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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부커 May 18. 2024

그래요. 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입니다.

2년 뒤 나에게 부치는 편지(45살)

3년 전 준비 없이 마흔이 되었다. 혼란스러웠다.

'마흔' 앞자리 숫자부터가 나는 마음에 안 들었다.

여러모로 심사가 꼬이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벌써? 마음 온도는 아직 초등학생인데,

어린 시절 할아버지 같았던 40대 아저씨라니.....


쿨하게 마흔을 인정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니

아침, 저녁으로 마음만 괴롭고 현실세계 결과도 좋지 못했다.


그럼에도 시간은 마흔이 힘든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았다.


모든 게 의미 없고 가치 없게 보이는 공허한 이유를 

나는 알지 못한 채 시간만 무심하게 흘러갔다.


두통이 심했던 어느 새벽녘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꼈고 나는 관적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어린 시절 그토록 멀리하고 심지어 배척까지 했었던

책들이 나를 24시간 보호하고 곁을 지켜주었다.


독서에 푹 빠진 날들이 점점 많아지고 좋은 생각들이

나를 관통하면서, 결국 나를 일으켜 세웠다.


숨 막히는 허무의 파도에 허우적거리며 표류하다

책이라는 구명조끼를 입고 다시 눈떠보니 43살이었다.


나는 마흔세 살에서야 비로소 마흔을 인정했다.


깨어났다. 마흔세 살에, 마흔을 비로소 인정했다.

힘들었던 마음이 거짓말처럼 편해졌다.

평온이 찾아왔다. 그립던 행복이 다시 찾아왔다.


깨우쳤다. 인정도 받아들임도

의식적인 훈련과 체계적인 교육필요하다는 것을!


수학공식을 익히고 배우고 외우는 것처럼,

우리의 생각을 전환하고 치환하고 깊게 사유하는 방법,

의사 결정의 메커니즘에 대한 배움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 순간 결심했다. 고통이든, 시련이든, 그 무엇이든

앞으로 내 인생에 불쑥 찾아오는 것들을 기쁘게 반갑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인정부터 시작하자고! 그리고 정면으로 부딪혀 보자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나를 괴롭히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믿어주자고

부족함을 실천적 행동으로 가득 채우자고!


결심한 그날부터, 즐겁게 새벽 기상을 하는 오늘까지

나는 아침 이불 개기, 나에게 감사하기, 확언하기, 금연, 마라톤, 계단 오르기, 아파트 헬스장(근력운동), 글쓰기, 명상, 클래식 감상, 서를 하루하루 내 생활에 조금씩 체득시켰다.


새벽마다 나는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다.

나는 현재 모든 게 충만하다. 에너지가 가득 차는 느낌이다.

새벽이 좋으니, 아침도 굿이고, 하루가 빛난다.




2024. 5. 17. , 새벽

가장 소중한 나에게 행복편지를 부친다.


45살의 너에게, 43살의 나를 보낸다.

거긴 날씨가 어떻니?

난 현재 43살을 살고 있고,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행복하고 빛나는 5월을 지나고 있어.


45살의 너의 하루도 여전히

감사와 감동으로 시작할 거 같구나.^^


어때?

거울 보면서 꿈꾸던 근육질의 몸을 실제로 만드니까 좋아?

금연하니까 상쾌하고 너무 좋지?

마라톤도 하프와 풀 총 10회 완주했네, 정말 대단하다.


첫째는 6학년이고 둘째는 벌써 초등학생이 되었네

양가 부모님도 지금처럼 다들 건강하셔서 정말 감사하다.


열심히 하고 인정받더니 감사하게도 너도 와이프도 함께 승진했구나 정말 축하해^^


공인중개사험에는 합격했 또 감평사 1차 합격했구나

구독자와 브런치글들은 어느덧 300개가 되었네^^


3번째 전자책 출간 너무너무 축하하고

독립출판사 시작도 응원한다.


너의 40대 첫 시작은 힘들었지만, 잘 이겨내고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모습 너무나 멋있다.


찬란한 50대가 너를 기다리고 있단다.

나는  안의 너를 너무 사랑해.

보이지 않아도,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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