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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부커 Mar 27. 2024

그래요. 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입니다.

현재 나의 마음은 몇 층일까?

우리는 퇴근, 외출 시 아무 생각 없이 엘리베이터를 탄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버튼을 누른다.


대부분 3개 정도 누를 것이다.

지하층(B1), 지상 1층, 그리고 자기 집 층수

  

나 같은 경우는 가 필요하거나 운동하러 갈 때 지하(B1)로 내려간다


1층으로 갈 때는 차로 이동할 필요가 없을 때인데,

음식물 분리배출, 플라스틱 등 재활용, 아파트 상가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러 갈 때 정도이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3개 버튼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같은 아파트에서 무려 10년~20년을 살아도 말이다. 놀랍지 않은가?  당신 조용히 한번 생각해 보라. 


근데 뜻하지 않게 우리 동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 ,

나는 옆동 엘리베이터 꼭대기층(31층)을 눌러야만 했다.


옆동 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가서, 연결된 비상문을 통해 우리 동으로 와야 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고장, 옆동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세요."


퇴근길, 몸도 마음도 녹초가 다 되어서 짜증이 났지만,

옥상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탁 트인 전경을 보니 ,

진짜 내가 원하던 모습이 보였다.

많은 생각들이 하늘에 구름처럼 펼쳐져서 흘렀다.


그동안 틀속에 나를 가둔 건 다름 아닌 바로 나였구나!

새로운 층수 한번 눌러보면 될 것을!

계단을 오르거나, 10층에서 내려서 올라가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집에 갈 수도 있는 것을.....

어떤 창의적인 시도도 노력도 하지 않고, 생각 없이 삶의 관성에 따라 살다가, 피곤하다. 루즈하다. 불평했었구나


이렇게

때론 정해진 삶의 경로를 벗어나 봐야, 객관적인 나의 평소 모습이 보이고, 나의 시야도 넓어지고, 마음에도 깨달음이 찾아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불현듯이 들었다.


만약 신이 있다면,

직장생활, 육아로 정신없이  오르락내리락 사다리 타기 게임을 하는 나를 위해서  사다리 중간에 남몰래 작대기 하나를 살짝 그려주신 게 아닐까 싶다.^^


그날 하늘은 만질 수 있을 것 같이 가까웠고, 바람은 머리와 귀까지 오른 치열한 삶의 열기를 식혀 주었다.


눈동자는 멀리 산과 마을 목욕탕 굴뚝까지 닿았다.

답답했던 가슴이 탁 트이고 시야가 넓어지니 마음까지 몽글몽글해졌다.


어릴 때는 파아란 하늘이 곧 나의 친구였는데,

 자주 올려다 보고, 그림도 자주 그렸었는데...


내가 조금씩 희미해져 가는 느낌이 들 때마다 가끔씩 오늘처럼 하늘을 올려다보려고 한다.


엘리베이터 고장이,

일상생활에서 고장 난 마음을  아름답게 수리해 줬다. 

이럴 때 보면 삶이란 예측불가하고 재밌다. 


시시때때로 우리에게 발송인이 없는

삶의 택배들이 무질서하게 배달되어 오곤 한다.

긍정적이고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앞으로 엘리베이터를 타면 한 번씩 다른 층을 의식적으로 눌러볼 것이다. 


어떤 세계를 또 내가 경험할지 알게 뭔가?

공항에 가는 기분으로

내가 그날 가고 싶은 마음의 층에 내려서, 잠시 동안의 나와의  여행을 해보련다.


올라가고 싶을 때는 올라가고

내려가고 싶을 때는 내려가고


내 삶도 마음도 내가 주인이다.


때론 너무 올라가면, 지하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사람들과 마음의 속도를 맞추면 되는 것이다.


퇴근길 지친 날은 엘리베이터가 1층 올라갈 때마다

방전된 에너지가 조금씩 채워진다고 생각하면,

집 앞에 설 때 진짜로 충전된 느낌이 있다.


엘리베이터의 누름버튼은 나만의 유희이자 놀이이다.

멋지지 않은가? 엘리베이터로 마음이 진짜 조절된다.

꼭 한번 시도해 보시라ㅋ


오늘도 나는 퇴근길

비밀스러운 혼자만의 멋진 여행이 기대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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