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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이 Feb 07. 2024

독서는 시간으로 하는 최고의 사치다.

독서는 럭셔리 스파와 같다. 책 읽을 시간 부족하다면, 여기로 집합!



우선 사과부터 하고 글을 시작해야겠다.

미안하지만, 독서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독서는 할 수 있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하나의 특권적 행위이다. 왜냐하면 독서를 하려면 단 한 가지가 절실하게 필요하거든. 바로, 시간.


독서는 사치다. 많은 돈은 필요하지 않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뿐. 독서는 시간으로 하는 최고의 사치다.


책을 집중해서 읽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언제 시간이 이렇게 갔지?’ 깨닫는 순간들이 있다. 당연하지. 책장은 손으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시간으로 넘기는 것이거든. 하나의 페이지는 몇 초, 혹은 몇 분의 시간이다. 페이지를 넘기는 건 온전히 시간을 보냄으로써 가능하다. 한 페이지를 읽는 건 한 단위의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다. 책은 돈으로, 지적 능력으로, 감수성으로, 혹은 해내겠단 의지로만 읽히지 않는다. 독서는 오로지 ’충분한 시간‘이 있을 때만 가능하므로 소위 ‘짬을 내서’ 읽는다면 (읽기는 하겠지만) 절대 즐길 수는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책을 읽는 건 시간이 충분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신경을 이야기 속에 푹 담그고 온 감각으로 음미하는 럭셔리 스파 같은 것, 바로 사치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이상한 점이 있다. 직장을 가진 이들은 직장 일로, 아이가 있다면 엄마의 역할로 만약 그 둘 다를 가졌다면 문제는 당연히 더블로, 언제나 시간이 부족하다. (이건 비단 성별이나 나이에 국한된 건 아니다.) 책 읽을 시간이 충분치 않다. 그건 당연하다.  그런데 이 당연한 점이 문제로 인식되는 것, 그 지점에서 요상스러운 불편함이 생겨난다. 사람들은 시간이 부족해서 책을 못 읽는 것에 대해 변명한다. ‘책을 읽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이 문장은 비독서의 심리적 불편함을 정확히 표현한다. 그리고 이러한 심리적 불편함 자체가 바로 문제이다.


다시 한번 그 문장으로 돌아가겠다. 독서는 시간으로 하는 최고의 ‘사치’이다. 그러니 못 하는 것, 안 하는 것에 대한 해명은 필요 없다. 불편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아예 없다. 애초에 모두가 쉽게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독서는. 사치를 하지 않는데 왜 그것에 대해 변명하는가? 그리고 하나 더, 우리는 더 이상 교과서를 붙들고 있어야 하는 학생이 아니다. 학교에서 벗어났으니 책을 쥐고 있으면 자기 계발이 될 거라는 생각도, 끊임없이 거기서 무언가 배울 게 있을 거란 생각도 제발 떨쳐버리자. (습관성 자기계발의 문제는 추후 다른 글에서 다루기로 하자) 문제는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도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그 문제는 사회적 구조와 관련이 더 깊기에 이 글에선 다루지 않겠다.) 책을 못 읽는 것을 마치 잘못된 행동인 것처럼 변명한다는 데 있다. 독서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편한 맘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책은 아무 때나 ‘읽어 야지’ 하고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읽을 수는 있겠지만 절대 즐길 수는 없다) 돈을 지불하고 ‘독서하는 법’이란 강습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부담감이나 의무감 따위는 이참에 벗어던지자!


독서에 대한 관심보다는 의무감만 있었던 분들은 여기까지 읽고 페이지를 넘기면 되겠다. 하지만 정말 책에 관심이 있고, 읽고 싶은데,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면?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 책을 ‘맛보기’ 해보는 것이다. 마트에 가면 시음하고 시식하듯이, 타 보고 싶은 차는 시승해 보듯이. 책을 무조건 사서 재어 놓거나, ‘들어가는 말’ 두 페이지에 질리기 전에, ’맛보기‘를 충분히 하자. 방법은 책을 다룬 짧은 컨텐츠를 가까이하기!


온라인 서점에서 어떤 책들이 인기 있는지, 책 제목을 훑어보거나, 관심 가는 책의 상세 페이지를 읽어 보는 것은 최근 도서 트렌드를 익히는데 큰 도움이 된다. 좀 더 깊이 있는 책 이야기에 관심 있다면, 혹은 스토리텔링을 좋아한다면 도서 관련 유튜브 채널이나 팟캐스트를 구독해서 챙겨보는 것이 좋다. 직접 읽진 않아도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마치 읽는 것만큼 재미있다. (읽는 것보다 더 재미있을 때도 있다.) 시간이 절약됨은 물론.


첨부터 끝까지 읽지 않으면 책을 읽은 게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인‘이 아닌 걸로 치부하고 넘어가자. 누가 감히 책에 대해 알고 모르고를 판단할 텐가? (기억하라. 책을 ‘완독’ 했어도 서평에 단 한 줄도 쓰지 못할 수 있단 것을.) 샤넬을 입어보지 않아도 샤넬의 가치를 알듯이, 책을 한 권 다 읽지 않아도 그 책을 좋아하고 책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니 부담은 내려놓고,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은 짐은 스스로 짊어지지 말자. 그것 말고도 짊어질 짐은 여기저기 충분할 테니…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면 책 얘기를 보고 듣자. 그러다 보면 생길 거다. 좋은 책을 고를 수 있는 능력이. 그래서 언젠가 책을 읽을 여유가 생겼을 때 그 시간을 오롯이 활용해서 정말 좋은 책을 즐길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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