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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읽고 쓰고 달립니다.

내가 가진 퀘스천

by 맨부커

나는 이 세상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판사라서 더 귀하고

청소원이라서 덜 귀한가?

9급과 3급 사이에

인간의 품격에 차이가 있는가?


이름 앞에 붙은 직책이

사람의 존재를 규정할 수 있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는가.


나는 오래 고민했다.

사회가 정한 성적표를 통과하지 못하면

부적응자라 불리고,

경쟁에서 한 발 늦으면

패배자로 낙인찍힌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이 공식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나는 지금도

소중한 이들을 위해

겨우겨우 ‘사회가 정한 길’을 걸어가지만

내 내면은 도저히

그 틀을 삼켜내지 못한다.


인간은 존재만으로 존엄하고,

한 사람은 그것만으로 이미 하나의 우주다.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입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 단 한 번도 덜 귀했던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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