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도 전쟁도 이만한 전쟁이 없죠.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등원 전쟁.
나는 세상에서 등원 시간이 가장 무섭다. 나 하나 준비하는 것도 버거운데 아이들까지, 그것도 둘이나 준비해서 등원시켜야 하니까. 참 고달픈 워킹맘. 부드럽고 온화한 목소리로 "밥 먹자, 옷 입자, 양치하자" 아무도 듣지 않는 허공에 대고 말하다, 혼자 욱해서 "엄마도 힘들어, 준비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마. 대신 엄마는 지금 나가봐야하니까 나가볼게." 하며 유치한 소리나 찍찍 해댄다.
워킹맘의 가장 힘든 시간은 아침이 아닐까. 시간은 촉박한데 세월아 네월아 느긋하게 준비하는 녀석들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지만, 화 내고 출근하면 아이도 엄마도 마음 편치 않기에 어떻게든 비위 맞춰주며 준비해서 보내려고 발버둥친다. 폭발해서 화도 내보고, 하녀처럼 밥 떠먹여주고 옷입혀주일일이 다 해주어도 보고, 그러다가 결국 아, 내 인생은 왜 이런거야. 왜 나는 이렇게 매일 동동거리면서 힘들어야 하는거야 하며 신세한탄까지 한다. 오늘도 세상 좋은 엄마가 되어보겠다는 노력은 등원 안하는 아이들을 혼내며, 그 아이들 앞에서 하소연 하며, "엄마는 미워." 라는 소리를 들으며 물거품이 된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등원 루틴 정립하기로 했다. 그 전에 우리집 전쟁을 떠올리게 하는 아침 모습, 아이들이 아침에 느긋한 이유, 각자의 입장을 정리해보고 몸소 깨달은 유용한 팁들을 기록해본다.
1. 아이들이 아침에 느긋한 이유
의문을 품을 것조차 없는 매우 당연한 현상이다. 아이들은 시간 관리 개념이 없고, 긴 밤 잠을 자고 일어났을 뿐이고, 일어났으니 눈 앞에 보이는 장난감으로 놀고 싶을 뿐이다. 아침 밥맛이 없는 것도, 옷입기 싫은 것도, 세수하기 싫은 것도 다 당연한 것이다. 미성숙한 존재이기 때문이며, 아이들에게 등원 준비는 이제껏 해보지 않은 낯선 것이기 때문이다. 해보지 않았으니 잘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옆에서 친절히 알려주고,(엄청난 인내가 필요하다.) 매일 반복해서 습관이 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수많은 반복으로 행동을 자동화하고 시간 감각을 익히는 것. 아나운서들이 30초 스피치를 할 때 시간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처럼, 수많은 연습은 몸이 기억한다.
2. 우리집 아침 풍경은?
전쟁이 따로 없다.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원인을 알아야 하고,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지금 현재 우리집 상황을 알아야 한다.
아침 7시, 아이들이 막 깬 후의 아침 풍경을 떠올려본다. 일단 기분좋게 서로를 맞이하고 스킨쉽하는 굉장히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그리고는 그 기분을 이어 각자 '할 것'들을 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노는 것'이 본능적으로 가장 하고 싶은 것이고, 어른 엄마는 일어났으니 당연하게 출근할 '준비'를 해야 한다. 여기서부터 동상이몽은 시작된다. 종이접기를 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어느때보다 집중해서 노는 아이들을 뒤로 한 채 아침밥을 만들었고, 뒷모습에 대고 혼자 떠들어대는 엄마의 모습, 익숙하지 않나?
"아침밥 먹자"
들릴 리가 없고, 듣고 싶지도 않다. 누구보다 열심히 놀이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엄마는 쉽지 않음을 느낀다. 아침밥 먹이기라는 이 큰 숙제를 어떻게든 해치우기 위해 잔소리를 쏟아내고, 떠먹여도 보았고, 안먹으면 치운다고 협박도 해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잠깐의 문제해결이었을 뿐,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똑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밥 먹이기부터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벌써부터 지치기 시작한다. 세수도 해야 하고, 양치도 해야 하고, 옷도 입어야 하고, 시간 안에 집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밥 먹이기에 이렇게 가로막히다니. 아침부터 힘빠지고 지친다.
