같은 소비자 입장에선 이야기가 좀 다르다. 만일 기업들이 디지털 기술과 접목된 Dynamic Pricing을 남용하면 어떻게 될까?
디지털 시대 전에도 Dynamic Pricing은 존재했다. 편의점도 동네 마트도 가보면 항상 세일 중이다. (우리 집 앞 옷 가게는 3년째 ‘점포정리 세일’ 중이다) 이렇게 맨날 ‘파격적 할인’ 중임에도 불구하고 가게는 망하지 않는다, 왜? 애초에 정가가 ‘프리미엄 가격’이고 세일 가격이 정상적인 가격이란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판매자와 소비자 간 최소한의 세력 균형이 가능했다.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의 발전 덕분에 개개인도 대기업이 정해준 가격에 복종하지 않고 더 싼 대안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디지털이 접목된 Dynamic Pricing이 온-오프 세상을 아울러 지배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모든 가격이 10분마다 바뀌는 마트를 상상해 보라. 그 가격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정된 것인지 아니면 매장의 상술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까? 과연 업자들이 수요가 낮을 때도 똑같은 기준에 따라 낮은 가격을 반영할까? 혹시 업자들 간에 데이터 공유를 통한 최저가 단합이 이뤄진다면? 혹시라도 개개인의 소비 패턴 정보를 기반으로 가격에 둔감한 사람에게 더 비싼 가격을 매기는 알고리즘이 나온다면?
우리는 정보가 곧 힘인 세상을 살고 있다. 디지털화된 Dynamic Pricing은 지금도 위태위태한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정보 불균형을 한쪽으로 완전히 치우치게 할 위험이 크다. 만일 새로운 Practice가 잡음 없이 우리 일상 속에 자리 잡으려면 그 메커니즘이 그저 효율적일 뿐 아니라 투명하고 공정하다는 믿음을 주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