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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vn May 03. 2023

외국에서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법

a.k.a 혼자 여행 가서 인싸처럼 노는 법

해외 면접 프리패스상으로 인정받고 여행지에서 쉽게 친구를 사귀는 치트키가 있다.


바로 스몰톡(Small talk).


사교적인 상황에서 낯선 상대와 나누는 짧고 간단한 대화를 말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사교적인 상황이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식당이 될 수도 있고, 엘리베이터가 될 수도 있고, 길거리가 될 수도 있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화장실 앞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곳에서 나누는 스몰톡이란 대개, 어머 너 옷 예쁘다, 어디서 왔어? 오늘 날씨 좋네, 친구랑 놀러 온 거야? 등등의 실속 없는 말풍선 채우기 놀이다(벌써부터 기빨림 주의).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하다. 어지간한 나라 사람들은 스몰톡이 디폴트로 세팅되어 있기 때문. 첫 대면에 쭈뼛거리거나 내숭 떠는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나 귀엽지 외국에서는 씨알도 안 먹힌다. 속으로만 능력 있고 따수운 사람이어봐야, 이들은 무뚝뚝하거나 덜떨어진 애로 본다.


고쳐 말하면, 스몰톡 티키타카만 잘 해도 국적 불문 매력적인 대화 상대가 될 수 있다.


시시껄렁한 대화 몇 마디가 무슨 대수냐 싶지만, 첫인상으로 결정되는 순간들은 의외로 많다. 인터뷰 자리에선 당락이 결정될 수도 있고(그만큼 해외에선 조직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능력을 중요하게 본다). 모임 자리에선 입 뻥끗 못하고 손톱만 물어뜯다 나오게 될 수도 있다.


해외에서도 매력이 통하는 스몰톡 달인이 되는 몇 가지 팁이 있다.



1. 리액션 자연스럽게 하기


첫 해외 생활을 하는 시기에는 How are you?를 들을 때마다 머리가 하얘졌다. I'm fine thank you, and you?를 그렇게 배워놓아도, 매번 내 상태가 어떤가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을 했다. 흐르는 정적에 상대가 되려 당황. 나중엔 이들이 진짜 내 기분이 어떤지 궁금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녕하세요'가 상대방이 진짜 안녕한지 체크하는 멘트가 아니듯이 말이다.


스몰톡을 이어나가는 핵심은 언어적 표현이 아니다. 감탄사, 몸짓 따위의 반언어, 비언어적 표현이다(한 마디로 리액션!). 외국인들이 스몰톡을 거는 이유는 남에게 관심이 너무 많아서, 사사건건 어휘력을 테스트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냥 인사치레, 그게 그들 세상에서의 예의라서다. 그러니 무슨 토픽으로 대화를 하든,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상대에게 남겨지는 인상이 중요하다.


Broken English여도 나는 원어민이라는 마인드면 된다. 자신감 있는 애티튜드가 먼저, 문법, 발음은 그다음 문제다. 영어권에서는 한국어로 대화할 때보다 가벼운 칭찬을 주고받거나 감사를 표할 일이 많다. 이때 대단한 이야기를 하겠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눈 마주치면 피하는 대신 웃으면 되고, great, cool, amazing, awesome, sweet, perfect 중에 골라 화답만 잘해도 된다.



2. 밋업 기회 찾기


소셜 이벤트나 밋업에 참여해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혼자 해외에 떨어져도 낯선 이들과 섞일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많다.


