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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ㅅㅇㅅㅌ Dec 12. 2024

도자기와 차가 알려 준 나

도자기와 호떡, 티코스타와 하동, 감사일기


  

두 달간의 도자기수업이 마무리되는 날, 첫눈이 펑펑 내린다.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서 수업을 듣게 된 두명의 언니들과 함께 강의실로 향했다. 마지막 수업에서야 다 함께 이동할 시간이 맞춰졌다. 좋아하는 것들이 비슷해서인지 수업장소로 향하는 차 안에서의 대화가 즐겁다.


  마지막 수업은 직접 만든 다기를 이용해 차를 블렌딩하며 나의 취향을 찾아보는 수업이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강의실에 들어섰다. 강의실 테이블에는 그동안 직접 만들었던 도자기들이 한데 모여 다기세트를 이루고 있다.


  흙으로 빚어 만든 모습과 구워진 도자기는 확실히 달랐다. 사이즈가 줄어들어 아기자기했고 다양한 흙과 유약 덕분에 모든 도자기가 특별하다. 모두 함께 찻잔, 머그컵, 다하, 숙우, 차총을 등을 만들었는데 어쩜 같은 모양새는 하나도 없다.


  나는 첫 수업에서 만든 하트 찻잔 두 개와, 내 소원을 담은 차총, 도자기마다 새겨 넣은 ㅅㅇㅅㅌ 싸인이 아주 마음에 든다.

  차를 마시는 시간이 재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든 옥수수, 붕어빵 모양의 다하는 다른 분들의 고급진 쉐잎에 비해 장난스럽다. 내 도자기들은 ‘재밌으면 됐지~’라는 내 마음이 그대로 표현됐다.

직접 빚어 만든 나의 차 친구 . ㅅㅇㅅㅌ

  

마지막 수업은 다른 날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 도자기를 빚을 때는 간격이 띄워져 있던 테이블이 오늘은 한데 모여있다. 도자기에 집중하느라 나누지 못하던 이야기를 마지막 수업에서야 나눌 기회가 되었다.


  어느 분께서는 집에서 직접 티코스터를 만들어 나눠주셨다.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셨다고 했다. 만들어진 모양새에서 시간과 정성이 느껴진다. 보통 감성이 아니시다. 선물 받은 티코스터를 찻잔 아래에 놓아보니 장난스러운 내 도자기가 한층 고급져 보인다. 볼 때마다 감사해야지.


  어느 분께서는 오시는 길에 호떡을 30장이나 사 오셨다. 호떡이 식지 않게 따끈하게 들고 오신 이야기도 들었다. 함가네 호떡이라는 곳인데 사이즈가 앙증맞은 호떡이었다. 시간이 흘러 차가웠지만 아주 맛있었다. 올 겨울에는 호떡을 보면 이 분의 따뜻한 마음이 생각날 듯하다.


  

오늘의 수업 내용은 ‘나의 취향을 조화로이 담다’라는 제목으로 시작되었다. 티를 블렌딩하기 전 내가 상상한 찻자리의 모습을 적어 내렸다.

겨울이다. 붉은빛이 나는 따뜻한 차와 차의 맛을 해치지 않는 정도의 비스킷과 함께 마시면서 캐럴을 듣는다. 예쁜 색의 차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
- ㅅㅇㅅㅌ-

그리고는 각 재료의 맛과 색을 기록했다.

  빨간색을 내는 히비스커스라는 재료는 나에게 강한 신맛을 남겼다. 상상한 찻자리의 모습을 만들어 내려면 붉은색의 차를 만들어야 한다. 그럼 히비스커스는 필수였다.


‘신맛은 살짝 어려운데..!?’

  결국 나는 히비스커스의 양을 대폭 줄이고 가장 취향에 맞는 카모마일 40%, 로즈마리 30%, 생강 20%, 히비스커스 10%를 블렌딩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비율에 맞게 무게를 재서 티백에 담으면 된다. 2개 정도 담고 나니 마른 찻잎의 1g의 무게는 눈으로 보기에 큰 차이가 났다.