3. 각자의 입장
이쯤에서 각자의 입장을 한번 들어보자. 하고 싶은 말이 많을테니.
<엄마의 1인칭 시점>
속터짐이라는 한단어로 표현 가능한데, 그래도 길게 적어보겠다. 일단 나는 태생이 느긋한 성격이라 아침밥 준비를 느긋하게 하고, 그러면서 아이들 아침밥 먹이기에는 집착하고, 최대한 온화한 목소리로 준비 해보자 하지만 임팩트가 없다. 혼자 허공에 대고 말하는 느낌이다. 결국 스트레스 받고, 어느 날은 아이들에게 무서운 표정을 보이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너희들은 왜 엄마를 안도와주니 라는 말 따위나 하면서.
아휴, 힘들어 힘들어.
<아이들 1인칭 시점>
일어났으니까 놀았을 뿐이다. 먹기 싫은 밥을 억지로 먹어야 하고, 더 놀고 싶은데 겨우겨우 옷입고 양치하고,엄마에게 싫은 소리도 한번씩 듣고, 바쁘게 정신없이 집을 나선다. 양치하면서 세면대에서 장난도 치고 싶은데, 엄마는 지금은 장난이나 치고 있을 때냐며 얼른 양치하라고 한다. 팽이 한번 돌리고 나가고 싶은데 절대 안된다고 한다. 엄마는 왜 아침엔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된다고 할까. 오늘은 칫솔을 방바닥에 던졌다고 혼도 났다. 아침부터, 어린이집에 이렇게 기분 상한 채로 가야하다니.
각자의 사정이 다 있다.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우리 아이들이 이런 마음이었을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역시 3인칭 시점으로 마음을 들여다봐야 안다.)
이제는 그 속마음을 헤아려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바쁘게 동동거리며 나가서 늦는게 너무 싫고, 그런 내 모습을 아이들에게 매일 보여주는건 더 싫다. 여유 없는 엄마의 모습이 매일마다 아이들의 눈에 찍혀서는 안된다.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해보인다. 내가 원하는 워너비 아침 모습은 아이들은 스스로 준비를 하고, 밥은 든든히 먹고, 여유롭게 집을 나서는 것이다.
그럼 난 어떻게 해야할까.
4. 문제의 원인
이제 문제의 원인을 따져보자. 제일 큰 원인은 아이들은 일어나자마자 놀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일어나자마자 본능적으로 놀이를 하고, 엄마는 놀이의 집중으로부터 아이들을 꺼내와 등원준비로 옮겨놓아야 한다. 그건 매우 힘든 일이다. 육아고수 오은영 선생님이 오셔도 못할 것이다. 그 어려운 일을 하려고 하니 힘든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놀이 집중의 시간에서 아이들을 등원준비로 꺼내오지 않으려면, 순서를 바꾸면 된다. 등원 준비를 먼저 하고 놀도록. (말이 참 쉽다.)
5. 등원 전쟁에서 해방되는 팁 3가지
1) 즐거운 아침 시간이 되도록 한다.
학창 시절 아침부터 엄마와 다툰 후 학교에 가면 그날 하루는 왠지 기분이 꿀꿀했다. 이건 엄마도 마찬가지였을거다. 상쾌한 아침에 즐겁지 않은 대화는 그 날 하루의 기분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싫다고 안할 수도 없는 등원이며, 매일 반복되는 일이다. 루틴들을 습관화해서 매일 즐거운 아침 시간이 되도록 노력한다.
2) 나가는 시간은 칼같이 지키기
감사하게도 집에서 아이들의 유치원이자 나의 직장까지는 도어투도어 10분이다. 8시 30분까지 출근해야하므로, 8시 10분을 집 나서는 시간으로 정한다. 이건 꼭 지키도록 한다.
3) 준비시간은 최대 1시간.
