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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섭 Jul 04. 2024

면구(面垢-기미)에 대하여

기미의 발생 원인

종종 있는 일이지만  2개월 동안 치료받으시던 어제 여자 환자분이 한 달 만에 내원하셔서  웃는 얼굴로  `아들 결혼 시키고 왔다`면서  그간 치료받지 못한 사연을 말해주었습니다.


아울러 지병을 앓아  안색이 어두웠는데  2달 치료로 얼굴이 너무 맑아져서  지인들이 보고 놀라 했고 본인도 화장을 하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너무 만족스러웠다 하여서  잠시 기쁜 시간을 나누었습니다.


당연한 이치가 있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오늘은  기미(한방에서는 얼굴에 때가 낀 것처럼 보인다는 면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공장에서 성형 틀에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넣어 고온으로 녹인 다음 식히면 플라스틱 상품이 되는데 

작은 성분이 큰 덩어리가 되는 것을 축합반응이라 하지요.


축합 반응은 열을 흡수하는  반응이고  반대로 큰 덩어리가 작은 단위로 분해될 때  열을 방출합니다.


생물도 같은 원리로 작용하는 데 식물을 보면  태양의 빛과 열을 이용하여  식물 조직을 구성하거나 에너지원을  전분으로 축적합니다.


요즘처럼 덥고 뙤약볕이 내리쬐는데  사람들은 잠시를 견디기 어려운데 식물들은  하루 종일 무던하게 견디며 심지어  싱그러운 녹음을 발산하고 있는 것에  이런 수단이 숨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물은 반대로 식물이 축적한  그 영양분(태양에너지)을 분해하여 얻는 에너지원으로 생명활동을 영위하게 됩니다.


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타 위도 지역 사람보다 뜨거운 태양에 노출이 심하여  피부에 강한 자극을 주게 됩니다.  그대로 아무 대책 없이 노출시켰다가는  피부 건강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넘치는 태양 에너지를  안전한  대사로 유인하여 중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태양 열에 직접 노출되는 피부에 내리쬐는 태양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식물이 단당류를 서로 엮어 다당류로 만들듯이  피부에도 작은 단백질들을 중합시키는 에너지로 소모하게 됩니다.


옅으면 빛이 잘 통과하지만 중합되어 조직이 짙어지면  빛의 통과를 어렵게 합니다.

피부의 멜라닌 색소의 침착은  이런 태양의 자극에 비례해서  증감하게 됩니다.


멜라닌 색소층은  구름이나 우산처럼  따가운 햇빛으로부터 피부 내부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되므로

열대나 더운 지방에서는  피부색이 짙어지게 됩니다.


반대의 이유로  볕이 부족한  지역의 사람들은 굳이  색소를 침착시킬 이유도 없고  여력도 없으므로  백색을 띠게 됩니다.


어느 학자는  흑인인 사람이 조건이 맞으면 1000년이면 백인처럼 변화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기미는 햇볕과 무관한데 생기는 이유는 뭘까요?


열이라는 공통 원인을 갖고 있습니다.

핫 팩을 오래 하다 보면 마치  멍이 든 듯한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상열하한에서 언급한 것처럼  갱년기나 여러 질병으로 컨디션에 문제가 생기면  속에 열이 차기 시작합니다.

대개의 질환에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있는 이유입니다.


속열이 생기게 되면 내 몸은 적정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열을 방출합니다.

누차 언급한 것처럼 머리 부분은 굴뚝처럼  열을 방출하는 주요 부분입니다.


열을 방출하기 위해 얼굴을 포함한 머리 부분에 열이 몰려야 하므로 안면 발적 하거나  붓게 되어야 하며

이런 증상이 계속 지탱하면  얼굴은 지속적으로 많은 열에  노출되고  위에 언급한 이유로  색소 침착이 시작되는데 이것이 기미의 출발입니다.


기미는  얼굴 전면이 어둡게  착색되면서  시작되는데 마치 얼굴을 씻지 않은 사람처럼 보인다 하여 면구(面垢)라 불러지게 되었습니다.


편법으로 피부과에서 레이저 시술로 색소를 파괴하면 잠시  맑아지지만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다시 재발하게 됩니다.


치료법은 속열을 식혀 주는 처방과 생활 규칙의 교정만으로도  쉽게 치료가 되는데  

낫을 때는  피부가  살색(복숭앗빛)으로 돌아오면서 기미 부분이 들뜨기 시작합니다.


마치 살색 피부 위에 놓인  얼룩처럼 보이다가 점차 바람에 구름 개듯이  말끔히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속열을 식혀주거나  다른 형태로 발산을 시켜버리면 안면에 열이 모일 이유가 사라집니다.

그러면 인체는 열(에너지)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에너지를 소모하는 축합반응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자연에서는  덩어리가 흩어지는, 즉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순리이기 때문에  조건이 충족된 상황에서는  기미를 만들지 않는 것이  쉬운 선택입니다.


비 오려고 할 때 하늘이 전체가 어둑해지듯이  기미가 시작되고  낫을 때에는  푸른 하늘 바탕으로  조각구름들이  흩날리고 있는  모양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결국 기미나  색소 침착은  일부러 나를 괴롭히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조건에서는 필연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개념을 확장하면  화병 환자들이 고지혈증, 고 콜레스테롤(HDL), 고 요산(高尿酸) 혈증 등을 잘 만드는 것도  이런 이유가 숨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이유로 혈액검사 상의  이상은  조건의 개선만이 근본적인 치료법이며 단지 약물을 복용해서  수치만 정상을 유지하는 것은  치료 원리에 부합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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