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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쌍이 Jul 11. 2024

통통이

어느 개의 슬픈 이야기

이것은 어느 개의 슬픈 이야기.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많아진 요즘입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도 온 세상 떠나갈 듯 왕왕 짖어대는 개가 한 마리 있습니다. 동네 개들과 주거니 받거니, 아주 소통에 열심히죠.

 "야! 이 개 XX들아! 개소리 좀 안 나게 해라!"

 유명한 영상처럼 가끔 소리치는 아저씨가 있을 정도입니다. 비단 우리 동네만 이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어디 공원이든 나가면 개와 산책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마트나 쇼핑몰에서도 개모차를 밀며 지나가는 이들을 적잖이 마주치니까요.

 그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는 주로 개가 귀여워 시선이 갑니다) 옆에서 혀를 끌끌 차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쯧쯧, 개를 개답게 키워야지! 땅도 밟고, 뛰어다니고! "

 개모차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는 내 남편의 목소리. 개모차에 대한 단편적 시선인지 아니면 반려견에 대한 전반적인 시선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남편이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싫어하는 줄로 알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의 강아지 키우고 싶다는 성화가 있었습니다. 반려개구리는 그들의 볼모로 잡혀, 반려견을 키우게 해 주면 개구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내겠답니다. 이래저래 개구리 코카만 불쌍했습니다. 저녁밥을 먹다 말고 찡얼대는 아이들에게 저는 제 과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대학시절 처음으로 키우게 강아지 토토 그리고 외할머니와 오랜 시간 함께 했던 루비. 토토는 아무런 준비 없이 키웠던 탓에 일찍 이별을 했고, 루비는 8살 무렵에  담낭염 수술 이후 계속 아프기만 하다가 하늘로 갔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반려견을 키우면 뒤따르는 책임과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이별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말을 다 마칠 때까지 가만히 듣고 있던 아이들. 급기야 한 녀석은 눈물까지 훌쩍이는데, 잠자코 있던 남편이 입을 열었습니다. 그날 처음 듣게 된 통통이 이야기.


남편이 어린 시절 너무나 사랑했던 개 통통이.

 "학교 다녀와서 놀자!"

다른 날처럼 통통이에게 말하고 학교에 갔다 왔는데 통통이가 안 보였답니다.

아빠에게 물어도 아무런 대답이 없고, 개 집 앞에 목줄만 덩그러니 있었습니다.

"통통아, 통통아아!"

동네 어귀를 돌아다니며 통통이를 찾는데 보이지는 않더랍니다. 훌쩍거리며 슬리퍼 질질 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때마침 지나던 아버지 친구분이 보시고는 귀띔해 주셨다네요.

"통통이 느이 아버지 뱃속으로 들어갔다."

 차라리 개장수한테 팔았다고 둘러대기라도 하시지!!! 아니, 착한 거짓말은 그 시절에는 없었답니까? 제가 살며 들은 이야기들 중 가장 최악의 동심파괴 발언이었습니다.


 이제 불혹이 훌쩍 넘은, 통통이를 사랑했던 소년은 이야기를 꺼내며 웃었지만 그 마음은 울부짖었을 겁니다. 아이들이 잠든 밤, 근처에 있는 본가에 슬쩍 다녀오더니 통통이 사진을 찍어왔더군요. 통통이가 보고 싶을 때 가끔 꺼내보려는 거겠지요? 낡은 사진 속 통통이가 얼마나 그리울까요...


 남편은 아이들이 크고 저희 품을 떠나면 마당이 있는 집으로 가서 사는 게 꿈이랍니다. 그 꿈속의 집 앞마당에 통통이처럼 하얀 개 한 마리와 저 닮은 골든 레트리버를 자유롭게 풀어놓고 키우고 싶다네요. 개를 개답게(?) 키우는 게 소원이랍니다. 사연을 알고 나니 이 남자, 개를 무척이나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반려견에 부정적이라 했던 말은 취소합니다. 상처가 있어 그런 거였네요.




전원 사격중지! 아군이다!

저 골든 레트리버 닮았어요. 진짜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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