아이가 느긋하게 준비를 해서 2시간 가까이 등원 준비를 한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아침잠이 없는 아이라 6시 즈음 일어나면 8시쯤 집을 나선다는 것이다. 나도 이 방법을 써봤는데, 일찍 일어나면 일찍 일어난대로 '준비'하는 행위는 우선순위의 맨 밑으로 가버린다. 시간을 통째로 주어도 아마 그 시간의 끝자락에서 급하게 준비하고 동동거리며 나가는 모습일테다. 그리고, 2시간 동안 준비에 매달릴 신경과 에너지가 나에겐 없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집을 나설 때까지의 준비시간은 최대 1시간을 넘지 않도록 한다. 7시에 일어나면 8시에는 집을 나선다.
4) 선준비 후놀이
큰 틀과 시간을 정했으니 구체적으로 등원 순서 루틴을 정해본다. 핵심은 선준비 후놀이이며, 등원준비하는 시간에는 찰라의 틈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처음엔 엄마가 많이 성가시고 힘들 수 있지만 루틴화해놓으면 편하다.)
기상 후 스킨쉽
물한잔 + 유산균
밥 먹기
양치하기
세수하기
로션 바르기
옷 입기
놀기
아이들이 일어나면 찐하게 스킨쉽한 후, 곧바로 물 한잔과 유산균을 먹는다. 그리고는 아침 식사를 한다. 아이들이 일어나서 색종이에 손이 가려고 하는 순간! 밥 먹자며 식탁으로 데려올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가 미리 아침밥을 차렸어야 하고, 그 아침밥이란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이어서 놀이보다 밥을 더 먹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환경이 세팅되어 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유혹한다면 식탁으로 앉히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등원 준비하느라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다면, 좀 더 부지런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아침밥에 집착하지 말자. 매일 어떻게 먹기 싫은 밥을 꾸역꾸역 먹일 수 있을까. 아이들도 엄마도 즐겁지 않은 식사시간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어차피 점심 밥을 먹을 것이니 그 때까지 배를 채울 수 있는 것으로 즐겁게 식사한 후 등원시키도록 하자. 그래서 우리집 대표 아침메뉴는 토스트, 김밥, 떡 등이다.
아이들이 식탁에 앉는 것에 성공해서 밥을 먹었다고 놀이 욕망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놀고 싶은건 뼛속까지 박제된 DNA라고 생각하면 된다.) 밥을 다 먹으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장난감 근처로 몸이 가는데, 그걸 내버려두면 안된다. 그럼 놀이에서 꺼내오기, 그 힘든걸 또 해야한다. 밥 먹었으니 양치하자 하며 욕실로 데려간 후 곧바로 양치하고 세수한다. 두 아이 중 한 아이가 먼저 밥 먹기를 끝냈다면 나머지 아이를 기다려주기 않는다. 먼저 끝낸 아이와 함께 욕실에 가면 나머지 아이는 저절로 다 먹고 따라온다. 그렇지 않고 덜 먹은 아이를 기다려주면 밥 먹기를 먼저 끝낸 아이가 그 틈에 놀기 시작한다. 그럼 결과는 안말해도 아시겠죠?
6. 준비를 돕는 팁 3가지
등원준비라는건 아이들에게도 재미없는 일이다. 그러니 하기 싫은 것이고 그것보다 재미있는 놀이가 하고 싶은 것이다. 아이에게 등원 준비를 먼저 해야하는 이유를 잘 설명했고 그렇게 해주기로 했다면 이제 엄마는 그것을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 세가지 방법은 간단한 유머, 무한칭찬, 함께하기이다.
1) 간단한 유머
아이들이 세수를 하고 로션을 바를 때, "로션은 콩알만큼 짜서 발라." 라고 했는데, 콩알이라는 단어에 웃는다. 그래서 다음날에는 "로션은 똥알만큼 짜서 발라. 왜 변비걸렸을 때 토끼똥처럼 똥이 나올 때 있지? 그것처럼 똥알만큼 짜봐." 라고 했더니, 싱글벙글 웃으면서 얼른 로션을 바르기 시작한다. 유머는 아이의 행동을 촉진시킨다.
2) 무한칭찬
칭찬은 아이에게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잘하려는 동기부여가 된다. 양치를 혼자서 잘 했다면 "우와, 우리 00 양치도 이제 혼자서 잘하네. 진짜 최고야." 로션을 혼자서 잘 발랐다면 "우와, 로션도 꼼꼼하게 촉촉하게 잘 발라?" 하면서 칭찬해주면 더 열심히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된다.
