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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렉탄 Jul 02. 2023

게으름을 '극복'하려고 하면 안 되는 이유

 진짜 광기 vs 가짜 광기와도 같은 게으름

한동안 슬럼프 였다.


6월 달엔 브런치에 글을 단 한편 밖에 쓰지 못했다. 


원래 운영하는 다른 블로그에도 거의 글을 쓰지 못했고, 본업과 인스타 외엔 하는 게 없었다.


웃긴 건, 그렇다고 글을 쓸 시간이 없었는가? 하면 그건 절대 아니었다는 점이다.


나는 적게 잡아도 10편 정도는 충분히 글을 쓸 시간이 있었고, 본업이 바쁘긴 해도 글을 못쓸 정도로


힘에 부치지는 않았다. 


이런 내 게으름이 너무 힘들었고, 게으름을 극복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려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럼 게으르게 지내서 마음이라도 편했느냐? 아니올시다였다.


글을 안 쓰고 게으르게 지내면 마음이라도 편해야 하는데, 마음은 마음대로 힘들었다.


그런데 나는 어제 우연히 접한 영상을 보고 게으름에서 벗어나는 실마리를 찾았다.


오늘의 한 주 한 줄 명언은 게으름을 극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바친다.




"게으를 때는 게으름을 알지 못한다." -하루히 센안-


1. 왜 우리는 게으름의 악순환에 빠지는가?


인터넷 검색에서 '게으름 극복' 같은 키워드로 이 글을 보는 분이라면 나는 독자가 결코 '진짜 게으른' 사람은 아닐 거라 확신한다.


요새 진짜 광기 vs 가짜 광기 라는 개그짤이 유행이다.


진짜 게으름은 자기가 게으른 것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무시무시한 게으름이다. 


'진짜 게으름'은 클래스가 다르다.


밤새 게임에 푹 빠진 다음 행복한 마음으로 잠들었다 좀비 같은 표정으로 학교에서 자고, 그렇게 다시 pc방에 가서 또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도 행복해한다. 


이 짓을 1년 내내 하면서 성적표는 '가'로 채워진다. 


근데 그러고도 마음은 행복하고, 기쁘다. 왜냐고? 신나게 놀았으니까. 


그러고 다시 PC방에 가서 게임을 한다. 나의 학창 시절 실화다.


반면 '가짜 게으름'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무언가 해야 할 게 있다는 걸 본인이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ex) 일, 다이어트, 글쓰기, 독서, 자기계발)


-해야 할 걸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도 많고, 생각도 많다.


-그런데 생각만 내 머리와 심장을 조여 오고, 막상 하자니 두렵다.


->다시 반복되는 불안에 빠진다.


->불안에 빠진 채로 있기에 놀아도, 누워도, 맛있는 걸 먹어도 나는 게으르다는 '죄악감'에만 빠지고


실컷 쉬지 못한다.


->인터넷으로 게으름 극복하기 같은걸 열심히 찾아보거나 주변에 조언을 구한다.


->'5초 안에 실행하는 비법', '미라클 모닝', '기적의 아침' 같은 영상, 피드를 보고 일시적 자극을 받는다.


->하고 또 엎어지고 못하며, 게으르다는 자책감, 불안감에 휩싸인다.


->위 과정을 다시 반복한다. 


나는 중요한 글쓰기를 두고 이런 감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2. 진짜 감정은 게으름이 아니라 '공포' 아닐까?


그런데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에게 추천 영상을 하나 보여줬다.


https://www.youtube.com/watch?v=NPKpQE9T5P4&t=6s 


(유튜브 채널=캐스터 북스, 최지혜 작가님의 영상)


뭔가 제목부터가 끌렸다. 나는 충분히 글을 쓸 시간이 있었기에 안 쓰고 있어서 더 공감이 갔다.


연달에 작가님의 '조바심'에 대한 영상도 보았다.


두 영상의 내용을 3줄로 요약하자면 이거다.


<1> 우리는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에 막연한 공포를 갖고 있다."


<2> 물리적 시간과 목표 외에, 우리 마음의 시간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3>적어도 우리 삶 중 일정한 시간에 만큼은 결과를 의식하지 않고 무언갈 하는 시간으로 정해두자."


나는 왠지 이 두 영상을 보고 한 달 가까이 앓았던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고,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3. 결과를 의식하지 않고 해 보자


생각해 보면 그렇다, 지금껏 브런치에 썼던 글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글은 정작 결과를 의식하지 않고 썼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글이었다.


인스타 피드 중에서도 '결과'를 의식하지 않고 올렸던 수변 공원 사진이 '좋아요'가 제일 많았다. 


과거에 체육관에 처음 다녔을 때도 나는 다이어트라는 '결과'를 얻고 싶어 다닌 게 아니라,


체육관에 다니는 친구들과 '어울림'이 좋아 다니다 보니 살이 빠졌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당분간 브런치 글 만큼은 결과를 의식하지 않고 원래대로 써볼 생각이다.


혹시 지금 게으름이란 마음에 짓눌리고 있는가?


장담컨대 이 글이나 저 영상을 클릭한 사람은 절대 게으른 사람이 아니다.


인간은 문제를 '인식'하는데서 실마리를 풀기 시작한다. 적어도 자신이 무언갈 안 하는 게 '문제'는 맞다고 생각한다는 건 게으름이 아니라, 중압감에 자신을 가둬놓고 있는 것이다.


영상의 말대로 일주일 중 단 20분이어도 좋으니 우선 자기 자신에게 '결과'에서 벗어난 시간을 주자.


그리고 그 시간에 하는 자기계발만큼은 결과를 의식하지 않는 시간으로 주자.


게으름을 '극복'하겠다고 마음먹는건 산에 오르기전에 산 꼭대기를 넘을 생각을 하는거라고 생각한다.


그럼 마음부터 지친다. 산을 '극복'하지 말고, '산책 하러' '데이트 하러' 타보자.


조금씩 해나가다 보면 어느덧 가짜 게으름의 감옥에서 우린 벗어나게 될 거니까.


*한주 한 줄 명언은 다음 주에 다른 이야기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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