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언급되었던 내 선호는 어디로 기울어져 있는가?
운이 좋으면 4월 달, 나쁘면 5월 달에 돌아오겠다 선언했는데, 그런 와중에 내가 망각한 것은 나는 아주 착실히 할 일은 해내야 하는 고등학교 2학년이며 중간고사가 끝난 뒤로도 수행평가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여러분도 험난한 인생 속 자그마한 글 하나 적는 고등학생인 나를 잊었겠지만, 운 좋으면 알림 창에 뜬 이름으로 번뜩 떠올렸을 수도 있는 것처럼 나는 내 할 일을 잠시 망각해 버렸다. 하지만 날짜를 보라, 아직 5월 달이고… 6월 달에 걸친 것도 아니다.
오늘의 주제를 언급하기 전에 잠시 소소한 얘기로 방향을 틀어보자면, 내 중간고사 점수는 처참했다. 기대하지도 않아 낙심하지 않았으나 오히려 가족들이 그 점수를 보고 놀라지 않던가. 물론 나도 내 점수를 보고 ‘아, 이 점수로 대학은 진심으로 글렀구나.’ 생각하긴 했다. 글쓰기와 영화, 독서를 좋아하는 나는 종종 엄마에게서 그런 쪽 능력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왔고, 또 그렇지만 좋은 점수를 내지 못할까 무서워 백일장 같은 데에 글을 투고해 본 적 없는 나였다. 그러나 내 가망 없는 점수를 보자니… 지금이라도 한 번 도전해 볼까 생각이 드는 것이다. 혹시 모르지. 정말 내가 작가가 되어서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한편으로는 ‘이런 글 솜씨로 우리나라의 수많은 재능을 이길 수 있나?’ 싶기도 하다. 요즈음은 인터넷이 무척이나 발달한 시대기 때문에 내가 마음먹고 키보드를 조금만 두드리면 아마추어 작가들의 글들이 나오기 마련인데, 거기서 발견한 이들의 글들이란! 장담컨대, 나와는 사는 차원이 다른 이일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최고급 식량만 먹거나.
어쨌든, 각설하고 내가 말할 오늘의 주제는 제목에서도 언급했듯 나에 대해서다. 나는 지방에 사는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고, 글쓰기와 독서, 영화를 좋아한다.
그러니 오늘은 정확히 어떤 책, 영화를 좋아하는가에 대해 말해볼 것이다. 안타깝게도 오늘 한 번 이렇게 말하는 순간, 내 취향이 굉장히 확고해 단번에 내 호불호를 알아차릴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내가 제대로 책을 읽기 위해 구입한 것은 재작년 즈음 <로버트 랭던 시리즈>였다. 대부분 내가 책을 접하는 경로는 영화를 시청한 뒤, 그 영화의 원작을 찾아보는 식으로 단순한데, 그것의 첫 시작이 이 시리즈였다. 나는 배우 톰 행크스를 좋아하고, 그가 촬영한 영화 중 <천사와 악마>를 접하게 되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엄마의 허락을 맡고 당시 로버트 랭던 시리즈 전권을 구매했더랬다. 그리고 <다빈치 코드>부터 <로스트 심벌>까지 학교에 가져가 읽으며 전권을 독파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후회 없는 소비다. 심지어 로스트 심벌은 세트로 판매하여 보관도 따로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얼마나 멋진지, 직접 검색해 그 위대함을 찾아보는 걸 추천한다. 이 뒤로 나는 제법 집에 책이 쌓였고, 블루레이까지 소장하는 고2가 되었다. 믿기는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영화와 소설에 정신 놓는 고2라니!
그 블루레이의 주인공은 <앵무새 죽이기>다. 이 소설/영화를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으나, 주인공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를 분한 그레고리 펙이 이 영화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이 소설의 작가 하퍼 리는 평생 이 작품의 부담감으로 다른 소설을 내놓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내가 이 블루레이를 꼭 사고 싶어 했던 이유는 따로 있는데, 작년(2022)에 앵무새 죽이기 영화가 60주년으로 리마스터링 되어 나왔고, 나는 블루레이 수록에 그레고리 펙 다큐가 있는 걸 목격했다. 다큐에 자막은 없지만, 꼭 소장하고 싶었다. 난 배우를 좋아할 때 그 사람의 외모부터 시작해 연기력, 그 사람의 인간성까지 좋아하게 되는데 그 조건에 완벽히 부합하는 배우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신 그레고리 펙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무튼, 그 결과는 앵무새 죽이기 블루레이, 앵무새 죽이기 소설 구판(주인공 스카웃이 반말하고 캘퍼니아가 사투리를 쓰는)과 신판(스카웃이 존대를 쓰고 캘퍼니아가 표준어를 쓰는)을 모두 소장하게 됐다….
나는 주로 영미소설을 읽고, 한국 소설은 잘 읽지 않는다. 그런 탓에 내 문체 또한 영미소설의 번역체와 비슷해졌다. (양들의 침묵, 마이너리티 리포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 모비딕 등….) 특히 모비딕은 원서로 읽어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이 많은데 나는 번역문으로 읽으니 더욱 방대하고 작가의 고래에 대한 신념을 조금 많이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렇지만 각각 인물의 서사가 매력적이고 아무도 악인이 없어 더 안타까운 소설 중 하나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방대한 양에 엄두를 못 냈었다면 한 번쯤 아득바득 독서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나는 공부도 놓아버리고 독서와 영화에 열중하는데, 여러분들이라고 못할 것 없잖은가! 특히나 요즘은 독서하는 이들도 적어지는 추세에, 사흘과 나흘도 구분 못하는 성인이 많은 세상에서 ‘어휘력’은 굉장히 좋은 힘이 되리라.
그리고 그 어휘력은 우리 주변 책에서 쉽게 익힐 수 있을 테고, 그럼 우리가 독서에 빠진 이유를 정당화할 수 있다.
다음에는 여러분이 종이책 독서에 재미를 붙였기를 빌며, 또 나중을 기약한다. 돌아올 때는 또 다른 이야기를 들고 올 것이니!