3) 함께 하기
아이들이 양치할 때 엄마도 함께 양치한다. 어차피 해야할 거 아이들의 행동도 이끌겸 같이 하는거다. 욕실에 가서 칫솔에 치약을 짠 후, 엄마는 이렇게 구석구석 한다? 하면서 자랑하듯 얘기하면 어느 순간 아이들의 칫솔 잡은 손도 바쁘게 움직이다. 해봐_ 라고 내버려두고 한없이 기다리는게 아니라, 같이 하자_ 하며 나의 출근 준비도 하나 끝내는 것이다. 시간도 절약되고, 아이들 행동도 촉진시키고.
5. 틈을 주지 않기
선준비 후놀이라 하더라도 준비 덩어리를 완전히 끝내기 전에는 아이들에게 놀이의 시간을 허락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면, 아침밥을 다 먹고 양치하러 가는 그 사이에 아이가 색종이를 가지고 논다던지, 로션 바르고 옷입으러 가기 전에 장난감을 가지고 놀려고 했을 때 내버려두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어른도 한가지 일에 집중하다 다른 일을 하자고 하면 선뜻 그 전의 일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든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곳곳의 아이를 현혹시키는 장난감이라는 적으로부터 아이를 필사적으로 사수해야 한다.
놀이는 무조건 준비가 완료된 후에 할 수 있다는 이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처음엔 엄마가 고생일 수 있다. 아이의 준비 과정에서 옆에 딱 달라붙어 단계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감시 아닌 감시를 해야 한다. 준비 루틴을 몸이 기억할 때까지는 말이다.
6. 우유부단 금지, 단호한 엄마.
로봇 같아 보이겠지만, "양치했으니 세수하자, 세수했으니 로션 바르자, 로션 발랐으니 옷 입자." 이런 식으로 옆에서 계속 순서를 일깨워줘야 한다. 첫째 아이는 7살이 되면서 "엄마, 이것만 하고. 하나만 더 하고. 좀만 더 하고." 하는 식으로 자꾸 시간을 벌려고 한다. 처음엔 기다려줬다. 진짜 저것만 하고 끝내겠지 하면서. 하지만 결과는 말 안해도 알 것이다. 이것만 하는 것들이 계속 늘어났고, 아이는 움직일 생각을 안한다. 엄마는 내가 또 당했구나 하며 혀를 끌끌 찬다. 시간이 되었을 때에는 하늘이 무너져도 하던건 끝내고 다음 스텝을 해야한다. 우유부단한 엄마 밑에 우유부단한 아이가 자란다.
7. 준비 과정을 자세히 가르쳐주기
등원 준비의 최종 목표는 아이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습관을 만들어주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정 하나하나를 자세히 알려주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양치 하나를 하는 데도 수많은 프로세스가 존재한다. 칫솔에 치약을 짜고, 양치를 한 후, 칫솔을 씻고 내려놓은 후, 컵으로 물을 받아 적어도 다섯 번 이상 푸- 하며 입안을 행군다. 이것을 아이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아이는 양치할 때마다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안하려고 할 것이고, 최악은 모든걸 엄마가 대신해줘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워킹맘 엄마에겐 엄마의 출근이라는 과제도 있기에 모든걸 다 해줄 수는 없다. 그럴 시간도 에너지도 없고, 그런 식으로 아이의 자기주도력을 뺏을 생각도 없다. 조금 귀찮더라도 코딩 암호를 입력하는 것처럼 자세하게 알려주자. (점점 더 의심되는 '엄마는 로봇설'.)
아이가 이해하기 쉽도록 매일 반복해서 단계를 알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옷입기 5단계.
1단계는 팬티 입기, 2단계는 양말 신기, 3단계는 런닝 입기, 4단계는 바지 입기, 5단계는 웃옷 입기
이런 식으로 매일 반복해서 알려주고 도와주다보면 언젠가는 내가 알려주지 않아도 혼자서 옷을 입게 된다. 잊지 말자, 옷입는 5단계 법칙.
