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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파인 Dec 17. 2023

여성기억 1930  에로틱한 직업이라니?

근대여성풍경

  

  식민지 시기 어렵게 일터에 나온 여성들을 힘들고 곤혹스럽게 한 것은 무엇일까지금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당시 여성들이 일터로 나온 이유는 생계유지와 경제적 자립이 일차적 목적이었고교육을 받고 사회에 기여하려는 사명감과 자기실현 등 비슷했다그런데 일터에 나온 여성들을 힘겹게 하는 사회적 시선과 현실이 있었는데그것은 공적 공간에 나온 여성들을 가정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불온한 여성으로 보는 것이었다.   

  

  1934년 한 잡지기사에서는 여성의 직업을 성스러운 직업(교원간호부들), 고통스러운 직업(여직공), 에로틱한 직업(여급여점원)으로 분류해 소개하고 있다아니 에로틱한 직업이라니여급과 판매원 등이 이에 속한다고 예를 들고 있는데실제 당시 기사들을 보면 일하는 여성들은 자신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시선과 다양한 성희롱과 무시 앞에 노출되어 있었고 이 때문에 힘들다는 것을 토로하고 있다.   아직도 전통적인 사회적 규범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공적인 공간으로 나와 취업하는 것도 큰 용기였는데취업 여성들은 유혹과 타락하기 쉽다는 끊임없는 충고와 공격을 받아야 했던 것이다.

 

  젊은 여성이 직업을 가질 때에는 특별한 자각이 없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이 사회의 내면처럼 추악하고 복잡한 것은 없다젊은 여성이 직업을 가지는 것은 직접으로 이러한 추악에 물들일 기회를 자조 겪게 되는 것이니 현대 젊은 여성의 많은 비극은 흔히 이러한 곳에서 생기는 것인가 한다..." (동아일보, 1936. 2. 20)     

  물론 이 같은 충고와 주의는 취업 여성들을 위한 걱정 어린 시선이기도 하지만가정을 떠나 공적 공간으로 나온 여성들에 대한 당시의 사회적 이미지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그래서 일터에 나온 여성들 특히 서비스 업무를 담당하는 여성들은 일상적인 성희롱과 추행에 시달리곤 했다.        

  

  세상 사람들은 직업 부인이라면 되지 않은 색안경을 쓰고 자기네의 엉큼한 생각으로 마음대로 모욕에 가까운 언사의 시선을 던집니다.”

  

  한 버스걸은 손님 중에 불량하신 분이 우리들을 조롱하고 소위 히야까시가 어찌 심한지 모르겠다고고 하고가솔린 걸은 상냥하게 웃으면 오해를 하고 반대로 냉담하면 건방지다고 욕을 먹으니 어떻게 해야 명랑한 서비스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한다.  그리고 헬로걸인 전화교환수는  전화상으로 히야까시를 하는 남성들 때문에 힘들고박람회 여간수는 “오십 전에 키스를 파는 ‘키스걸’이라는 세간의 비난에 괴롭다고 하소연한다이런 어려움은 간호부나 재봉소와 같은 자영업을 하는 여성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직업 전선에는 심지가 단단한 여성이 나와야만 견딜 수 있다고 고백한다이같이 서비스직 여성들을 생활전선에 나선 직업인이기보다는  아무 남성이나 성적 접근이 가능한 성애화된 대상 혹은 에로 여성으로 보는 당시의 분위기는 여성의 취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는 가장 핵심적인 대목이었다고 할 수 있다그리고 어찌 보면 이 같은 사회적 시선이 지금까지도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뉴스를 보다 보면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양한 성희롱과 갑질 사건을 여전히 만나게 되는 것이다.        

 

  여성들은 왜 일하려 하는가박람회 안내원이었던 한 여성의 사연은 다음과 같다이 여성은 모친에 의해 돈에 팔려 사기결혼을 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직업여성이 된 후 자신의 직업에서 겪는 갖은 성적 모욕으로 괴로운 직업생활을 하고 있지만, "물질로는 결단코 남자의 도움을 받지 않기로 결심하고 무엇이든 하기로 했다"라고 결심을 밝힌다또 남편이 감옥에 가 있어 날품 노동을 하는 한 여성은 자신의 처지는 부끄럽지만, ”내가 직업 부인이 되어 한 여성으로서 이 책임을 다 하고 있다는 점은 자랑하고 싶습니다 “라고 자신의 직업의 의미를 밝힌다당당한 직업인으로서 자신과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로 여성들이  일을 하는 이유이자 목적인 것이다.  에로틱한 직업은 없다.


                

노정원, “직업여성행진곡”, 『실생활』 5-5, 1934년 9월호,

‘여성과 직업’ <동아일보> 1936. 2. 20.

‘직업부인들의 경험과 감상“, 『신여성』 1925년 4월호.

’ 울고 웃는 신여성, 화함같이 토로하는 자기 직업의 자랑과 비애”, <조선일보> 19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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