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와 위로의 감성 테마시
생에 대한 예의
평지에서 사는 사람은
날마다 벼랑 끝에 매달린 채
버텨내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균열이 일고 있는
삶의 지반이
급기야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염려를 가슴에 매달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알 리 있을까
생의 주체가 되어
원하는 길을 선택하여
걸어가고 있는 사람은
하루 하루
장대 끝에 매달려
자존마저 벗어 둔 채
남루의 생을 걸치고
스러질 듯 휘날리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오늘 내가 딛고 있는
이 땅은
어떤 곳일까
아득히 멀리에서
균열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곳인지
탄탄한 지반인지
어느 누구도 알 수는 없다.
이 생이
저 생을 향하여
손길을 내미는 것은
대륙과 대륙의 거리를
건너는 것처럼
아득한 일이지만
겸허하게
옷깃을 여미고
따뜻한 손
맞잡는 것은
함께 걸어갈
우리의 대지를
단단하게
굳히는 일일 것 같다.
배경 이야기
사람의 생만큼 소중한 것이 있을까.
젊은 시절,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붙들고
긴 세월 사유의 길을 걸었던 한 사람이 있었다.
학문과 성취로 단단해 보이던 삶이었지만,
인생의 한 지점에서 그는
몸이 무너지는 경험을 통해
아주 단순하고도 깊은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삶은 몸이다’
생의 화두를 깨우쳤다고 한다.
몸은 세상과, 그리고 사람과 소통하는 수신기요, 교감기라는 것을
몸이 사라지면 그동안 쌓아온 모든 삶의 궤적이
우주의 먼지처럼 사라진다는 것을
새해를 여는 날,
가까운 이의 상실 소식을 접했다.
말로는 다 닿을 수 없는 애도의 자리에
그저 조심스럽게
한 편의 시를 내려놓는다.
떠난 이를 기리며,
남은 이의 삶이
부디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