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명호 Mar 17. 2023

행복과 마음 챙김

긍정적 감정, 부정적 감정, 소통, 공감

행복은 물질적 측면과 정신적 측면을 모두 포함합니다. 물질적 측면에서 행복은 소득을 통해 접근이 가능하다면 정신적 측면에서 행복은 마음을 통해 접근이 가능합니다. 소득과 행복 주제는 이미 다루었기에 이번에는 행복과 마음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행복이란 일정한 주관적 상태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마음과 무관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현대 사회를 살면서 자기 자신 중심의 세계에 더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는 가족 수와 무관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수의 1/3에 해당합니다. 1인과 2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60%를 넘습니다. 가족 수가 적다 보면 자기중심으로 생활하면서 혼자만의 세계에 남기 쉬울 것 같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SNS에 많이 참여하면서 영상 속의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물질적 조건에 많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젊은 세대일수록 자신의 세계 속에서 고립된 채 정신적 측면보다는 물질적 조건으로 인한 상실감을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젊은 세대 역시 삶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물질적 조건 외에 정신적 측면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과거 오랜 기간 행복은 내면의 상태를 나타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 행복을 지칭했던 eudaimonia는 좋은 삶을 의미합니다. 좋은 삶이란 자신이 추구하는 인생의 목적을 달성하는 삶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인생의 목적은 물질적 측면이 아닌 정신적 측면을 뜻합니다. 신분제 사회에서 물질적 풍요를 갖추면서 정신적 목적을 실현시킬 수 있었던 사람은 매우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행복한 삶은 특권층에만 허용된 삶이었습니다.  

행복 또는 좋은 삶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계몽주의와 함께 시작합니다. 인간의 이성과 진보를 믿던 계몽주의자는 행복을 인간의 권리로 파악합니다. 디드로와 같은 프랑스의 백과사전파는 행복을 쟁취해야 대상으로 간주했습니다. 행복이 권리로 인식되면서 행복은 내면의 세계가 아닌 소득을 포함한 생활의 믈질적 측면이 중심이 되었습니다.

한국인은 어떤 다른 나라보다 단기간에 행복의 주요 조건을 달성시켰습니다. 한국은 경제성장 및 인적자본(human capital) 측면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나타냈습니다. 참고로 인적자본은 1인당 소득, 기대수명, 그리고 교육 기간으로 측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합니다. 외부적 조건의 개선만으로는 좋은 삶을 누리기 어렵다는 점은 삶의 내면적 조건이 중요함을 시사합니다.      

여기서 내면 조건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표현은 마음이 아닐까 싶네요. 국어사전에 따르면 마음은 1)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 2)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감정이나 의지, 생각 따위를 느끼거나 일으키는 작용이나 태도, 3) 사람의 생각, 감정, 기억 따위가 생기거나 자리 잡는 공간이나 위치라고 합니다. 국어사전의 마음은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마음과 대체로 일치하는 정의인 듯합니다. 만일 우리의 내면 조건을 일단 마음이라 한다면 외부 조건 외에 중요한 것이 마음입니다.      

외부 조건이 충족되었음에도 행복하지 않다면 이는 결국 마음이 편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같이 행복을 위해서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은 보다 나은 소득, 주거, 교육을 위해 집착합니다. 그러면서 마음을 챙기는 노력은 소홀히 합니다.       

마음에는 긍정적 감정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 감정도 있습니다. 마음의 기저상태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긍정적 감정보다 부정적 감정이 과장적으로 나타나는 일을 종종 접할 것입니다. “과거를 생각하면 후회가,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이 먼저 떠오른다.”는 이야기가 말해 주듯이 우리 마음은 자칫하다가는 부정적 감정이 휩싸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중요합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행위를 마음 챙김(mindfulness)이라 합니다. 마음 챙김은 긍정적 감정을 키우면서 부정적 감정을 컨트롤하는 것입니다.           

삶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마음이 편안해야 합니다. 마음속의 기저상태를 긍정적 감정으로 만들 수 있다면 자기 삶에 대한 만족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입니다. 그런데 적지 않은 사람들은 스스로 걱정거리를 만들면서 살고 있습니다. 일어나지 않을 일을 걱정하고, 본인이 어쩔 수 없는 일을 걱정하고, 걱정해도 소용없는 일을 걱정하고 심지어는 날씨도 걱정합니다. 그런데 이런 부정적 감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좋은 대안이 바로 지금을 사는 것입니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에 몰입하면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만일 하는 일에 몰입이 잘 안 된다면 산책을 하면서 자연을 접하는 방법 역시 부정적 감정을 없애는데 도움이 됩니다. 긍정적 감정은 혼자 방안에 가만히 있는다고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긍정적 감정은 소통, 공감, 친절, 협동, 감사, 경외 등을 통해 키울 수 있습니다.      