‘다 똑같은 맛이면 재미없지..’


내 맘대로 장미도 추가해서 넣어보고 비율도 제각각인 티백을 3개 더 만들었다.


  

블렌딩 시간이 끝나고 수업 마무리 시간이 돌아왔다.자신이 만든 다기세트에 이름을 붙이고 오늘 블렌딩한 티백에 이름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한 명씩 돌아가며 그 이름의 이유를 나누었다.  마지막 수업인 오늘, 각자의 이야기를 나눠 들으니 도자기에 그 사람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이제와 함께한 분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때마침 어느 분께서 히비스커스가 주재료인 ‘레드뱅’ 블렌딩 차를 소개하셨다. 내가 상상했던 찻자리의 티 그대로였다. 수업이 끝난 후 내 차와 교환신청을 하였다. 크리스마스에 나는 내가 블렌딩한 차가 아닌.. 레드뱅을 마실 듯하다. 좋아하는 'santa baby'를 들으면서 ~! 크리스마스에 딱이야 ~!


그나저나.. 나의 블렌딩티도 꼭.. 그분의 입맛에 맞길 바라본다. 헛헛

취향이 가득 담긴 다하


 도자기 수업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다르지만 좋아하는 취향이 비슷하기에 모인 사람들이다. 시간이 많이 흘러 지나친다면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들이 비슷하기에 곧 어디서든 만날 것 같다.


  도자기를 만들며 올곧은 것을 좋아하시는 분, 세심함을 가지신 분, 정형화되지 않은 모습을 즐기는 분, 재미를 추구하는 나 등 다양한 취향이 모인다. 좋아하는 것과 취향은 다른 부류인 것 같다. 그래도 우리는 같은 것을 좋아한다.


  이 수업에서 가장 크게 남은 것은 잘 알려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도자기와 차를 좋아하게 된 것. 그릇이 필요할 때는 내가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고 싶다. 모양이 이렇든 저렇든 상관없다. 재밌으면 됐고 내가 만든 것에 대한 애정이 생긴다.


  수업이 끝난 후 나는 친구들과 가르쳐주신 선생님의 도자기 공방을 예약해 두었다. 하동여행에서 차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찻집에서 티클래스를 들었다. 두 달간의 수업은 나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었다.


  예쁜 그릇을 사는 대신 만들어 쓸 생각을 하게 됐고, 하동여행 목적지 선정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자꾸만 질문이 생겨난다.

하동, 호중거 티클래스

이 모든 변화가 마음에 든다.


  곧 우리가 만든 도자기들이 온양민속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공간에서의 전시라니 기대된다.


  나의 다기세트의 이름은 ‘마음의 평화‘이고 직접 블렌딩한 차의 이름은 ‘수요일 오후 두 시’이다.

도자기를 빚는 시간이 평화로웠다. 나의 소원인 마음의 평화를 생각하며 빚었던 차총의 이름과도 같다.

전시가 끝나면 직접 만든 다기로 수업이 시작되던 수요일 두시마다 차를 마셔 볼 계획이다. 평화로웠던 두 달 간의 수요일 두시처럼!


나는 벌써부터 마음이 평화롭다 - !



+ 이 글을 쓴 후 전시된 장소는 시청이었지만 아래의 멋진 사진을 공유받게 되었다. 마음에 쏙 ~ 든다.

이 사진들은 내 sns계정을 도배할 만큼의 만족감을 들게 했다. 만족감이 크니 감사의 마음도 크다.

마음의평화 _ ㅅㅇㅅㅌ
마음의 평화. ㅅㅇㅅㅌ
나의 차 친구 . ㅅㅇㅅㅌ

다가오는 금요일에 전시가 끝난 도자기를 가지러 간다.

나는 또 어떤 글을 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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