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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롱뇽 Jan 19. 2023

자(타)공인 돈카츠 전문가의 맛집기행

바삭바삭 돈까스


소울푸드(Soul food); 

미국 남부 흑인들의 전통 음식을 가리키는 용어였으나, 현재는 영혼의 안식을 얻을 수 있는 음식 또는 영혼을 흔들 만큼 인상적인 음식을 가리키는 용어로도 쓰인다.


나에게 소울푸드는 대학교 입학 이후로 줄곧 돈카츠다. 질 좋은 고기를 바삭하게 튀겨낸, 육즙을 가득 머금은 돈카츠를 소금에 찍어 먹을 때면 내 영혼은 마구 흔들린다.


그렇게 먹다 보니 어느덧 친구들도 돈카츠가 먹고 싶을 때면 필자부터 찾는, 그런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 데에는 각자의 수많은 이유가 있다. 이번 글에선 지금껏 다녀본 수많은 돈카츠집 중 세 군데를 추려서 맛있는 돈카츠의 기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설명을 위해 세 군데를 추렸을 뿐 맛의 순위대로 선정한 것이 아님을 밝힌다.)


1. 쿠츠

돈카츠에게 기본이란 질 좋은 고기와 바삭한 빵가루이다. 돈카츠에 눈을 뜨면 튀김옷의 상태만 보아도 그 맛을 가늠할 수 있다. 쿠츠는 먹어본 돈카츠 중 가장 바삭하고 고소한 튀김옷과 질 좋은 숙성육을 자랑한다. 등심카츠와 매운 돈카츠를 특히 추천한다.


음식은 단순히 맛 그 자체로 ‘맛있다’라고 느끼지 않는다. 그 음식에 담긴 수많은 스토리가 음식의 맛을 함께 만들어나간다. 쿠츠는 내게 그런 곳이다. 새내기 시절 6,500원으로 일주일에 3번 이상 돈카츠를 사 먹으며 이 세계로 입문하게 만들어준 곳이 바로 이 쿠츠(구 고이짱)이다.


매번 생각나고 발길이 자주 향하게 되며 집밥 같이 질리지 않고 꾸준히 먹을 수 있는 돈카츠는 맛의 기준점이라 생각한다.


바삭한 빵가루와 질좋은 고기로 꽉찬 쿠츠의 돈카츠. 사진(우) 출처 뚜벅이삼 리뷰.


2. 우츠

필자는 돈카츠를 소금에 찍어먹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 돈카츠에 소스를 찍어먹거나 부어먹는 것만을 떠올리면 아직 돈카츠 하수다.


우츠는 질 좋은 고기를 62도 저온으로 튀겨낸다. 저온튀김의 장점은 육질이 부드러워진다는 것과 튀김옷이 아름다운 색감으로 바삭함과 폭신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튀김옷이 기름을 많이 먹게 되는 단점이 있는데, 우츠는 이를 잘 보완하고 저온튀김의 장점만을 잘 살렸다.


필자는 등심카츠(로스카츠)보단 안심카츠(히레카츠)를 선호하는데, 히레카츠는 전국구 맛집으로 명명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소금만으로도 고기 본연의 맛과 튀김옷의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면 그 돈카츠는 맛있다는 수식어가 붙기에 충분하다.


저온튀김으로 연한 황금빛을 띄는 히레카츠


3. 톤쇼우

단 한 군데,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는 돈카츠를 추천한다면 의심의 여지없이 톤쇼우다. 톤쇼우는 오직 부산에만 2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톤쇼우만의 차별점은 바로 ‘숯불’이다. 돈카츠인데 무슨 숯불인가 싶을 것이다.


이곳은 돈카츠를 저온과 고온으로 한 번씩 튀겨낸 뒤, 그 상태 그대로 숯불에 굽는다. 캠핑 바비큐처럼 강력한 화력으로 굽는 것이 아닌, 은은한 숯불로 짧게 구운 후 레스팅한다. 육즙 가득한 고기와 숯불향에 감동하고, 마지막 한 입까지 느끼함 없이 그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다른 어떤 음식보다도 돈카츠가 가장 맛있다고 말할 수 있게 해주는 맛. 그것이 맛있는 돈카츠의 진수이다.


촉촉한 육즙과 숯불향을 자랑하는 톤쇼우의 돈카츠

이 글에 남기지 못한 맛집들이 수두룩하다. 다음엔 그 맛집들을 소개하고 공유하는 글을 써볼까 한다. 나로 인해 돈카츠를 사랑하는 돼지들이 늘어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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