사람은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생존을 위한 DNA서 사회성을 지니고 태어났다고 합니다. 사회성은 사람 간의 소통을 통해 발전합니다. 현대 사회에서의 높은 이혼율, 낮은 결혼 생활 만족도, 고독한 , 소원한 친구 관계는 소통이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선천적으로 타인과 연결하는 메커니즘을 장착한 상태로 태어납니다. 그리고 사람의 뇌는 타인과의 접촉을 일종의 규범으로 간주합니다. 이같이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타인과 소통하도록 진화했고, 이는 긍정적 감정과 연결됩니다.      

한편, 사회적 관계 속에서 긍정적 감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대방과의 공감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눈 맞춤, 몸동작 등을 통해 상대방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행위 역시 일종의 공감을 의미합니다. 공감은 인간 본성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훈련과 노력을 통해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삶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공통점을 찾으면서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는 습관을 키우면 그만큼 공감 능력이 커진다고 합니다.      

경제학에서 공감의 중요성을 알려준 분은 애덤 스미스입니다. 그는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전제 조건의 하나로 공감을 지적했습니다. 스미스에 따르면 이기심을 근간으로 하는 시장경제가 작동하려면 나와 상대방의 이기심이 양립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기심의 양립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때 가능하다고 합니다. 스미스는 공감을 남의 신발 바꿔 신는 행위로 비유합니다. 공감은 긍정적 감정과 더불어 시장경제를 작동하는 기본 원리이기도 합니다.     

친절 역시 긍정적 감정에서 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친절이 자신에게 긍정적 감정을 가져온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검증되었습니다. 같은 돈을 쓸 때 그 돈을 자신을 위해 쓰는 경우와 타인을 위해 쓰는 경우를 비교하면 타인을 위한 소비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납니다. 이는 친절을 베푸는 행위 자체가 자신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가져옴을 의미합니다. 이 밖에도 다른 사람과의 협동, 감사한 마음을 느끼는 행위, 그리고 예술작품 또는 자연을 보면서 느끼는 경외 역시 긍정적 감정의 중요한 원천입니다.     

그런데 사회관계에서 상대방과 소통, 공감, 협력을 통한 긍정적 감정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자신과의 관계입니다. 자신과의 관계는 지금 하는 일에 나 자신이 얼마나 몰입했는지로 측정을 합니다.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이를 닦을 과연 나 자신이 "나는 지금 세수를 한다. 그리고 이를 닦고 있구나"라는 행위를 의식하였는지 물어본다면, 대부분 사람은 세수하고 이를 닦으면서 다른 생각을 했음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어떤 행위를 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을 방심(mind wandering)이라 합니다. 몰입정도와 행복의 관계는 Matt Killingsworth (2010)의 연구 결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킬링워스는 몰입의 반대 상황인 방심과 행복과의 관계를 연구를 통해 몰입도가 높을수록 행복도 따라서 증가한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킬링워스의 연구결과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하는 것이 개인의 행복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우쳐 주었습니다.

행복을 위해서는 외부 조건이 중요합니다. 누구든지 아프면 병원을 갈 수 있어야 하고, 공부하고 싶으면 학교를 갈 수 있어야 하고, 일을 해서는 자신의 생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 수 있어야 합니다. 흔히 마음이 행복한 나라로 통하는 부탄을 가보면 바로 이런 외부 조건이 잘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탄의 행복지수는 100위권에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외부 조건이 갖춰졌다고 더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즉, 외부 조건의 개선이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매우 까다로운 존재입니다. 마음은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 속에서, 서로 공감하고, 감사할 때 편해집니다. 그리고 자신과의 관계에서 내가 생각하는 일에 몰입할수록 마음은 행복해집니다.

그런데 사람은 누구든지 부정적 감정을 쉽게 느낍니다. 일상생활에서 많은 사람은 타인에 의해 상처를 받습니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이 사과, 용서, 화해입니다. 사과와 용서는 감정을 다스리는데 매우 중요한 기제입니다. 사과는 반듯이 후회, 반성, 공감과 책임의식을 동반해야 합니다. 말로만 하는 사과는 더 큰 상처를 남길 수 있습니다. 사과가 용서로 연결되려면 사과는 진정성을 지녀야 합니다. 사과하고 용서하면 결국 화해하고 다시 좋은 관계에서 긍정적 감정을 만들 수 있습니다.


Matthew A. Killingsworth*, Daniel T. Gilbert, A Wandering Mind Is an Unhappy Mind

Science 12 Nov 2010    

작가의 이전글 저출산과 행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