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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y Nov 11. 2023

무기력함 속에서 진짜 나를 찾는 여정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스포 있는 리뷰


Caution : 이 글은 결말을 포함한 스포가 담겨 있습니다.





인상 깊었던 작품을 강력하게 추천드리는 스포있는 리뷰입니다.


오늘의 추천 작품은 2013년에 개봉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입니다.



1. 월터의 취미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월터 미티입니다.

이 인물은 '라이프' 잡지사에서 사진 현상가로 일하고 있는 전형적인 회사원 이미지입니다.

회사 생활을 오래 한 탓인지 자신의 인생에서 특별하게 해본 것이나 그 흔한 여행을 가본적이 없을 정도로

무색무취의 특색 없는 캐릭터로 그려지죠.


하지만 이런 사람도 남들에겐 말 못할 특별한 취미가 있는데요.

바로 공상하기 입니다.


월터의 상상 속에서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데요.

폭탄이 설치된 건물에서 폭발 직전에 사람들을 구해낸다던가,

거친 산악인이 되어 온갖 위험을 무릎쓰며 고생하는 월터가 등장합니다. 


이렇게 때때로 자신의 머릿 속에서 엉뚱한 상상을 하며 멍을 때리다 보니 옆에 같이 있는 사람의 말을 못듣거나 하던 일을 멈추기 일쑤입니다. 



2. 모험을 떠나며


라이프지는 폐간을 앞두고 숀 오코넬이라는 전담 사진작가가 보내온 표지 사진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는데요.

사라진 사진을 찾지 못한다면 책임자인 월터는 정리해고를 당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연락이 닿지 않는 숀을 찾기 위해 결국 월터는 세상을 떠돌며 여행을 하게 됩니다.



월터에게 상상하기는 당장의 현실을 잊고 싶을 때 드러나는 매체입니다.

자신이 무기력해지거나, 불편한 상황이 조성되거나, 희망적이고 싶은 미래를 떠올릴 때 상상력이 폭발하죠. 


그런 월터가 세계를 돌아다니게 되면서 점점 공상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헬기에서 상어가 있는 바다에 뛰어들기도 하고, 화산이 폭발하는 곳에서 사진을 찍는 숀을 보기도 합니다.

현실 세계에서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으니 이제는 더이상 공상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죠. 


"그건 어때요? 상상하는거?"

"요즘은 줄었어요." 


화산으로 가는 길에 스케이트 보드를 타며 광활한 자연을 내달리는 장면은

이 영화의 최고 명장면이라고 생각됩니다.

답답했던 일상 속에서 보는 사람의 가슴마저 시원하게 뚫어주는 기분이었습니다.



3. 숀이 전하는 메시지



월터는 아프가니스탄의 설산에서 마침내 숀 오코넬을 찾게 되는데요. 


그 곳에서 숀은 유령표범이라 불리는 눈표범을 사진으로 담아내기 위해 숨죽이며 산등성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토록 찍고 싶었던 눈표범이 카메라 앵글에 담겼지만 숀은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I just want to stay in it.
그저 그 순간에 머물고 싶지.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특별한 경험을 휴대폰에 담아내고 기록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정작 눈앞에서 펼쳐지는 경험들을 손에 든 물건으로 인해 방해받으면서도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눈대신 렌즈에 담아내는데 몰두합니다.

그리고 그 기록을 보며 당시의 순간을 회상하죠. 


숀은 사진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카메라에 방해받지 않고 그 순간에서 즐기는 법을 알고 있는 것입니다.

때로는 현실 세계가 상상하는것보다도 더 황홀하고 아름다울 때도 있는 것이죠. 


"대체 무슨 사진이었어요?"

"유령표범처럼 아름다운 것이었어, 월터 미티." 


월터는 사라진 사진을 찾기 위해 여정을 떠났지만, 

사실 사진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정리해고를 앞둔 상황에서도 월터는 마지막 필름을 찾기 위해 끝까지 자기의 몫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폐간을 앞둔 라이프지의 마지막 25번 필름은 16년간 자기의 자리에서 묵묵히 해야할 일을 해냈던 월터를 위해 숀이 전하는 헌정이었죠.



4. 패러디와 오마주


이 영화는 인물들이 던지는 대사 하나하나도 매우 인상 깊지만,

다른 영화의 어떤 장면을 오마주하거나 패러디를 한 장면도 많이 보입니다. 


처음 그린란드에 도착했을 때, 월터는 차를 렌트하는 과정에서 빨간 차와 파란 차를 고르게 됩니다.

이는 영화 <매트릭스> 에서 파란 약과 빨간약을 선택하는 장면을 패러디 한 것으로,

파란 약을 선택하면 여기서 끝나지만 빨간 약을 선택하면 이상한 나라에 남아 끝까지 가게 됩니다.

<매트릭스> 에서 주인공은 빨간 약을 선택했고, 월터 역시 빨간 차를 선택함으로써 모험을 선택하는 것을 암시하죠. 


또한 그린란드에서 헬기를 타는 것을 망설이던 월터는 직장 동료인 셰릴 멜호프가 음악을 연주하는 상상을 하며 용기를 얻게 되는데요.

이 때 셰릴이 연주한 음악은 David Bowie 의 Space oddity 입니다. 


이는 비행 중 기계적 문제로 우주 미아가 된 우주 비행사의 상황을 노래한 곡으로

월터 스스로가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기 위해서 음악과 어울리는 상상을 했다고 보여집니다.


"그 노래는 미지를 개척하고 용기를 노래하는 아주 멋진 곡이죠."


장면마다 삽입된 ost 역시 작품의 분위기와 배경에 아주 잘 녹아들었는데요.

Step Out, Dirty Paws, Stay Alive 등의 플레이리스트는 영화의 장면마다 그 감성에 잘 녹아들었기 때문에

즐기면서 감상하기에 아주 적합하다고 보여집니다.



5. 번외


이 영화는 제작비만 1억 달러 이상이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작품입니다.

하지만 판타지 오락 영화가 아닌 매우 현실적인 개인의 성장 드라마이죠.

그렇기 때문에 빠른 스토리 전개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영화 내내 지루하게 보일수도 있겠지만,

특유의 느린 템포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주제 의식을 명확하게 보여줬다고 생각됩니다. 


특이한 점은 이 영화는 모든 장면을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디지털이나 3D 그래픽 기법이 없으면 제작 자체가 불가능한 영화들이 홍수처럼 넘쳐나는 시점에서

필름 카메라로만 영화 전부를 촬영했다는 점은 이 영화가 얼마나 아날로그적인 요소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려고 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원제목은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인데요.

제목의 한글 번역을 원작의 제목보다도 더 뛰어나게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글 제목처럼 상상한 그대로가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내용은 아니지만 이 작품에 대한 느낌을 잘 살려준 것 같다고 보여집니다. 


이 작품은 주인공인 월터 미티의 여정을 통해 끊임없이 진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서두르지 않고 자신만의 호흡으로 계속해서 전달하고 싶은 말을 각인시켜 주죠.

그것을 음악으로, 대사로, 행동으로 디테일한 부분까지 낱낱이 녹여내며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이 작품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셨다면,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에서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사진 출처 : https://www.rottentomatoes.com/m/the_secret_life_of_walter_mitty_2013/pic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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