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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y Aug 24. 2023

실사를 뛰어넘은 예술의 탄생

<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스포 있는 리뷰


Caution : 이 글은 결말을 포함한 스포가 담겨 있습니다.





인상 깊었던 작품을 강력하게 추천드리는 스포 있는 리뷰입니다.

오늘의 추천 작품은 <스파이더맨 : 뉴유니버스> 의 후속작인 <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입니다.

 


1. 첫인상


이번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나오면서 마치 현대 미술관에서 예술작품을 둘러보고 나온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전 편에 비해서 작화는 더 훌륭했고 빠르게 변화하는 색감과 액션이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본격적으로 여러 지구를 넘나드는 멀티버스를 보여주는데,

다른 지구로 넘어갈 때마다 소개되는 자막이나 작위적인 만화적 연출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전편도 대단했지만 이번 편에서 더 대단하게 발전했습니다. 


글로는 설명이 안될 정도로 매우 힙하고 개성 있는 연출이 독보적이라고 할만했습니다.

그 정도로 애니메이터들의 수고스러움이 절실히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2. 기존의 틀을 깨다


사실 이 시리즈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스파이더맨의 서사를 인지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이야기를 전개시킵니다.

전작에서도 몇 번이나 우리가 알만한 이야기들을 당연하다는 듯이 말해주며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노골적으로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들에 대한 물음을 던집니다.

그동안 스파이더맨은 항상 가족 또는 친구가 희생당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성장해 왔습니다.

모든 멀티버스에 존재하는 수많은 지구의 스파이더맨들이 성장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죠. 


하지만 왜 그걸 운명처럼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주인공인 마일스가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 작품은 그간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정체성에 대해 물음을 던지기 위해 이제껏 우리가 느껴보지 못한 여정으로 안내합니다.



Everyone keeps telling me how my story supposed to go.
Nah, I’m ma do my own thing.
모두들 자꾸 내 이야기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듯이 떠드는데,
아니야. 내 이야기는 내가 정할 거야.



3. 마일스 모랄레스



영화에서 마일스는 시종일관 부모님과 틱틱대며 부딪히기 일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가족임을 때때로 드러냅니다. 


자신과 똑 닮은 사람들이 잔뜩 있는 스파이더 소사이어티를 탈출할 정도로,

그토록 보고 싶었던 그웬이 자신을 붙잡기 위해 쏜 거미줄도 끊어버릴 정도로,

마일스에게는 가족이 제일 소중했습니다.  


히어로물에서 주인공이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려는 신념은 어찌 보면 전형적인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그 이야기만을 중심으로 풀어내지 않습니다.

모두가 같은 거미인간이라도 각각의 인물들이 서로 다른 감정과 서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서로를 더 잘 이해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앞서 나온 스파이더맨의 모든 영화에서는 그랬었죠. 


하지만 이번 편에서는 그것이 왜 당연한지 하나하나 캐묻기 시작합니다.

나와 완전히 똑같은 운명인 사람이라고 해서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모든 것을 이해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우리가 알던 모든 설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스케일이 대단하게 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인 것입니다. 


운명을 받아들이고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스파이더맨의 운명이라고 믿는 '피터 파커' 들과는 달리,

운명 자체를 거부하려는 '마일스 모랄레스' 라는 돌연변이가 스파이더맨의 이야기를 다시 써 내려가려고 합니다.



4. 그웬 스테이시



이 작품은 그웬 스테이시의 서사 역시 매우 훌륭했던 것 같습니다.

전작에서도 주인공 격으로 등장하긴 했지만 많은 스파이더 휴먼들 중에서 한 사람으로 나왔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오프닝 시퀀스로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웬은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두 번 목격하게 됩니다.

첫째는 뭄바튼에서 경찰 서장이었던 인도 스파이디의 여자친구 아버지를 구했을 때,

두 번째에는 그웬이 자신의 세계로 돌아와 아버지와의 대화 중 아버지가 서장직을 그만두었을 때입니다. 


특히 그웬이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반쪽만이 진실인 완전한 외톨이와 같다며

호소력 짙게 뱉어내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처럼 보입니다.

이 계기로 그웬은 마일스를 온전히 이해하게 되는 듯합니다. 


