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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셔니 Dec 19. 2024

아이폰이 없는 세상


모든 제품은 사람의 인생처럼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를 거쳐 죽음에 이른다. 필수재가 아닌 한 그 어떤 제품도 이 공식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다. 


21세기에 등장한 가장 위대한 제품을 꼽으라면 단연 아이폰이다. 아마 인류 역사상 최고의 제품을 뽑으라고 해도 순위권에 들 것이다. 세상에 나온 뒤 15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폰은 애플의 알파이자 오메가 같은 존재다. 애플 매출의 약 60%가 아이폰에서 나온다. 나머지를 담당하는 서비스와 유틸리티도 아이폰과 연동되어 있거나, 아이폰 때문에 선택하는 고객이 대부분이다. 태양계의 태양처럼 아이폰이 애플 제국의 정중앙에 앉아있는 것. 


뒤집어 말하면 이는 애플의 취약함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애플이 아무리 대단해도 아이폰이 흔들리는 순간 회사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 아이폰의 하향세가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2021년 정점을 찍은 이래 아이폰의 매출은 계속 하락 중이다. 중국 시장 점유율이 국산 브랜드와의 경쟁 심화로 낮아지고 있는 게 크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  


애플도 이런 흐름을 모르지 않아 일명 NBT (Next Big Thing), 아이폰을 이을 먹거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그 노력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애플카 사업은 접었고, 비전 프로는 메인 스트림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최근 홈 로봇을 밀고 있는데 아직은 지켜봐야 할 상황. 서비스 매출이 늘어난 건 고무적이지만 독점, 프라이버스 침해 등의 이유로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미래확장성이 불투명하다.


한때 혁신의 대명사였던 회사였던 만큼, 잡스와 함께 혁신 DNA도 사라졌다는 일각의 비아냥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을 것이다. 최근엔 AI 시대에 뒤처지고 있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아프다. 애플이 2011년 Siri를 출시해 AI 붐을 일으켰던 걸 떠올려보면 더욱 그렇다.


시대가 격변하며 ‘불로불사, 금강불괴’처럼 보였던 기업들이 픽픽 쓰러지는 일이 늘고 있다. 제품과 기업도 인간처럼 생사의 주기를 거친다. 노후를 늦추려면 꾸준한 혁신과 변화가 필수다. 흔하지는 않지만 가끔은 회춘하는 경우도 있다. 


(당연하지만) 애플은 대단한 기업이다. 그 특유의 생태계는 그 접착력이 너무나도 좋아 한번 들어오면 쉽게 나가지 못한다. 인공지능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애플이 결국엔 AI 전쟁의 승자가 될 거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아이폰이 없는 세상이 올 것이다. 그때에도 아이폰을 대체할 NBT가 없다면 애플이 제2의 IBM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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