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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렉탄 Jun 11. 2023

물감에서 치약까지

발명이 변화시킨 인류의 역사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겁니다.


오랜 시간 고민해도 해결하지 못하던 문제가 갑자기 확 풀려 버리는 그런 순간이요.


저는 어릴 때 운동화 끈을 혼자 묶지 못해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보다 못한 짝꿍이 하나하나 끈을 묶어주면서 따라 해보라더군요.


그렇게 12살 여름, 운동화 끈을 묶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인의 삶처럼 인류의 역사 속에도 오랜 시간 고민했던 문제가 우연한 계기로 해결된 순간들이 있습니다.


오늘의 한 주 한 줄 명언은 발상의 전환의 역사를 바꾼 3가지 사례를 소개드리겠습니다. 





"발명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일입니다. 원한다면 누구든지 할 수 있지요. 아마 수 천명이 이마를 치면서 "내가 왜 그런 생각을 못했지?"하고 외쳤을 겁니다."   -트레버 베일리스- 


1. 전기가 필요 없는 라디오라면 어떨까?


(사진=영문 위키피디아 트레버 베일리스 항목)


영국의 발명가 트레버 베일리스는 태엽식 라디오를 발명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발명가였던 그는 1991년 어느 날 다큐멘터리를 보게 됩니다. 다큐멘터리에선 질병으로 신음하는 아프리카의 현실이 담겨 있었습니다. 


내전과 가난으로 제대로 된 보건 교육이 되지 않았고, 아프리카엔 전기가 통하지 않아 소식이 닿지 않는 곳이 많아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지금도 아프리카 약 30여 개국의 전력 사용량이 미국 캘리포니아의 전력 소비량을 이기지 못한다는 통계도 있죠.


베일리스는 올바른 정보의 전파가 아프리카의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태엽식 라디오입니다. 


손으로 태엽을 돌돌 돌리면 자가발전을 해서 라디오에 전원을 공급하고, 전기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도 소식을 전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생의 마지막 까지도 젊은 발명가들을 후원해 영국 사회의 존경을 받은 멋진 발명가입니다.


2. 물감에서 영감을 얻은 치약 튜브의 발명 


(사진=미국 린다홀 도서관 웹사이트, https://www.lindahall.org/about/news/scientist-of-the-day/john-goffe-rand 존 고프 랜드가 발명한 튜브 형태의 물감)


치과의사였던 워싱턴 셰필드 박사(1827-1897)와 그의 아들 루시우스 셰필드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이를 잘 닦아야 충치가 안 생길 텐데, 그 시절 치약은 너무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가루의 형태로 되어있거나, 케이스에 보관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위생상 문제가 많았습니다.


루시우스 셰필드는 파리 유학 시절 프랑스의 예술가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다 화가들이 튜브 물감을 사용했다는 걸 기억하고 영감을 얻게 됩니다.


치약도 물감처럼 튜브에 넣어 짜서 쓸 수 있다면 사람들이 쉽게 보관하고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부자는 즉시 생각을 실천에 옮겨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짜는 형태의 튜브 치약을 발명하게 됩니다.


3. 인상파를 탄생시킨 존 고프 랜드의 튜브 물감 발명 



(사진=게티 보존 연구소 1995년 논문 <historical painting techniques, materials, and studio practice, 1995>)


미국의 화가 존 고프 랜드(1801-1873)는 풍경을 그리다 고민하게 됩니다.


쉽게 터져버리고 변색되는 물감 때문에 야외에서 풍경을 충분히 그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 화가들은 주로 돼지의 방광(위 사진의 오른쪽 주머니)이나 소 방광, 가죽 등에 물감을 보관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물감이 쉽게 빛을 받아 변색되거나, 터지고 새는 일이 흔했습니다.


존 고프 랜드는 납을 압축기에 넣어 말아 올린 후 꼭지를 다는 방법으로 우리가 아는 튜브형태의 물감을 만듭니다.


이 발명은 언뜻 보면 간단했지만, 실제로는 미술사를 바꾼 혁명적인 결과였습니다.


제가 오늘 글에 커버사진으로 사용한 작품 <개구리 연못>은 인상파 화가 르누아르의 작품입니다.


생전에 르누아르는 아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튜브 물감이 없었다면 세잔도, 모네도, 피사로도, 인상파도 없을 것이다."


튜브 물감의 발명은 화가들이 더 오랜 시간 자연에서 풍경을 그리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상파 화가들은 길어진 작업시간으로 자연의 색채와 질감에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있는 풍경을 단순히 그리는 게 아닌, 새로운 회화 기법인 인상주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4. 긍정은 순환한다.


https://www.korea.kr/news/cultureColumnView.do?newsId=148857492


한편으로 오늘의 일화는 긍정은 순환한다는 역사의 가르침을 보여줍니다.


튜브 물감은 미국인이 발명했지만, 프랑스의 예술가들도 사랑했고, 그런 프랑스를 여행하던 미국의 치과 의사는 물감을 보고 치약을 발명했으니까요.


세계 대전 시기 어두운 나날을 보내던 프랑스 외교관이 미국의 외교관을 찾아 지원을 요구했을 때,


미국의 외교관은 이런 대답을 했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자유의 여신상은 오늘도 뉴욕을 밝혀주고 있죠." 


"미국은 프랑스를 반드시 지원할 겁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자유의 여신상은 프랑스가 미국의 독립 1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보냈습니다.


최근 어두운 전체주의와 환경파괴가 우리의 지구촌을 뒤덮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순환하는 긍정의 힘이 폭력과 억압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순간에도 지구촌 곳곳에선 폭력과, 기후 변화를 상대로 활약하는 발명가들이 있습니다.


지구의 미래를 밝게 빛내고 있는 발명가들에게 감사를 보냅니다.


오늘의 한 주 한 줄 명언은 여기까지입니다. 


p.s:오늘 이야기들의 출처


1. 미국 린다홀 도서관


https://www.lindahall.org/about/news/scientist-of-the-day/john-goffe-rand 


2. 영문위키피디아 워싱턴 셰필드 박사 항목


https://en.wikipedia.org/wiki/Washington_Sheffield


3. 영문 위키피디아 트레버 베일리스 항목


https://en.wikipedia.org/wiki/Trevor_Bayl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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