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입니다.
문서와 글쓰기의 차별화
공무원으로서 문서를 작성하는 일은 매일의 일상입니다. 보고서, 결재 서류, 공문 등 어떤 일이든 한 줄 한 줄 기록하는 게 업무의 시작이죠. 그러다 보니 우리는 글을 쓸 때조차 문서처럼 쓰는 습관에 익숙해집니다. 하지만, 글쓰기는 문서를 작성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그것은 단순히 정보와 사실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마음을 담고 독자에게 다가가려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행정실에서 후배가 물었습니다.
“선배님, 문서 말고 글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자꾸 일이 많아지니까 못하게 돼요.”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문서 작업과 글쓰기의 차이를 느끼고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대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문서는 업무의 기록이라면, 글쓰기는 그 기록 속에 스며든 마음과 생각을 꺼내어 세상과 소통하는 일이라는 것이죠. 문서가 정확하고 명확한 정보 전달을 목표로 한다면, 글쓰기는 독자와의 공감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차이점에 대해 더 깊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글쓰기는 곧 ‘나’를 드러내는 작업이라고요. 문서가 규격화된 언어와 형식을 통해 조직 내에서 소통의 수단이 된다면, 글쓰기는 그 형식의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는 과정입니다.
문서와 글쓰기의 차이는 단순히 형식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문서는 누가 읽어도 한결같은 이해를 해야 하지만, 글쓰기는 각자의 해석에 따라 다양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행정 문서에서 우리가 쓰는 ‘효율적 운영’이라는 문구는 그 의미가 명확해야 합니다. 하지만 글쓰기에서 효율에 대해 쓸 때는 감정을 담아, 어떤 의미와 경험이 깃들어 있는지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서를 넘어 글쓰기로써 얻는 것은 무엇일까요? 후배에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글쓰기는 우리 안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어, 남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나아가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와 결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힘이 있다는 것. “문서는 마침표로 끝나지만, 글쓰기는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다시 시작된다”고요. 후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그날 저녁, 사무실에서 나와 혼자 생각에 잠겼습니다. 기록하고 정리된 문서의 가치가 소중한 만큼, 감정과 경험이 녹아든 글쓰기의 힘 역시 잊지 말아야겠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정보를 정리하지만, 가끔은 그 안에 담긴 소소한 생각과 마음을 글로 남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정리된 글들이 우리를 조금 더 나아가게 만들고,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도 위로와 응원이 되어줄 수 있으니까요.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가끔은 문서를 넘어서 글쓰기를 시도해 보세요. 어떤 내용이든 좋습니다. 일기처럼 하루를 돌아보는 소소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지나간 하루 속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문서처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 마음의 기록은 언젠가 다른 누군가에게도 작은 위로가 될 것입니다.
- 매일 읽고 쓰고 달립니다. 유 아 더 온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