실제로 양말 신기를 어려워하고, 자주 양말 신고서 불편함을 느끼는 첫째 아이에게 '양말 신을 때에도 발가락 부분의 봉제 선이 엄지부터 새끼발가락까지 딱 맞도록 맞춰 신고, 뒤꿈치 부분을 맞춘 다음 발목 부분을 끌어올리면 편하게 신을 수 있어." 라고 알려주기도 했다. 아이는 생각보다 모를 수 있다. 내 말에 아-하는 표정으로 수긍하던 표정을 보니, 내가 너무 아이가 뭐든지 척척 해내는걸로 착각했나 싶다.
8.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 세팅
아이가 옷을 혼자 입게 하기 위해서는 그 옷이 어디있는지 알고, 쉽게 고를 수 있어야 한다. 언제부터 입는 옷을 자기가 고르겠다기에 그러라 했다. 아이 눈높이의 서랍에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의 옷을 각각 다른 층에 넣어놓고, 양말과 속옷은 작은 상자에 따로 넣어놓아서 옷입을 때마다 스스로 고르게 했다. 나의 일 하나가 줄어들었고, 이것도 습관화되면 나에게 여유가 더 생길 것이다. 쉽고 편하게 옷을 꺼낼 수 있는 시스템, 쉽고 편하게 양치하고 세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후에 스스로 하도록 해야 한다.
9. 쿨하게 노는 시간 주기
우리집 아이들은 옷 입기가 끝나면 아이가 스스로 해야하는 준비는 끝이 난다. 옷입기까지 해준 아이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고맙다. 힘들지만 엄마와의 약속을 지켜준, 노력해준 아이를 꼬옥 끌어안아주며 폭풍 칭찬을 해준 후에는, 쿨하게 선심쓰듯 한마디 한다.
"자, 이제 놀아."
보상으로 자유롭게 노는 시간을 준다. 아이는 선물 받은 것 같은 기분에 신나하고, "너가 준비를 잘 해서 놀 시간이 생긴거야" 라는 칭찬 한마디 덧붙여주면 내가 잘해서 칭찬을 받고 놀 시간이 생겼구나 하는 생각에 자존감이 커진다. 엄마는 엄마대로 생색내고, 아이는 그런 엄마에게 고마워하고, 칭찬은 칭찬대로 받고, 다음 날에도 놀기 위해 준비를 먼저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과장된 연기는 필수. 단, 시간을 정해주고 이 시간이 다 되면 나가야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준비 후 노는 시간에 엄마는 함께 놀아줄 수 없다는 말을 꼭 해준다. 아이가 노는 시간에 나의 출근준비와 나가기 전 집정리를 하는 건 나의 몫이기 때문이다. (아침 시간에 집이 안어지러지면 좋고, 정리도 아이들과 함께 하면 좋겠지만 그것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그건 아이들이 크면서 시간이 자연스럽게 해결해줄거라 생각하기에 더 이상 바라지도 않고,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 집정리는 나 혼자 한다. 혼자서 놀아주는게 어디야.)
*나의 출근 준비는 아이들의 등원 준비가 끝난 후에 한다. 예전엔 같이 했는데, 문제는 동시에 하면 아이들의 등원 준비를 밀착해서 봐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조금만 틈을 줘도 준비 안하고 노는 아이들의 특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의 출근 준비는 뒤로 미루고 아이들의 준비부터 돕고 있다. 이것도, 아이들에게 준비 루틴이 습관화가 되면 융통성 있게 바뀔 수 있는 부분이다.
10. 끝맺음 및 다짐
아침에는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아침에 웃어야 하루가 재미있고 즐겁다. 아침에 아이들을 혼내고 출근해서 마음 불편하고 의욕 상실된 하루를 맞이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매일매일 등원 준비로 힘들고 싶지 않다. 동동거리며 조마조마하게 출근 시간을 맞추는 것도 반복하고 싶지 않다. 이건 모든 워킹맘들의 바램일 것이다. 나의 팁들을 공유하는 이유는, 같은 고민으로 힘들어하는 워킹맘들에게 한줄기 희망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일하는 엄마들을 응원합니다.
-2023년 1월, 한창 등원준비 힘들 때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