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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vn Sep 11. 2023

발리 한 달 살기 시 주의할 점

오랜만에 컴백한 김에 써보는 2023 발리 살이 팁 A to Z


지난 2년간 발리를 온 앤 오프로 들락거린 세미 주민으로서 느끼지만, 발리는 항상 최신 업데이트를 눈여겨보아야 하는 곳이다. 입주민도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동네도 빠르게 변화해서 올 때마다 새로운 것들 투성이기 때문이다. 물가도, 동네 풍경도, 사람도 어제와 오늘이 다른 곳이라, 발리 한 달 살기에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주의할 점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1. 발리에서 어디에 머물지에 대한 결정은 매우 매우 매우 중요하다.  


발리가 천국인 이유는 어떤 성향이든,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든 그 모두를 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피니트 풀 앞에서 인생샷 찍을 수 있는 리조트? 로컬들과 친해질 수 있는 홈스테이? 정글 속 고요한 트리하우스? 힙한 번화가의 킹베드룸 게스트하우스? 배낭 여행객들이 매일 밤 파티를 즐기는 호스텔? 프라이빗 풀, 탁 트인 인테리어의 오성급 풀빌라? 서퍼나 요기들을 위한 리트릿/캠프? 모두 가능하다.


이 가지각색 욕구를 어떻게 모두 충족시키냐, 각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동네가 대체로 정해져 있다. A 지역에서의 하루와 B 지역에서의 하루가 지구 반대편처럼 천지차이로 달라지는 경우가 이곳에선 예삿일이다. 그러니 본인한테 잘 맞는 동네로 가지 않을 시, 기대와 정 반대의 날들을 보내다 실망하고 돌아올 수도 있다.


성향별 추천 지역!
이 동네에는 이런 사람들이 가는 게 좋습니다.



A. 발리 남서부


A-1. 짱구(Canggu), 베라와(Berawa)

관광객보다 노마드 인구가 조금 더 많은 동네에 가보고 싶다

영하고 힙한 활기찬 분위기가 좋다

근처에 일할 코워킹 스페이스나 카페가 많았으면 좋겠다

스쿠터를 타고 이동하는 데 문제가 없다(본인이 운전하든 기사를 부르든)


A-2. 페레네랑(Pereneran), 우말라스(Umalas), 케로보칸(Kerobokan)

짱구로의 접근성이 좋으면서 좀 더 한적한 동네에 머물고 싶다

짱구, 베라와 중심지의 숙소를 구하기가 어렵다

스쿠터를 타고 이동하는 데 문제가 없다(본인이 운전하든 기사를 부르든)


A-3. 세미냑(Seminyak), 꾸타(Kuta)

나는 조금은 관광객 모드다(리조트, 스파, 휴양)

번화가이면서 차로 이동하는 게 조금 수월했으면 좋겠다(교통체증은 감안할 것)

레스토랑, 카페, 편의점, 쇼핑몰 등 편의시설이 근처에 있었으면 좋겠다



B. 발리 중부: 우붓(Ubud)

요가, 명상, 브레스워크 등 심신 수양에 좀 더 끌린다

시끄러운 파티 바이브보다 여유롭고 느린 분위기가 좋다

울창한 열대우림 정글뷰를 보고 싶다

근처에 일할 코워킹 스페이스나 카페가 많았으면 좋겠다



C. 발리 남부: 울루와투(Uluwatu)

울루와투 사원, 절벽 뷰 비치클럽을 구경할 예정이다    

짱구나 세미냑 지역보다는 조금 한적한 바닷가들을 찾고 싶다

파당파당(Padang Padang), 빙인(Bingin), 사누르(Sanur) 등 수상 레저 스팟이 궁금하다    



D. 발리 북서부: 세마기(Cemagi), 께둥구(Kedungu), 메데위(Medewi)

발리에 이미 몇 번 와봐서 연차가 좀 쌓였다

새롭게 떠오르는 노마드 스팟들이 궁금하다

번화가에서 사람들에게 치이기 싫다

짱구, 꾸타보다 사람이 덜 붐비는 서핑 스팟을 찾고 싶다

주변 편의시설이 덜 발달한, 조금 멀리 떨어진 곳도 괜찮다


그 외 발리 동부, 서부, 북부 끝자락은 특별히 머물 이유가 있는 경우(e.g. 섬 전체 배낭여행 중, 특정 호텔에 머물 예정, 축제/리트릿 참여, 서핑캠프, 스쿠버다이빙 등)가 아니라면 당일치기 혹은 2-3일 투어로 다녀오길 추천한다.


1. 펀쿨섹 짱구 2. 한가로운 우붓 3. 바닷마을 울루와투 4. 때묻지 않은 세마기



2. 숙소 예약 시에는 다음을 체크하는 게 좋다.


메인 도로변에 위치해 있는가: 골목 안쪽이 아닌 도로변 바로 앞에 나와있는 숙소는 가능하면 피하는 게 좋다. 접근성이야 당연히 최고다. 다만 여기는 시도 때도 없이 부아아앙- 하고 지나다니는 바이크족들이 상당히 많다. 발리 대부분의 숙소가 방음이 그다지 잘 되는 편이 아닌지라, 소음에 예민하다면 낮이고 밤이고 고생할 수 있다.  


주변에 공사 중인 건물이 있는가: 발리 개발 속도가 최근 1-2년 사이 엄청나게 과열돼서, 온 동네에서 정말 정말 정말 공사를 많이 한다. 보통 아침 9시쯤부터 3-4시, 길면 6시, 심하면 주말 내내 공사가 한창일 수 있다. 본인이 자주 바깥에 나갈 예정이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숙소 예약 시 고려해봐야 할 부분이다.  


