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이 아는 이야기 2
동지팥죽(2편)
문풍지를 흔들던
그 세찬 바람이 불면
사람들은 들일을 멈추고
마을 한쪽에 모여
저마다 추억에 잠긴다.
누군가는
옛 기억을 더듬다
모슬댁 이야기를 꺼낸다.
자식을 키우기 위해
이 생에 온 것처럼
모진 인생을
뜨겁게 살았던 사람이라고.
그러면서
모슬댁의
해사한 얼굴에도
주름이 고랑과 이랑을 만들고
그 고랑 밑으로
세월이 세차게 흘러갔을 것이라고
모슬댁의 고단한 시간을
조심스레 더듬었다.
큰아들 귀향 이후
이태쯤 지나
가산을 정리해
도시로 떠났다는 모슬댁을
사람들은
저마다의 생각으로 기억했다.
억척스러운 모정으로
세 자식을 모두
공부시켰다는 말도 돌고
자식들이
뿔뿔이 흩어졌다는 말도
바람처럼 오갔다.
모두가 모슬댁을 말했지만
정작 아는 것은
소문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굽이굽이 긴 세월을 헤치고
모슬댁에게서
전화 한 통이 왔다.
— 성님,
이제야 전화를 하요.
내가 늘 성님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했소.
— 아이고, 동생.
어떻게 사셨소.
내가 동생 소식 궁금했는데
살아 있어 소식 들으니
참말로 반갑소.
— 성님,
보고 싶어 꼭 찾아가리다.
해마다 동짓날,
성님이 가져다준 동지팥죽
잊을 수가 없었소.
모슬댁이
엄마를 찾아온 그날도
예전처럼
문풍지를 흔들던 바람이
여전히
이리 불고 저리 불어대던
날이었다 한다.
다만
그 바람이 닿지 못한 곳에서
두 여자는
서로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보며
동지팥죽 한 그릇씩
말없이 나누어 먹고
서리서리 묵혀 두었던
긴 세월을
조용히 풀어놓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