오프닝에서 자신에게 맞는 밴드를 찾지 못했다며 사람들과 섞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그녀는

결말에서 자신과 가장 잘 맞는 동료들과 팀을 결성하며 끝맺음을 짓습니다. 


이야기가 중간에 끊기는 형식이지만 수미상관의 구조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효과를 낸 것이죠. 


"결국 나와 맞는 밴드를 찾지 못했어.

그래서, 내가 만들기로 했지.

너도 들어올래?" 


따라서 그웬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이입되는 감정을 더욱 깊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5. 트롤리 딜레마


이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딜레마적인 요소가 존재합니다. 


전작인 <스파이더맨 : 뉴유니버스> 에서는 메인 빌런이었던 킹핀이 죽었던 자신의 가족을 돌려놓기 위해

다수의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차원이동기를 작동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때는 마일스가 다른 스파이더맨들과 연합하여 막아냅니다. 


하지만 이번 편에서는 상황이 정 반대가 되죠.

마일스가 자신의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다수의 희생을 감수하려 합니다.

스파이더맨 2099의 말이 사실인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알려진 대로라면 모든 걸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웬이 스파이더 소사이어티에서 자신의 세계로 쫓겨나기 직전에 우리는 좋은 편이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어느 쪽이 좋은  편인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과연 킹핀의 행위는 부당하고 마일스의 행위는 정당한 것인지,

우리는 왜 마일스의 이야기에 정당성을 가지고 보게 되는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6. ost 음악


특히 이번 작품 역시 전작 못지않게 음악이 매우 뛰어났는데요.

테이크마다 삽입되는 음악들이 그 장면에 대한 여운을 더 깊이 느끼게 해 줍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음악들을 추려보았습니다. 


초반부에 그웬이 가장 친한 친구였던 피터를 잃으며 서사를 설명하는 장면,

Metro Boomin, Coi Leray 의 Self Love 입니다. 


마일스와 그웬이 재회하고 웹스윙을 하며 도심 데이트를 하는 장면,

Dominic Fike 의 Mona Lisa 입니다. 


외출금지가 일시적으로 해제되고 마일스가 그웬의 뒤를 쫒는 장면,

Metro Boomin, Swae Lee, Lil Wayne, Offset 의 Annihilate 입니다. 


엔딩크레딧의 첫 번째 곡,

Metro Boomin, A$AP Rocky, Roisee 의 Am I Dreaming 입니다. 


엔딩크레딧의 두 번째 곡,

Metro Boomin, Swae Lee, NAV 의 Calling 입니다.



7. 번외


사실 2018년에 <스파이더맨 : 뉴유니버스> 가 개봉할 때만 하더라도 소니가 스파이더맨을 놓아주지 않고

너무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생각이 들어서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마블이 인피니티 사가로 절정을 달리던 시기였으니 국내에서 흥행에 실패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뉴유니버스를 통해 그들은 스파이더맨이 아직은 더 유니크하고 새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통해서는 그들이 하는 것이 더 옳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힘을 실어주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마블이 한창 스파이더맨으로 본인들의 세계관을 입히려고 노력할 때도

소니는 스파이더맨을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오히려 더 잘 살려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에서는 20년가량을 빌드업한 멀티버스의 희열이 있었다면,

이 시리즈는 그런 오랜 세월없이 인물들의 서사만으로도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선언하는 듯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오픈 엔딩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후속작이 안 나온다 하더라도 본편만으로도 매우 만족할 것이지만 이런 엔딩을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군요.

후속작이 될 <스파이더맨: 비욘드 더 유니버스> 는 남은 결말을 풀어내는 과정이라 전개방식이 오히려 뻔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됩니다만 1,2편을 모두 훌륭하게 다뤄냈기에 3편 역시도 기대를 하게 됩니다. 


지겹도록 반복됐던 스파이더맨 이야기와 히어로물의 멀티버스 소재의 피로도,

특히 MCU 톰스파 3편의 멀티버스까지 경험하고 나서부터는 더 이상 이 소재들에 대한 신선함은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제껏 나왔던 스파이더맨 시리즈 중에서 가장 멋있고 특색 있고 아름다운 작품이었습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이 계신다면 직접 경험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사진 출처 : https://www.sonypicturesanimation.com/projects/films/spider-man-spider-verse-sequ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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