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법의 재현이 될 것인가, 아니면...
호주 정부에서 16살 미만은 SNS를 사용하지 못하는 법규를 통과시켰다. 앞으로 16살 미만이 계정을 신설하는 걸 근원적으로 방지하는 시스템을 구비하지 않은 업체는 호주 달러로 최대 5천만 불에 달하는 벌금형에 처해진다. 기존에 생성된 미성년자 계정들은 일괄 삭제될 예정.
미성년자의 SNS 사용을 금지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많았다. (앞으로도 끝임 없이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부모의 동의와 관계없이 무조건 사용 불가’라는 점에서 호주의 이번 시도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의 기존 시도에 비해 그 강도가 상당히 높아 논란이 되고 있는 중이다.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킨 만큼, 이제부터는 행정부의 시간이다. 해당 법안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지 결정하는 건 통신부 장관에게 달렸다.
언뜻 듣기엔 쉬워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법조문이 워낙 모호해, 도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 SNS로 분류해야 하는지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엑스(트위터)와 같은 메이저 SNS들은 그렇다 치자. 우리가 SNS로 부르진 않지만, 소셜 네트워킹의 기능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고 비슷한 위험이 내포되어 있는 플랫폼들도 규제해야 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갈린다, 대표적으로 유튜브. (영상은 볼 수 있지만 댓글만 막으면 되는 건가?)
뭔가 조치가 필요한 건 맞다. 오늘날 SNS가 우리 사회의 각종 혐오와 오해를 조장한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열린 소통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극하는 SNS의 순기능을 아예 무시할 순 없다. 문제가 있는 건 도구 자체가 아니라 그걸 쓰는 사람이다.
이번 규제는 사생활 보호와 의견개진의 자유를 둘러싼 다양한 논란을 일으킬 것이다.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이 했던 비슷한 선례들을 살펴보자. 프랑스는 15세 이하는 부모의 동의 없이 SNS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지만, 스마트폰의 시대에 자란 아이들이 규제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는 데엔 구글링 1~2분이면 충분했다. 미국 유타 주는 사법부가 SNS 규제를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반헌법적 행위’로 판결해 전면 백지화되기도 했다.
일단 호주의 전반적인 언론은 이번 조치에 우호적인 것으로 보인다. 부모님은 곧 유권자이며, 정치인들에겐 유권자의 지지가 전부이니 당연한 일이다. 호주 수상은 한 인터뷰에서 ‘집행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이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며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우린 모두 알고 있다. 어떤 규제를 가해도, 아이들은 결국엔 우회책을 찾아낼 것이다. 심지어는 중국도 유튜브 사용을 완전히 막진 못했다.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된 규제도 인간의 본능을 영원히 억누를 순 없다.
법이 공식 발효될 때까지 주어진 시간은 1년, 총 12개월이다. 과연 SNS 기업들과 호주 정부가 어떤 결론을 들고 나올지 궁금하다. 갈수록 독성이 높아지는 SNS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뭐든지 해야 하는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단 ‘원천 통제’가 과연 최선의 방법인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