Meetup, Eventbrite, Couchsurfing 등

개인적으로 Couchsurfing에서는 카우치서핑 요청 자체 말고 행아웃 기능 활용 추천


SNS 커뮤니티

왓츠앱 그룹, 페이스북 그룹 등

발리 커뮤니티는 주로 nomeo.io 등 왓츠앱 그룹 중심, 유럽은 앱이나 페이스북 그룹 쪽이 활발


코워킹, 코리빙 스페이스

멤버/퍼블릭 이벤트를 자주 여는 곳들이 꽤 있음(웹사이트, 소셜 계정 등 확인)

한 달 이상 머물 경우, 치안 안 좋은 나라나 한적한 교외 지역에 머물 경우 특히 추천


오픈 트립 액티비티

에어비앤비, 클룩, 트립닷컴, 마이리얼트립, 인스타그램 계정 등을 통해 신청하는 현지 투어, 레저 활동

주의사항: 가족/친구/연인 단위 사람들만 그득하면 오히려 말 섞기 민망해짐


이런 식으로 혼자 다이빙 자격증도 따고, 뉴욕이나 파리에서 공짜로 친구 집에서 지내고, 포토그래퍼에게 인생 첫 화보도 받아보는 진귀한 경험들을 했다. 밋업 기회들을 잘만 활용해도 솔로 트래블러로 시끌벅적하게 온 지구를 돌아다닐 수 있다.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함께 떠났던 1박 2일 발리 북부 여행



3. 현지어 배우기


현지어로 말 걸었을 때 얼굴 찡그리는 사람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많은 경우 상대와의 심리적 장벽을 단번에 허무는 계기가 된다. 정말 간단한 표현들, 이를테면 Hello, How are you, Good, Thank you, Bye 정도만 알아도 충분. 혹은 본인의 생존에 필요한 단어들(화장실, 와이파이, 치킨, 제로 콜라).


제2외국어는 의외로 쓸모가 많다. 한국어와 달리 많은 외국어들은 그 나라 밖에서도 통하기 때문. 예를 들어 라틴어에 뿌리를 둔 언어(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등)들은 문법 체계, 어휘 표현들이 비슷하다. 한 언어만 배워도 금방 N개 국어 능력자가 된다. 내 이탈리아 친구는 포르투갈어를 마스터하는 데 딱 4개월이 걸렸댔다. 이 얼마나 효율적인 시스템인가.



4. 아님 그냥 그들의 플로우에 맡길 것


나도 외향형이긴 하지만 외국에는 정말 극심한 E형 인간들이 많다. 쉽게 찾을 수 있는 사례는 미국인들. 트루 자본주의에서 우러나오는 무한 긍정 DNA가 있어, 대부분 쌩초면이어도 대화를 잘 이어간달까(호두까기 인형이 호두 까는 느낌으로다가). 본인 홈파티에 친구, 친구의 친구, 친구의 사돈의 팔촌의 친구까지 초대해도 지장이 없다. 유럽권도 스몰톡은 쉽지만 미국의 캐주얼함은 어나더 레벨이다.


혹은 말 하나도 안 통해도 트월킹으로 소통 가능한 브라질 사람들, 보드카로 소통 가능한 러시아 사람들 등. 약간 주의가 필요할 때도 있다. 로컬들의 조언 + 본인 경험상, 터키, 인도, 인도네시아 등지 일부 남자들의 경우 십중팔구 대화의 끝이 개수작.


언급된 사례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지 일반화가 절대 아니다. 사바사, 케바케이니 자유로이 플로우를 따르되, 산으로 간다 싶으면 요령껏 손절 치라는 뜻이다.






어쨌든 시간이 약이다. 로마에서 로마법 따르듯, 새로운 곳에 발 담그면 처음엔 화들짝 놀라도 머지않아 그 온도에 익숙해진다. 나중엔 동대문 시장 사장님 바이브로다가 입담도 자연스러워진다.


외쿡 사람들 앞에서 뚝딱거리는 자신을 발견하더라도 이는 당연한 현상이다. 재사회화는 원래 어려운 과정이니까. 우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모서리로 몸을 꾸겨담는 문화권에서 살았고. 그들은 그 찰나의 10초 동안 본인을 어필해야 하는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itch)' 문화권에서 살았을 뿐이다.


사막 한가운데서도, 망망대해에서도. 지구 어디 떨어뜨려놔도 우린 꽤나 매력적인 사람들이다.


어필만 잘하면.


혹시나 여기까지 읽은 I형 인간들이 계시다면, 이제 숨 쉬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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