와이파이 속도가 충분히 빠른가: 노마드 수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의외로 와이파이 환경이 열악한 곳들이 있다. 온라인 미팅이 잦은 경우, 숙소 후기를 찾아보거나 관리자에게 컨택해 와이파이 속도가 얼마인지 물어보는 게 좋다. 노마드들이 많은 동네에 머문다면 주변에 와이파이 괜찮은 카페들이 차고 넘칠 테니 너무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공용 주방이 있는가: 발리 대부분의 숙소는 방에 주방이 따로 없고 공용 주방 상태도 열악한 편이다. 그러니 본인이 직접 요리해 먹는 편이라면 주방 상태를 미리 체크하는 게 좋다. 외식 가격은 우리나라 물가의 3분의 2 (혹은 그 이상) 정도 된다 보면 된다. 로컬 식당인 와룽(warung)은 한 끼 3-4천 원에도 해결 가능하지만, 외국인들이 많이 가는 레스토랑이나 카페들은 다른 동남아 대비 저렴한 편은 아니다.



3. 교통체증은 질리도록 겪을 테니 미리 마음을 비우는 게 좋다.


발리는 제주도 면적 세 배 이상 되는 상당히 큰 섬이다. 거기에 직선 도로가 제대로 깔려 있지 않고 차가 못 지나다니는 좁은 골목길도 많아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을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다. 특히 오후-저녁 시간대에는 지도에서 노랗게 혹은 붉게 표시된 도로선을 지날 시 예상 시간보다 1.5배 정도 더 걸릴 수 있다. 바이크들이 자동차 사이로 요리조리 다 빠져나가기 때문에 차를 탈 경우 멈춰 서 손가락 빠는 일이 다반사다.


1. shortcut으로 불리는, 흔한 발리의 차량 붐비는 골목길 2-3. 힌두교 의식이 있는 날에도 세리머니 행차가 지나갈 때까지 차가 막힐 수 있다. 구경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개인적으로는 발리에 오기 전, 혹은 도착해서 스쿠터 연습을 한 뒤 본인이 직접 바이크를 타고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스쿠터 레슨도 있고 한 달 동안 렌트할 경우 비용은 약 7-15만 원 정도 든다. 직접 운전하기 무섭다면 고젝(Gojek)이나 그랩(Grab) 앱을 통해 오토바이 택시를 불러도 된다. 어쨌든 초록 논밭을 따라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경험은 힐링 그 자체라, 익숙해지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일상이 된다.


이런 뷰를 보면서 내달리는 해방감이란




4. 목적지가 있는 여행보다는 살아보는 데 의의를 두는 게 좋다.


인스타그램에 가득한 발리의 관광 명소에 대한 기대는 버리는 게 좋다. 사람이 미어터지기 때문에 인생샷 몇 초 찍어보겠다고 그 앞에서 꼬박 한두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 있다. 진짜 발리의 문화와 역사를 체험해 보기 어렵다는 면에서 진정성도 떨어진다. 발리 경치는 사람이 적을수록 예쁘다. 그러니 아예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히든 스팟으로 가서 쉬다 오는 게 오히려 더 만족도 높은 여행이 될 수 있다.


렘푸양 사원의 천국의 문과 투카드 츠풍 폭포. 인생샷 남기자고 가기엔 대기가 지이인짜 길다.


보통 로컬들이 그런 곳들을 잘 알기 때문에, 로컬들과 친해지면 전통 마을이나 비밀 다이빙 스팟, 선셋 스팟 같은 곳도 곧잘 데려가준다. 발리 로컬 대부분이 친화력 갑에 스몰톡도 굉장히 좋아하는 인간계 리트리버다. 손짓 발짓 섞어가며 대화하다 보면 이들과 어렵지 않게 친구가 될 수 있다.


혹여 발리에 장기간 머물 경우, 누사 페니다(Nusa Penida), 누사 렘봉안(Nusa Lembogan), 길리(Gili islands), 롬복(Lombok), 자바(Java) 등 발리 옆 섬들도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조금 멀어도 된다면 꼬모도(Komodo)까지!).


멋진 절벽 해안가와 만타 포인트가 있는 누사 페니다, 다이빙 + 파티의 섬 길리 트라왕안, 제2의 발리로 뜨는 휴양지 롬복






발리는 올 때마다 아름답고 재밌는 것들이 넘치는 곳이지만, 나 역시 올 때마다 조금씩 고민거리들이 생긴다. 수요가 많아지니 어쩔 수 없이 닥치는 숙소에 대한 이슈, 이동에 대한 이슈, 생활 물가에 대한 이슈 등 철새처럼 떠났다 돌아올 때마다 변화하는 발리의 모습에 조금씩 재적응하는 중이다. 조금 더 상세한 팁들을 덧붙이고 싶은데 글이 길어져서 혹여나 한 달 살기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나중에 추가로 풀도록 하겠다.


아직 국내에는 일주일 이내로 짧게 여행 와서 이곳 저곳 2-3박씩 하고 사라지는 여행객들이 많은데, 발리는 오래 볼수록 그 매력이 파도 파도 끝없이 나오는 곳이다. 지구 어딜 가든 그렇긴 하지만, 특히 발리에서만큼은 관광(tour)보단 여행(travel)을, 여행보단 아무 계획 없이 그냥 살아보기(stay)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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